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시선 461
김선우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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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인간은 이토록 악착같이 지구를 착취해 얻은 것들을 풍요라 부르게 되었나?
잉여의 발생이 부추기는 탐욕, 무기와 노예,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병든 인간, 잉여가 없다면 살기 위해 협력했을 수도 있는데 잉여가 발생하면 반드시 폭력이 시작된다 최초의 잉여를 점유한 세력이 씨 뿌린 악의 계보, 어떻게 해야 이 나쁜 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만년 동안 후퇴 없이 몸통을 불려온 지옥을

멈춰야 해.
돌아가야 해.
그래야 서로 살아.

모든 존재와 더불어 겸손히 걸식하던 때
그 정도에서 멈춰야 했다.
인간이 지구에서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으려면
지금 태어나는 인간의 아이들이 지구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려면

멈춰야 해.
더 늦기 전에.

그럴 수 있을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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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385
문인수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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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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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김금숙 지음, 박완서 원작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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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가장 밤이 긴 그날이 한 해의 시작이라고도 한다
모든 삶을 끔찍하게 만든 전쟁통에도
젊음은 방황하고 사랑도 왔다 간다
아 그러나 밤이 온통 길다
봄이 되면 되살아나는 나무와는 같을 수 없다
전쟁을 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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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무렵
정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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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절기에 기대
자연과 사람들을 버무렸다.
웃음과 그리움과 야함마저 가득하다.
담백과 능청이 조화롭다.

우수(雨水)

강물 풀린다는 소문
잠결에 들어
솜털이 몰라보게 부푼
버들강아지더러
눈치도 없이 김칫국부터 마실 참이냐고
이마빡에 등짝에 흰 눈을 이고
먼 산들이 시샘하듯
능청을 떤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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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이라도 문학과지성 시인선 54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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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쇠나
막 나온 강철이나
젊다고 씩씩대는 자나
하는 말마다 유언일지 모르는 때인 자나
태양 앞에서는?
아득한 우주에서는?

죽음아 너 어딨어?

아파트 낡으면서 사람도 낡아
엘리베이터에서 오래된 이웃 만나면
언제부터 우리 이렇게 됐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잠깐, 지금도
마음 홀리는 와인 한 병 잡으려
주머니 사정 살펴가며 마트의 와인 부스를 뒤지고
늦저녁 전철에서 빈자리 놔둔 채 꼭 껴안고 서 있는
젊은 남녀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죽음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꽃들이 가화가 되는 건 맞다.

꽃들이 죽는 이 세상에는
덮어씌운 눈 간질간질 녹이다가
살짝 웃음 띠고 얼굴 내미는
복수초의 샛노란 황홀이 있고,
해진 줄 모르고
독서 안경 끼고도 잘 안 뵈는 잔글씨를
죽음아 너 어딨어? 하듯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글자까지 읽어내는 인간이 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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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황 선생의 시가 이렇게 변했군요. 문지시선 1번에 빛나는 시인답게 모더니즘의 기치를 휘날리더니, 급 관심! ^^

dalgial 2022-12-03 18:24   좋아요 0 | URL
네, 읽어 보셔요~
의연하고 자연스러운 노년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