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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이라도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4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평점 :
녹슨 쇠나
막 나온 강철이나
젊다고 씩씩대는 자나
하는 말마다 유언일지 모르는 때인 자나
태양 앞에서는?
아득한 우주에서는?
죽음아 너 어딨어?
아파트 낡으면서 사람도 낡아 엘리베이터에서 오래된 이웃 만나면 언제부터 우리 이렇게 됐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잠깐, 지금도 마음 홀리는 와인 한 병 잡으려 주머니 사정 살펴가며 마트의 와인 부스를 뒤지고 늦저녁 전철에서 빈자리 놔둔 채 꼭 껴안고 서 있는 젊은 남녀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죽음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꽃들이 가화가 되는 건 맞다.
꽃들이 죽는 이 세상에는 덮어씌운 눈 간질간질 녹이다가 살짝 웃음 띠고 얼굴 내미는 복수초의 샛노란 황홀이 있고, 해진 줄 모르고 독서 안경 끼고도 잘 안 뵈는 잔글씨를 죽음아 너 어딨어? 하듯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글자까지 읽어내는 인간이 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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