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있는 시를 쓴다.‘눈에 보이는 것들의 색과 소리의 단순한 기술이나 형태묘사’를 지양하고,‘관심이 관통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한다.임동확에게 시는 ‘수동태’이고, ‘역설’이고, ‘절정’이자 ‘순정’이다. 그리고, 시집 제목 그대로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를 주장한다.의도가 분명한 시는 시답지 않아서,“그 어떤 망각도 허락하지 않는 어느 소녀상 같은, 언제나 때늦거나 승산 없는 역습의 증언을 더듬거리며 시작하고 있는 사이” 39“이미 탕진한 미래와 잘 훈련된 현재 속에서 꽃 지듯 어찌해 볼 도리 없이 몰려오는 혹은 뭐라 이름할 수 없는 무력감” 75과 같은머뭇거림이 좋았다.주장과 서정 사이에서 자꾸 앞으로 간다. 사이에서 서성이는 것흘러간다시다.
그는 고독과 시만 선택했다.등단을 앞둔, 20대 초반의 여자는 한 시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시인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고 한다. 그 뒤 가난과 고난에 시달리며 붙든 것이 시다.”누군가를 생각해본 적 있나사람들 사이에서 몇 번이나 그 사람 만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적 있나다시 곰곰 생각해보니시가 나를 시인이라 생각할 때까지직성(直星)으로 산 기억뿐이네“ 90 위로도 홀로. 버티는 것도 홀로.“꽃 핀 쪽으로 가서 살거라세상에 무거운 새들이란 없단다우는 꽃이란 없단다/아무 말도 없던 것처럼 오후가 길었다/행복보다 극복을 생각하면서서쪽을 걸었다” 37답답한 삶“인생은 무슨 이유로환상은 짧고 환멸은 긴지모를 일이다/무슨 일이든 무슨 수로든 무엇으로든 무엇 때문이든 무슨 이유든그 무엇도 모를 일/세상이 광목이라면 있는 대로 부욱 찢어버리고 싶은지정말로 모를 일이다” 17 쓸쓸하고 슬프다“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다언제부터였나시간의 넝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놓았거나 놓친 만큼 큼 공백이 있을까” 19그는 오직 시만 생각한다. “애매하고 모호한 것이속수이며 무책인 것이안절과 부절 사이에서 헤맬 때심사하고 숙고한 단 하나의 진정한 시는다른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뜨는 것내일의 불확실한 그것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 것… 일생 동안 시 쓰기란 나에게는진창에서 절창으로 나아가는 도정이었고삶을 철저히 앓는 위독한 병이었다…고독이 고래처럼 너를 삼켜버릴 때너의 경멸과 너의 동경이 함께 성장할 때시를 향해 조금 웃게 될 때그때 시인이 되는 것이지결국 시인으로 존재하기 위해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99-100그러나, 아래에 인용한 시에서 스스로 말한 것처럼뭐 어때 “내일에 속는 것보다세월에 속는 것이 나았거든요꽃을 보고 슬픔을 극복하겠다고기울어지는 해를 붙잡았습니다” 56사라지는 것보다는 살아지기를 응원한다.
어때참나무 아니고 잡나무면 어때정상 아니고 바닥이면 어때고산 아니고 야산이면 어때크낙새 아니고 벌새면 어때보름달 아니고 그믐달이면 어때상록수 아니고 낙엽이면 어때강 아니고 개울이면 어때꽃 아니고 풀이면 어때물소리 아니고 물결이면 어때이곳 아니고 저곳이면 어때하루에도 몇 번씩이러면 어때 저러면 어때기쁨으로 술렁대고슬픔으로 수런거릴 때푸른 나무와 향기로운 풀이꽃 피는 시절보다 나으면 또 어때 - P45
유치하고 평면적인 인물과우연이 겹치는 전개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곧고 굳센테니스 천재. 신체뿐 아니라 굴하지 않는 투지와 노력 겸비그러나, 그림이 너무 좋다.뭐 대개 우리 편이 승리하는 드라마가 좋은 것 아닌가 하는 핑계를 대며 좀더 읽어 보련다. 오래 전에 읽어 줄거리도 다 잊은 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