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사서함 문학과지성 시인선 357
박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난히 물음이 많다.

어디선가
대왕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와
비쩍 마른 채송화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 어른 손바닥만 한
초면인, 저 대왕호랑나비와 나는
무슨 인연일까
32쪽 <Love>

일 밀리라도 소통되려고 기웃거리는
그림자 밥상에게
마음 열어준 적 있어?
49쪽 <그림자 밥상>

거실은
대장쯤 될까
그렇다면 부엌은 머리?
51쪽 <대청소>


시적 대상은 다채로운데
시구나 시상이 딱히 당기는 맛 없이 그저 흘러간다.
한 물결로 가느냐, 둑 너머 물 구경이냐
그의 시집 한 권 더 읽고 생각해 보자.

크나큰 수레


고통이 숨을 쉴 때마다 한 치수씩

요염해졌는지

마치 수양버들에 댕자 꽃 피어

탱자가 주렁주렁

호수에 어린 듯 고혹적이다

푸른 가시가 햇살에 감전될 때마다

맨 처음 꽃 피었던 꽃잎들의 입술까지

불러냈는지 무한정 탱자 꽃향기가

흘러나와 수레를 깁고 짜고 있다

늙은 마을 하나를

갓 시집온 마을로 거뜬히 실어 갈

커다란 수레바퀴를, - P21

너무 늦은 생각

꽃의 색과 향기와 새들의
목도
가장 배고픈 순간에 트인다는 것
밥벌이라는 것

허공에 번지기 시작한
색과
향기와 새소리를 들이켜다 보면
견딜 수 없이 배고파지는 것
영혼의
숟가락질이라는 것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노키오 - 앙굴렘 국제만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3
빈슐뤼스 지음, 박세현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노키오는 말없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 난리 브루스의 와중에도.
주변의 모든 존재들은 다 불안하고 불행하며 무도하다. 다 파멸하고 세상도 혼란스럽고 그림도 그렇다.
돌고 돌아 사랑 찾는, 형사 건너편 사는 여자가 유일하게 불행을 겪지 않는다.
피노키오의 코의 쓰임에서부터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
피노키오 안에 사는 바퀴벌레 지미니의 서사가 또다른 세상으로 펼쳐지는데 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민음의 시 308
김경미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볍습니다.
경쾌인지 경박인지는 읽는 사람 취향에 달렸지요.

덤으로 김경미에 대해 알게 된 것
1. 작약을 좋아한다
2. 한때 잘나가는 청춘이었다
3. 사람 만나는 게 싫지만, 외롭다.

잡지를 펼치니 행복 취급한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그 위험물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 있다고 간주하지만

당신의 세계는 어떤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바다를 취급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소포는 오지 않고 - P12

밤비는 더욱 거세지고 우산은 없고
청춘 다 낭비하고
비에 젖은 맨몸 다 드러난 채
차비도 없이 걸어서 바다를 건너
그 나라 가야 하는 듯 - P23

내 인상착의가 내가 아니라고
내가 내 인상착의가 아니라고

내 인상착의를 어째야 할지 몰라서
비닐우산처럼 내던졌다가
다시 주워 들었다가

우연히 나를 잘못 만난 나처럼
갈 곳이 없었다 - P65

대답 없는 전화번호들
걸지 않았으므로 - P77

휩쓸리다


휩쓸려서 얼굴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시간을 버린 적도 많았다

휩쓸려서 폐허라는 말을 사랑하고
포도나무 밑 그늘이란 말을 좋아해서
곤란했던 때도 있었다

신발을 구겨 신듯
성격에 휩쓸려
인간에게도 바다에게도 가지 못했다

후회에는 갔다

나 혼자 내 힘으로
매번 - P91

독일 여성 나탈리는 남편과 사별한 지 한 달됐는데
남편 사진을 지니고 다닌다
남편 얼굴이 잘 생각 안 나서 - P89

남자들은
고르랬다고 비싼 와인을 고르는 여자가 섭섭하고

여자들은
갈수록 허름한 모텔을 고르는 남자가 괘씸하고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여름
마리코 타마키 지음, 심혜경 옮김, 질리안 타마키 그림 / 이숲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아픔이며 슬픔 다
잠자코 옆에 있어 줄 뿐.
참 어려우나
대화가 꼭 필요한데
더욱 중요한 것은 적절한 때.

크게 두 사건이 짜여 흐른다.
그해 다음 여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세기 중반 미국도 폭력의 시대였다.
아들의 약한 부비강을 치료한다고 당시 처방대로 엑스선을 주기적으로 쏘인, 의사 아버지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신경질적이고,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
아래서 자라 목 부위에 암에 걸려 성대 반을 잘라내야 했던
예민한 사람의 성장과 극복
실로 웃음기 1도 없는, 그래서 온통 무채색으로 그려진
무거운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