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한 분이다.시집 뒤에 실린 어느 작가와의 대담에 나오듯.“시의 경우는 ‘가능한 단순했으면’ 하는 의식이 어딘가에 있거든요… 단순하게 산뜻했으면 좋겠다… ‘단순한 언어로 깊은 것을 말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강하고 탄력 있는 시를 써야 한다’고 제 나름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335종종 꺼내 읽을 것이다.
서로익숙해지는 건 싫어친숙함은 아무리 깊어져도 좋지만 - P284
그것을 선택했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것이, 평화단조롭고 단조로운 나날이, 평화사는 방법을 각자 궁리해야만 하는 것이, 평화남자가 나긋나긋해지는 것이, 평화여자가 발랄해지는 것이, 평화좋아하는 색의 털실을 좋아하는 만큼 살 수 있는 눈부심!자칫하면 정채되려 하는 것을신선하게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전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모르는 자에게 영혼을 건네는 것보다, 훨씬 하지만우리들은그것을선택했다 - P302
등남에게 일어난 일은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웃나라에 불어닥친 폭풍은이 나라에도 불어탁칠지도 모르는 일하지만 상상력은 보잘 것 없이 작아서좀처럼 멀리까지 날갯짓하여 가지 못한다다른 이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단지 그것만으로 구속당하고아무도 모르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이유도 모른채 쓰러져간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만약 내가, 그런 처지를 당했을 때무서운 암흑과 절망 속에서 어딘가 멀리 희미하게 깜빡이는 등이 보인다면그것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면얼마나 기쁘게 응시할까가령 그것이 작고 작은 등이라 하더라도설령눈을 감아버린 뒤라 하더라도 - P318
6월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하루 일을 끝낸 뒤 한잔의 흑맥주괭이 세워 놓고 바구니를 내려놓고남자도 여자도 큰 맥주잔 기울이는어딘가 아름다운 거리는 없을까 과일을 단 가로수들이끝없이 이어지고 노을 짙은 석양젊은이들 다감한 속삭임으로 차고 넘치는어딘가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을까 같은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친근함과 재미 그리고 분노가날카로운 힘이 되어 불현듯 나타나는 - P410
이렇게 산뜻하고 훌륭하게 볼 수도 있구나!“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가 아니라, ˝연꽃은 진흙에서라야만 피어난다˝입니다. 우리와 우리 세상의 못나고 어지러운 모습을 추한 것으로, 거기에 물들지 말아야 더러운 것으로 제쳐놓지 않습니다. ’바로 거기에서만‘ 큰 깨달음이 열리고 맑고 향기로운 불국토가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유마경」의 가르침은 암울한 현실에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힘차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 머리말 7쪽
아다치 미츠루는 확실히 단편이 훌륭하다.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을 늘이고 늘이는 연재물보다.여운도 있고 여백도 있다.아련하고 풋풋한 연애도.많이들 불편해 하는 소녀 관음증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다양한 주제인 <모험소년>과 달리그의 특장인 야구 단편 모음이다.다 재밌다.
아 분명히 처음 읽는데내 글씨 낙서가 곳곳에 있다.언제적인지 모를 낙서를 옮긴다.“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읽음. 의미심장하지 않다. 지나치게 소소한 일상의 편린. 그것이 흠이 되어 우리 평단은 하루키를 비판했을까. 20대의 꿀꿀한 남자가 사촌동생 이비인후과 병원 가는 데 동행한 이야기. 거기에 반딧불이의 주인공과 같은 경험인 10대 후반에 친한 벗을 잃고, 그 벗의 여친과 얽힌 이야기가 추억으로 등장. 귓병과 그 여친의 상상이 만나며 끝. 여전히 매력적인 문장도, 이야기도, 인물도 없다.”
온세상을 덮는 폭풍이 오자“길을 잃어 버렸습니다.두려움은 불안의 공간을 비추고 채우게 이끌었습니다.다른 이의 두려움은 잊게 했습니다.”그리고 모두들 함께 손을 잡았고해가 떴습니다.그럴 수가 있나?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