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서정시학 시인선 146
오인태 지음 / 서정시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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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들을 모았다.
복효근의 찬사는 좀 과하고,
“이번 시집의 시는 과감한 생략과 고밀도의 압축으로 더욱 짧아졌다. 일체의 췌언을 걷어내니 ˝심장을 꿰뚫는˝ 언어의 사리만 남았다. 촌철살인이다. 침 몇 개로 경혈을 짚어 통점을 다스리는 명의처럼, 절제된 언어로 진정성을 소환해내는 시인의 통찰이 빛을 발한다.“

대체로 재기발랄하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또, 살아지는 것“ 95. 일몰

“그, 달동네 공동화장실 앞에서 꼬며, 타며, 줄서 본 사 람은 알리” 70. 똥줄이 탄다는 말

“워따메 요거시 먼나무간디 엄동시한에 요로코롬 허벌나게 붉어터져부렀당가?” 43. 먼나무

“뜨다가,
/뜨겠지.” 33. 한 술의 생애

맘에 드는 구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 말대로

“맨날 주둥아리로 시를 나불대니
/심장을 뚫는 시 한 편 못 쏘지” 40. 시발시발

전율하고 탄식하지는 못했다.




그 많은 탱자나무 가시가 그 많은 탱자를 상처 하나 내지 않고 품고 있다니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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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저녁이 왔다 오후시선 1
복효근 지음, 유운선 사진 / 역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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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은 없어도 좋았다

“논에 물 가두자 깜깜한 어둠 속에 개구리 떼로 운다
짝을 부르는 소리일 텐데
운다고 한다

맞다
울음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어찌 사랑이랴

나 여기 있다고 운다
천 년 뒤에도 너랑 나 여기 있고 싶다고
천 년 전에도 울었던 울음

이 세상에서 너와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고

개구리 운다
개구리이어서 개구리는 개구리로 울음 운다

한 철 울다 가는 것이 어디 개구리뿐이랴
풀잎에 맺힌 달의 눈물로도
오늘밤 논물은 더욱 불었겠다”
27 - 울음에 대하여 *알프레드 드 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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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샘 -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며 벗이다
황운연 지음 / 흔들의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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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들꽃 따라 인문 기행’이라 씌어 있는데,
인문은 거의 없다. 식생 중심이다.

저자가 2년간 480km 걸으며 만나고 기록한 375종의 식물을 담았다. 제주도, 울릉도, 곰배령 등의 야생이나 도시 속 풀꽃도 아울러 담았다.
잔잔히 따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

옥에 티
아래 이미지에 있는 꽃은 나팔꽃이 아니다. 둥근잎미국나팔꽃이거나 둥근잎나팔꽃이다. 꽃 빛깔과 잎과 꽃의 크기를 보면 전자일 가능성이 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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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8-30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팔꽃이라고 알고 있는 꽃들 종류가 정말 많더라고요.
찾아보기 전엔 잘 모르겠어요.
이책은 저도 탐 나는걸요.

dalgial 2023-08-30 19:14   좋아요 0 | URL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함 훑어 보셔요~~
나팔꽃은 우선 잎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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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박물관 큐레이터.
유물 하나를 제목으로 삼고
유물 해설과 감상 전시 등의 얘기와
갖가지 상념을 엮어 풀어 나간다.
찬찬하고 따뜻하다.

각 꼭지의 글이 짧다.
쉽고 편안하다고 좋아할 사람이 많겠다.
유물에 관한 얘기가 많을 때 나는 좋았다.

오래 곁에 두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내게 힘이 나는 이미지를 가까이 두고 한 계절을 보낸다. 그냥 지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고, 아무 관계도 되지 않았을 유물이 내 안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음번 또 어딘가에서 마주하게 될 때면 다시 볼 수 있어 좋은 사이가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데는 그렇게 대단하거나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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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서유기 - 철들고 다시 읽는, 원숭이 부처 되는 기똥찬 이야기
성태용 지음 / 정신세계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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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이 마음의 비유라고 한다.

“손오공은 인간의 마음이지요. 특히 깨달으면 지혜가 되고, 깨닫지 못한 상태에선 어리석음이라 불리는 마음의 지적인 측면을 가리킵니다. 그 마음이 난동을 부리네요. 그 난동은 세속적인 힘으로는 제압이 되지 않습니다.“ 130

‘부처님 손바닥 안’이란 말이 손오공이 난동 부리는 것을 부처가 제압하는 장면에서 나왔군요!

“잘 아시는 대목이죠? 손오공이 아무리 날고 뛰어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 “지가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하는 말들 하지 않아요? 바로 여기가 그 출처지요. 그렇지만 늘 쓰면서도 사실은 출처는 잘 모르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모르는 이야기였던 셈이네요.” 139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를 전혀 갖추지 않고 오직 자기의 생각이나 믿음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을 부처님이 좋아하실까요, 예수님이 좋아하실까요? - P14

알게 된다는 것은 앎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 있는 태아가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나듯이, 이미 가능성으로 있던 앎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앎이란 인간이 본디 가지고 있었는데 잊었던 무엇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죠. - P21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있죠.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면서도,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이것이 참으로 불가사의입니다. - P35

부처의 출가와 원숭이 왕의 출가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입니다. 덧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치고, 근본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신! 바로 이것이 출가의 의미라 할 수 있으니까요. - P39

부처의 가르침에는 육체적인 영생에 대한 지향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의 무상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목표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불로장생을 꾀하는 도교와는 근본적으로 지향이 다르다 말할 수 있지요. 물론 불교도 기복적인 요소를 벗어날 길이 없고, 우리 인간의 욕망 성취를 약속하는 세속화의 모습도 띠곤 하지만, 애초부터 불로장생을 꾀하는 도교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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