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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파르티잔
서정춘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죽편>과 더불어 서정춘의 진수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짧은데 깊은 여운이 인다.
낮술이라도 당장 걸치고 싶은.
사라지는 것과 힘없는 이들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
“별빛은 제일 많이 어두운 어두운 오두막 지붕 위에 뜨고
/귀뚜리는 제일 많이 어두운 어두운 오두막 부엌에서 울고
/철없이 늙어버린 숯빛 두 그림자, 귤빛 봉창에 비쳐지고 있었다“ 41 성화(聖畫)
명징하고 싱그러운 묘사
“더위가 맹위를 떨친 여름 낮 한때를 소나기가 한바탕 후려치자 비를 피해 서두르는 사람들의 숨가쁜 광경을 길가의 가로수들이 바라보다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싱싱하게 날비를 맞고 있는” 45 풍경(風景)
고향의 생생한 냄새, 또렷한 그리움
“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말구루마 앞자리에 쭈굴쳐 타고 앉아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이 말꼬리를 쳐들고 내놓은 푸른 말똥에서 확 풍겨오는 볏집 삭은 냄새가 좀 좋았다고 말똥이 춥고 배고픈 나에게는 따뜻한 풀빵 같았다고 1951년 하필이면 어린 나의 생일날 일기장에 침발린 연필 글씨로 씌어 있었다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35
자꾸 읊조리고 싶은 절창
“길고 긴 두 줄의 강철 시를 남겼으랴
기차는, 고향 역을 떠났습니다
하모니카 소리로 떠났습니다” 33 전설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11 봄, 파르티잔
풍경風磬
우네 물고기 처량하게 쇠 된 물고기 하릴없이 허공에다 자기 몸을 냅다 치네 저 물고기 절 집을 흔들며 맑은 물소리 쏟아 내네 문득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절 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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