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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ㅣ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허튼소리가 없다.
담담히 일상을 응시하고 비의를 툭 던진다.
전형적인 시인이라서 tmi가 없다. 궁금한 일이 많다는 얘기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는데 얼핏 비칠 뿐 정서도 내비치지 않는다. 간이 크게 아파 서울로 1달에 한번 병원에 다니는 듯한데 역시 털어놓지 않는다.
체념보다는 달관에 가까운, 이 관찰이 눈에 들었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016
시인이라 생긴 직업병일 수도 있겠다. 감정을 가다듬고 정서를 다듬어 말을 줄인 뒤에야 나오는 게 시이니.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는 거지.
요즘 갑자기 더운 게
사람들이 제 말만 울어대서였구나.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새벽 서너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거두면 그저 소음인 것을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어느 것이 네 것인지 종내 알 수도 없게 엉켜서
허공은 또 그렇게 무수히 덥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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