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29
이마 이치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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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봐야 따라갈 수 있는
좀 복잡한 줄거리가 많았는데
이 29권은 담백한 구성이라 숙취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즈카사와 오지로 오구로가 자주 나와 친숙하고.
여전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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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꽃의 사랑법 몰개시선 3
정일근 지음 / 몰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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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동백이 오고 있다


얼음이 꽝꽝 어는 정월 추위 속에 온다
방울토마토 크기만 한 동백 꽃송이
빨간 입술 감싸듯 내밀며 온다
그 속에 대여섯 장의 꽃잎으로 온다
흰색 수술 노란 꽃밥 감추며 은근슬쩍 온다
엄동에 활짝 피어나
겨울 동을 이겨 꽃이 되기 위해 온다
그러다 소문이 사실인 듯 활짝 피어날 것이니
위대한 겨울의 꽃, 동백이 오고 있다
저기 화려하게 지기 위해 동백이 온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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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의 사랑 시와시학사 시인선 1
오탁번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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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모르는 말이 많구나.
오탁번 시인은 사전을 달고 사며 시를 쓴다더니
금시초문의 말이 꽤 된다. 어색하지 않게 시에 잘 녹아 있고.

잉아, 팟종, 보리누름, 지에밥, 메꿎다, 하늘눈, 햇귀, 부자지, 시우쇠, 똥끝 타다, 오쟁이 지다.

43년생 시인이 99년에 낸 시집이니 화자의 나이 우리 세는나이로 57인데 늙음의 한탄이 잦다.

‘전립선 시원치 않아 남성의 길도 막히고’, ‘미움도 사랑도 다 지워진 나이’, ‘죽어가는 관절’ 들고서 ‘영안실 사진틀 속에서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 약속한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하며 엄살을 부린다. 건강히 지내시다 향년 80세 올해 돌아가셨다.

그런저런 너스레와 구수함도 볼 만하지만, 오탁번 특유의 위트가 참 좋다.

“눈을 깜박이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을 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나는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면도하고 거울 앞에 서서
스킨로션 바르다가
왼쪽 눈을 깜박일 수 없게 된 것을
처음 알았을 때
風毒? 痲痹?
이 불길한 예감 앞에서
나는 너무나 무력하다
오른쪽 눈은 깜박이며
右翼의 視野를 가늠하는데
왼쪽 깜박이가 고장이 나서
영영 좌회전을 못하게 되면
左翼의 이념을 어떻게 이해하지?
直進만 하고 우회전만 하면
저돌적인 極右派가 되는 것 아닐까?“ 114. 왼쪽 깜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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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9-16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이 국어교육과 교수할 적에, 시험문제에 은사시나무잎을 시험지에 붙이라는 문제를 낼 테니 학생들은 모두 은사시나무잎하고 스카치 테이프 가져오셔요. 해서 정말로 그 문제를 냈었습니다.
딱 두 문제 냈는데 그게 하나였고요, 다른 하나는, 오늘 버스타고 아니면 걸어서 등교할 때 우연히 본 사람의 얼굴을 묘사하시오. 하는 거였고요. ㅋㅋㅋㅋ 오 선생 팔팔하게 젊었을 조교수던가 부교수 때입니다.
소설은 시보다 좀 덜 좋더라고요.

dalgial 2023-09-16 22:00   좋아요 1 | URL
재밌고 뜻깊은 추억입니다. 시처럼 멋진 분이셨군요. 낭만이 물씬. 소설은 확실히 별로 맞습니다. 두 번 손이 안 가더라고요.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하니 망자의 왕생을 기원하며 한잔 해야겠습니다^^
 
패러디 시인수업 5
정끝별 지음 / 모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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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인 줄 알고 샀어요.
정끝별님은 시인이면서 강단 이론가이셔요.
1부는 깔끔하게 패러디의 개념을 비교 설명하며 밝혀 줍니다.
2부는 시에 실제로 쓰인 패러디의 예를 들어 주겠지요?
첫 주자가 서정주. 2번 타자 김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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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장갑
오탁번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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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

사전을 꼭 찾아 보기 바란다. 슬픈 노래를 뜻하며 OO 엘레지로 숱한 트로트 곡이 나와 있는 elegy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엘레지로는 2번 표제어이다.
1번 표제어는 순우리말이다. 그 뜻은 흠.
시인도 처음 알게 되어 시를 썼다. 나도 그 시를 읽고 그 뜻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잘 안 써서 사라진 듯한 우리말을 시 속에 녹여낸다. 그런데, 굉장히 자연스럽다.

”앵두나무 꽃그늘에서
벌떼들이 닝닝 날면
앵두가 다람다람 열리고
앞산의 다래나무가
호랑나비 날갯짓에 꽃술을 털면
아기 다래가 앙글앙글 웃는다“ 13

퀴즈.
”낮곁 내내 손톱여물이나 써는 동안“ 93
을 요즘말로 풀어 보시오.

시에 담긴 소재가 매우 다채롭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동시처럼 전하기도 하고, 환갑 앞둔 중늙은이의 추레함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인간의 우쭐함 없는, 이 따뜻한 시선이 아름답다.

“된장독에 쉬 슬어놓고
앞다리 싹싹 비벼대는 파리도
거미줄 쳐놓고
한나절 그냥 기다리는
굴뚝빛 왕거미도
다 사랑하고 싶은 날” 13


퀴즈의 정답.
이른 오후 내내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 뜯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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