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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의 사랑 ㅣ 시와시학사 시인선 1
오탁번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아직도 모르는 말이 많구나.
오탁번 시인은 사전을 달고 사며 시를 쓴다더니
금시초문의 말이 꽤 된다. 어색하지 않게 시에 잘 녹아 있고.
잉아, 팟종, 보리누름, 지에밥, 메꿎다, 하늘눈, 햇귀, 부자지, 시우쇠, 똥끝 타다, 오쟁이 지다.
43년생 시인이 99년에 낸 시집이니 화자의 나이 우리 세는나이로 57인데 늙음의 한탄이 잦다.
‘전립선 시원치 않아 남성의 길도 막히고’, ‘미움도 사랑도 다 지워진 나이’, ‘죽어가는 관절’ 들고서 ‘영안실 사진틀 속에서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 약속한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하며 엄살을 부린다. 건강히 지내시다 향년 80세 올해 돌아가셨다.
그런저런 너스레와 구수함도 볼 만하지만, 오탁번 특유의 위트가 참 좋다.
“눈을 깜박이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을 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나는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면도하고 거울 앞에 서서
스킨로션 바르다가
왼쪽 눈을 깜박일 수 없게 된 것을
처음 알았을 때
風毒? 痲痹?
이 불길한 예감 앞에서
나는 너무나 무력하다
오른쪽 눈은 깜박이며
右翼의 視野를 가늠하는데
왼쪽 깜박이가 고장이 나서
영영 좌회전을 못하게 되면
左翼의 이념을 어떻게 이해하지?
直進만 하고 우회전만 하면
저돌적인 極右派가 되는 것 아닐까?“ 114. 왼쪽 깜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