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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
이진수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깔끔한 이력 : 1962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산뜻한 자서 :
열흘 비 끝에도
복숭아나무는 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늘 쪽에도 열매를 매단다.
2002년에 나온 시집이다.
2014년에 충남작가회 신임 회장에 선출되었다는 기사와 거기에 직업이 청양신문사 편집국장으로 나온 것 말고는 이력을 알 수가 없다. 동명이인의 시집 말고는 이 시집 뒤로 시집을 펴낸 것 같지 않은데, 왜 그런지 역시 모른다.
발상이나 시상 전개 등이 투박하며, 삶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주먹구구 같다
이제껏 내가 살아온 것.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이 드물었고
자라서는 하던 것을 멈추고 쉬고 싶기도 했는데 그게 또 잘 되지 않았다.
욕망은 그처럼 삶을 앞질러 가며 자주 나를 비웃었다.” 100. 무욕에 대하여
“나의 안쪽으로 이백 리를 가면 수생산이 있다. 초목이 뻐드렁니처럼 나고 가시덤불과 부서진 바위가 많다. 짐승이 있다. 모양은 목 없는 자라와 같고 울음소리는 맹꽁이 같다. 그 이름을 고질이라 한다. 이 짐승이 나타나면 일가붙이가 흩어지고 부모 마음이 옥살이를 한다.” 34. 짐승이 있다
농촌의 풍경. 구수한 면과 쓸쓸한 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집 쪽으로 이어진
좁은 길이
대문 앞까지 갔다가
풀썩 주저앉고
/년에 한두 번
성묘하는 사람이나 지날까
뒤꼍에 감꽃 지는 걸
아무도 알지 못한다.” 47. 가까운 폐가
그 뒤로 어떤 시가 되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답
그노무 수박값이유 흉년에는 금값 되구 풍년에는 똥값 되는디유 수박 농사루 먹구사는 우리 당숙이 받고 싶은 건유
품값이래유 - P46
꽃은 소리없이 핀다
저 빗방울 소리 사이, 텅 빈 것들이 모여 꽃이 되는 거다
침묵은 가벼이 소란 떨지 않는다 - P50
섬
말라붙어서 잘 밀려오지도 않는
엄마 젖꼭지. - P35
밥 타는 냄새 아녀
아이구야 인자는 하눌님두 노망이 나셨능갑다 비를 뿌릴라먼 바람은 딸리지 말구 바람을 보낼라먼 장대비는 붙들어 둬야지 요러케 한꺼번이 몰아다부치먼 대관절 어쩌라구 모가지 팬 벼포기며 두렁콩은 어떠케 허라구 징허기두 허지 아들눔 댕기던 회사가 망혔으면 며느리가 아프지를 말덩가 구두가게 사위가 광을 못 내먼 딸내미 생선 장사라도 물좋아야지 이리 틀어지구 저리 삐져버리니 업으나 지나 매한가지 자식눔덜 추석이라구 애비 에미 보러 오먼 쌀말이래두 푸고 콩됫박이래두 싸얄 틴디 비바람 연신 쳐불어대구 물꼬 보러 간 영감꺼정 끼니때 넘두룩 뵈지 않으니 빗낱 들이치는 웃방 마룻장 끄틈지에 눈알 벌게진 깨구락지만 깨굴깨굴 깨굴깨굴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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