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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ㅣ 랜덤 시선 19
이규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첫 번째 시집에는 아버지가 가득했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인데, 드디어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느 날, 우리를 울게 할
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다 내 엄마 같다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 무심하게 돌아갈, 어깨가 동그럼하고 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 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모습도 닮는 걸까 좋은 것도 으응 싫은 것도 으응 힘주는 일 없으니 힘드는 일도 없다 비슷해져서 잘 굴러가는 사이 비슷해져서 상하지 않는 사이 앉은 자리 그대로 올망졸망 무덤처럼 누우면 그대로 잠에 닿겠다 몸이 가벼워 거의 땅을 누르지도 않을.* 어느 날 문득 그 앞에서 우리를 울게 할 어깨가 동그럼한 어머니라는 오, 나라는 무덤
* 브레히트의 시 <나의 어머니>에서 빌려옴. - P112
서른 개의 밤과 낮 마흔 개의 골목과 골목이 하루도 쉼 없이 바닥을 지나갔을까 더러 동행이 있거나 수런거리는 잡담도 있었겠지만 결국 홀로 오르내렸던 능선과 골짜기에는 등정보다 실족의 기록 뿐이다 그래도 한번 불러보고 싶다 누구 거기 있기는 한 건지 - P36
그늘이 제 이름을 버리는 밤과 새벽이 있듯이 마음이나 그늘이나 오천 원이나, 자기도 모르게 접힌 바짓단에 숨어든 모래처럼 그렇게 들고 나는 것 - P55
간격과 소리 사이에서 잠이 툭 끊어진다 손짓 하나, 바라보는 눈짓 하나 한 꽃 피는 시간이나 따끔했던 연애도 끊어지지않는 것 어디 있더냐 유월 비도 저렇게 끊어질 듯 내려와 닿고 한 생애를 위해 수만 컷의 필름이 서로 앙물려 있을 텐데 끊어지지 않는다면 목숨인들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 건가 앞의 빗줄기가 뒤의 비를 마중하듯이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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