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첫 시집이다. 습작에서 막 벗어난 시들이 가득하다. 거칠어도 읽는 이의 마음을 끄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 그놈의 아버지 어머니 타령에 지우고 지워 닳아버린 문장이 가득하다.눈으로만 읽지 말고 읊어 보지. 얼마나 꾸역꾸역 넘어가는지 알게 될 텐데. 노래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시는 운문이었던 적이 있지 않는가.산문이라도 글의 리듬이 있는 법인데.팍팍하다.아버지 묘 개장하는 얘기가 담긴, 아마 시집 내는 시기에 가까운 시로 추측되는 1부가 볼 만하다.다양한 경험을 한 듯한데 조연도 살아있어 좋은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드러내면 참 좋았을 것이다. 구체를 닦고 닦아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다.어떻게 변해 가는지 둘러볼 기회가 있으려나.
맑고 쨍한 가을날어머니께서 한땀한땀 수놓은자수 광목 이불을 빨아 널어놓고햇볕에 바짝 말라까슬까슬한느낌의 시집이다.맑고 따뜻하다.“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사랑하기 좋은 말”랑“가을 한낮, 마루 밑 짚더미에 첫 알을 슬그머니 낳아 놓고 뜻밖의 벼슬자리 걸음마냥 마당을 나와설랑 꼬꼬댁을 힘차게 질러대는 닭님에게 경배를!“- ‘축일’시인이 가고픈 곳이란 ‘어느 날도 대나무가 즐비한 오솔길의 끝자락에 빈 오두막 한 채’인데,그곳은 한국 시단의 참 귀하고 외로운 경지다.
‘느닷없는’ ‘뜬금없는’ 얘기들이 너무 많다.비약에 가까운 전개가 잦아당최 읽히지 않는다.물론 전철에서 어느 취한 아저씨가 주변의 저지와 만류에도 쭉 문에 이마를 댄 체 노래를 불러싸서 집중하기 어려운 탓도 있었다.그러나 집에 들어와 읽어도 큰 차이가 없었다.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시가 문제가 아니라 니가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닐까”그럴 수도 있으리라.어쨌든 맘에 드는 구절이 별로 없었다.
석류찢어지는 것의 찢어지는 아픔을 모른다허공을 찢어 터뜨리는타는가 목이 타는가껍질째 우걱 씹어도 씹어도 불붙는갈증
판소리가 장단이나, 신재효, 권삼득 등의 인물로 많이 등장하고,고향이며 사람 얘기,광주,자연등등이 짧은 시편에 등장한다.“가정 법원을 나오면서빈집에 들러 설거지 끝내놓고 온 만복이 엄마, 어떻게 살아왔는데 무얼 못 해주겠느냐고 두 눈 가득 물안개를 피워올린다 외판원 만복이 아빠 기죽지 말라고 오토바이 사준 것이 이제 보니 잘못이란다, 제 잘못뿐이란다 만복이 학교엘 찾아갔는데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더라고 일한답시고 잔정마저 주지 못했는데 엄마 생각이 나겠느냐 한다 돌아오는 밤길 박꽃이 희게 피어나더라고 일자리만 찾아달라 한다.” -박꽃 피는 밤길이 시가 인상적이어서 몇 번을 읽었다.만복이 엄마가 짠하고 답답해서만복이가 서운코, 그놈은 할 말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