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죽음이 짧게 지나간다. 후다닥 묻고 마는 것을 괴로워하고 자책한다.“우리는 둘러앉아, 사랑하는 가족이 숨 끊어진 지 하루도 되기 전에 단지 썩을 것을 염려하여 내다 버린 인간들답게, 팥죽을 단지 쉴까 봐 아귀아귀 먹기 시작했다.”막 미군 px에 취직했다.
각 꼭지의 글이 짧다.교토가 중심이면서 저자의 삶도 뒷전에 있지 않다.한 편마다 글의 시작이 어린 시절 얘기거나 저자의 상념이고, 사진이 한 쪽 가득 이어지는데, 꼭지랑 관련이 있으나 설명은 없고, 그 꼭지에 해당하는 교토 얘기를 곁들이고 마무리한다.교토 얘기나 할 것이지 하는 사람은 우습게 알 책이고,한 사람의 2년 반 교토 살이를 보는 사람은 볼 만할 것이다.가볍다기 보다는 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제3장 교토의 관광지가 괜찮다. 안내도 된다. 지인이 추천했던 산젠인. 거닐고 싶다.마지막 글, 애들끼리 쥐불놀이 하다 불 내고 껐던 회고와 다이몬지산에서 하는 고잔노오쿠비리를 연결한 것이 이 책의 백미다.
훌륭한 책이다.답사 또는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범을 보여준다. 통찰이 있다.물론, 장관도 넘치니 자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취하면 된다.흔히 묘족이라고 부르는 먀오족의 ‘오래된 역사병’과 우리를 성찰하는 것은 빛나는 시야다. 더 읽을 책 발견.모쒀족의 모계사회와 페미니즘 흥미롭다.소통을 거부하고 생존만을 추구했을 뿐인데 명나라 초기의 문화를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둔보 역시 신기.마지막 장, 변방의 혁명가 중 김산을 제외하고는 처음 알게 된 인물들의 삶을 보니 역사고 뭐고 아득해진다. 아나키스트 류자명. 타이항산의 조선의용대 진광화와 윤세주. 만주 최후의 파르티잔 허형식.지도와 일러스트가 꽤 있어 친절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지리를 잘 모르고, 워낙 광활한 범위를 다루고 있어서 시원하게 정리가 안 된다. 가끔 꺼내서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