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고고학이 있구나.
백악기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나무가 소나무와 버드나무! 그 혹독한 빙하기를 버티고.
신생대 제4기, 현세인 홀로세에 비로소 지금의 식생이 생겼다고 한다.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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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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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소설집 끝 두 단편, 등장인물의 삶이 난해하다.
<옐로>의 ‘나’는 자기를 70일 동안 납치, 감금한 J를 고발하지도, 추적하지도, 배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애도>의 ‘너’는 결혼 3년째에 남편 케이가 사라지고, 친정에서 상속받은 집을 명의 도용으로 빼앗기고, 노숙자로 죽은 케이의 부고를 받는다.
의도한 불편함일까.
당최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한된 정보로 듣자니 재미와 의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읽는 중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거의 쭉 궁금하기는 했다.

삶의 미분과 적분이 우리 모두의 골머리를 때린다. 그러나 이 두통이 집안의 활력이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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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두고 온 말들 달아실시선 80
권혁소 지음 / 달아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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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사 선생님이었을 듯하다.

“똑같이
선생님 얘기를 자장가 삼는데도
민이는 운동선수라서,
단이는 엄마 없는 동생들 챙기느라
힘들어서 그럴 거라며
다 봐 주면서
>
운동선수도 아니고
엄마 아빠도 다 있는 내게
드럼스틱으로 머리를 톡톡 치며 물었다
넌 대체 밤에 뭘 했기에,
장차 뭐가 되려고,
뭐가 힘들어서 그렇게
맨날 퍼질러 자는 거니
>
따발총 선생님은 모른다
내 꿈이 프로게이머라는 걸 그리고 꿈은
잠을 자야만 꿀 수 있다는 걸” 86쪽 <꿈을 위한 잠>

따뜻하며 현장감 있어 진솔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참교육’을 꿈꾼 노교사에게 상처와 회한이 없을 수 없다. 그것이 노골적일 때, 시가 수단이 되는 듯해 시답지 않았다. 뭐 내용이 더 중요한 때도 있는 법이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그는 ‘별명이 많은 교사’이다.
“민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원천 봉쇄당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교사를 쫓아내는
전대미문의 우리나라”
에서
“문제교사였다가
민주교사였다가 결국은
노조교사가 되었다” 107쪽 <우리나라>

“개뿔도 없으면 순종해라
좀 있다고 함부로 나서지 마라
넉넉히 있거든 치열하게 싸워라
피 터지게 싸워 이겨라” 97쪽 <낡은 희망>
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노투사다.

“모두를 사랑할 수 없듯
모두를 증오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됐다 시절이” 88쪽 <거짓말탐지기>

쿠오 바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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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하양 걷는사람 시인선 101
안현미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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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보러 부여에 가서
‘비가 온다’로 시작해 ‘비가 간다’로 끝맺는
<탐매>에서 화자는
“부여의 옛 지명은 사비였다
>모텔 사비에 든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왔다
>분명한 건
>나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바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다” 26쪽
고 했다. 그 ‘지경’이 궁금했다.

‘어떤 밤엔 술에 취해 잠들고 어떤 밤엔 술을 담그다 잠들었다 어떻게든 흘러가리라 그것이 딱 내수준이었지만 내 수준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고 부끄러워하며 죽지도 않을 계획이다’ 15쪽 <사과술>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처음처럼을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참이슬을 마신다 소주 취향조차 없는 나는 …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산다’ 45쪽 <취향 없음>

앞집 주인이 병이 깊은지 따지 않아 가을이 깊어 가도록 대추나무가 달고 있는 빨간 대추를
‘어디로도 가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빛나는 대추’라고 생각하며
‘어디로도 갈 수 있으면서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방범창 안 여자가
>대추들처럼 매달려 있다
>대롱대롱
>겨울이 오면 떨어질 대추들처럼
>매달려 있다
>삶에’ 60쪽 <대추>
라고 자신을 차갑고 쓸쓸하게 바라본다.

‘이판사판
>원없이 살다가
>해국 옆에 앉아 담배 피우는 여자가 됐다’ 74쪽 <구룡포>

그 지경이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럴 리는 없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그 풍경 안에 머물고 싶을 정도.

화자는 ‘헛소리 같지만’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절대로 찬동해 마지않는 말인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한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는다 그것밖에 없다’ 13쪽 <탁구>
라고 하면서

‘(더 이상)
>새도 노래하지 않고
꽃도 피어나지 않아도
>(끝끝내)
>돌아와 라켓을 잡듯
사랑을 붙잡겠다고’ 84쪽 <(나의) 탁구론>

한다.
그의 스매싱을 받고, 드라이브라 배웠으나 이제 탑스핀이라 부르는 공격을 매기며 핑퐁핑퐁 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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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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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단순한 이야기들이다.
반전은 없지만, 여운이 남는 단편들.
문장과 구성, 인물의 매혹이 없는데
좋다.
쓸쓸함이 경쾌하게 깔려 있어서 홀가분하다.
줄거리를 다 잊은 뒤에 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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