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여성 - 오리엔탈리즘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리-시앙 리사 로즌리 지음, 정환희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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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유교와 중국의 성차별주의

흔히들 유교와 중국의 성차별을 동일시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 물론, 양자간에 아예 관계가 없다는 것이 아님. 필자가 볼 때, 유교보다 오래되고 중국 문화의 저간에 깔려 있는 성억압의 문화적 기초는 성씨의 연속 즉 부계의 유지, 조상 숭배, 효라는 세 가지 문화적 의무. 이 세 가지와 유교의 윤리, 문의 권력 사이의 복잡한 교차intersection가 성차별주의를 만든 것.

과부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움.
과부의 정절은 원나라 때까지 제도로도 사회적으로도 이상이 아니었음. 성리학과 과부제도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교의 사서에서는 과부의 정절에 대한 강조가 전혀 없음. 고대에는 과부의 재혼이 일반적인 관행. 공자의 아들이 죽은 뒤 과부인 공자의 며느리는 재혼했으며,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그 재가한, 자신의 어머니를 애도함. 과부나 홀아비는 국가가 돌봐야 하는 대상이었음.
과부 이념이 성행한 것을 송나라 성리학의 토대를 닦은 정이의 “굶어 죽는 것은 정말 작은 문제이며, 정절을 잃음은 정말 큰 문제이다.”와 같은 진술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심지어 주희도 그 진술에 대한 논평에서 “남편이 죽은 뒤에 재혼하게 되면 정절을 잃게 되지만, 또한 부득이한 사람들이 있으니 성인도 이를 금지할 수 없다.”라고 했으며, 정이의 조카와 조카며느리 모두 재혼했음. 즉, 정이의 진술은 사회 엘리트들을 위한 규제적 이상으로 이해해야 함. 심지어 정이의 주장은 남편과 아내의 동등한 가치를 강조한 것. 남편도 아내와 평생의 유대를 가져야 하므로 남녀 모두의 재혼 금지를 주장한 것. 정이의 진술이 유행했음에도 과부의 정절은 원나라 이전에는 사회적 규범력이 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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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02 0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죽은 뒤 재혼하면 정절을 잃는다는 주희의 주장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홍동백서 같은 제사상차림을 만들어낸 것도 유교를 추종하는 선비들이 만들어낸 창작품일 뿐, 정작 유교에는 이같은 제사상차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합디다. 과부나 홀아비가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게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감정이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를 뭐라고 하는 학자들이 틀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