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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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을 지나고 있다. 전철 첫차를 타고 광명역에서 출발해 진주로 가는 ktx를 타고.
지금 이 동선 어디에도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와의 추억은 애써도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 오산의 진외가. 바람부는 율포. 겨울날 무슨 일로 단둘이 간 백양사.
하루키도 부친 당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투사해 겪은 갈등을 얘기한다. 비슷한 경우로 다른 내용을 나도 겪었다.
화해랄 것도 없는 시간마저 지나가고
남은 것은, 아버지의 그 수많은 우연이 아니었으면 내가 없다는 것. 그것마저 다 아득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가능한 한 방울이다.“ 93

그리움을 직설하지 않는 담담함.
궁금함을 자아내는 전개.
반전(反戰)이라는 당연한 올바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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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3-04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다시 읽었는데 리뷰가 정말 와닿네요. 하루키의 그 담백하고 ‘척‘하지 않는 화법이 여전히 참 좋았어요.

dalgial 2024-03-04 15:28   좋아요 0 | URL
네, 참 담백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