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밤을 듣는 밤 K-포엣 시리즈 39
김명기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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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중 한 시의 저녁을 얘기한다.

“신열을 앓으며 기침하는 어린
나를 누이고 쌀을 씻던 엄마처럼
탈색된 기관지에서 이염같이
묻어 나오는 늙은 엄마 기침 소리를
등지고 쌀을 씻는다

짧은 겨울 볕을 다 써버린 채
부엌 쪽창에 희미하게 기댄
박명을 얹어 제법 따뜻한 소리로
사람 흉내를 내는 밥솥에
쌀을 안친다

한 번도 낡은 적 없는 어둠을
끌어당기듯 오래전 낡은
밥상다리를 펼치고 이웃에게서
얻은 김치를 수없이 새겨진
밥상 위 상처처럼 길게 길게
찢어 밥을 먹는다

허릿병이 심해진 엄마는
앉은뱅이 의자에 겨우 앉아
서툰 밥상에도 군말 없이 수저를 든다
암전 같이 내린 이 어둠을 갈라보면
내 이마에 손을 얹고 생선 살을 발라
숟가락에 올려주던 허리 꼿꼿한
그 여자가 있을 법도 한 저녁” <신열을 앓던 저녁>

화자가 아이였을 때 화자를 보살피던 엄마가
이제 노인이 되어 화자의 돌봄을 받는다.

생선 살을 발라 올려주던 보살핌이 이웃에게서 얻어 찢은 김치로 전락한

그 쓸쓸한 모자의 사랑.

‘사는 일의 절반은 한숨이고 나머지는
신음’

‘하나같이 살기 위해 버리고 옮겨가는
헐렁해서 채워지지 않는 일생들‘

’지겹고 쓸쓸했을
가난한 생’

에 사무친다.
아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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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담긴 지리이야기
임은진 외 지음 / 푸른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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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청소년 대상의 책인 듯한데
누구나 읽을 만한 내용이다.
주제가 너무 퍼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오히려 다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 세계에서 악의 축의 하나인 이스라엘의 장벽을 비판하는 뱅크시가 가장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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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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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재밌다.
뇌신경과학뿐 아니라 여러 과학 얘기가 나오는데, 술술 읽힌다.
청어 축제며 뉴욕 시내 양치류 탐사 등
늙지 않는, 왕성한 호기심과 연결이다.
이런 분이 많아야 세상이 덜 싱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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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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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얘긴데
눈시울이 젖는다.
서술이 적고
묘사와 대사가 많다.
더욱 진하게 느낀다.
정갈한 집
마른 건초 냄새
내세우지 않는 배려
말하지 않는 슬픔
당나라 시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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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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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답다.
노랑무늬영원.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무섭게 생겼다.
‘늦은 여름의 플라타너스잎들이 소리 없이 몸을 뒤집고 있’듯이 딱잡아 말하기 어렵고 다채로운 빛깔이다.
‘돋아난… 작은 새 손’을 응원한다.
역시
위로받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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