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는 순간 - 안희연의 여행 2005~2025
안희연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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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7/06 -2025/07/10


안희연님은 알쓸신잡에서 처음 봤다. 

시란 사람들에게 고통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책을 골라서 읽었다. 시집이 아니라 기행문이라는 게 함정..

본인의 20년 여행를 모아 쓴 책이라고 한다. 

시인이 보는 여행장소와 느낌은 일반인이 내가 보고 느끼는 것과 확실히 달랐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의 뷰도 내가 찍었던 사진과 달랐다. 

그 다름을 표현하기에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양이 너무나 적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느낄 수 밖에.. 

느낌은 찰나에 지나가고 다시 복귀할 수 없어서 서글프다. 

느낌을 저장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풍성한 삶일텐데.. 

어쩌면 저장할 수 없어서 더 찬란하고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반면 시인은 그 느낌과 찰나의 감정을 시어로 담는다. 그래서 시를 읽나보다.

시인의 여행을 훔쳐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기행문 좀 써야 할텐데...


p20 과거의 장면을 읽고 쓰면서 우리는 남은 날들을 채워갑니다. 때론 과거의 문장 한가운데에 취소 선을 긋고 새 문장을 적어넣으며 시간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실패했다가도 돌아오고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여행이라 부르면서요

p36 모든 이별에는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남겨지고 버려지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등은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이를 악물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p42 그는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값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만류하며 “여행자의 행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행자의 행운… 곱씹을수록 달콤해지는 말이었다.

p99 바람이 분다. 살라야겠다는 시구로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던 시인. 그때것 그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어쩐지 저 구절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110 그녀는 1965년 1월 10일에 죽었고 나는 지금 그 겨울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여름에 도착해 있지만 우리가 다른 장소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p121 내게 페소아는 다른 존재가 되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었고 자유분방하고 천진난만한 심성을 지닌 작가였다.

p129 이 이상한 느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의 작품을 흝어가던 중에 사쿤탈라를 만났다. 로뎅과 자신의 사랑을 조각한 것이라던 사쿤탈라 앞에 서는 순간 정수리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무릎이 꺾이는 느낌이었다

p144 그후로도 나는 수 년간 보들레를 원망해야 했으나(아내 내가 파리까지 가서 간청했건만 또 나를 떨어뜨렸단 말이냐!) 이제는 안다. 그가 나를 단련시켰던 것임을. 그에게 편지를 건네고 꼬박 육 년 뒤, 나는 정말 시인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언어의 주술적인 힘을 믿는다.

p155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세)고 했던가. 그렇게 참담한 기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쪼록 마음이 이상했다.

p170 그대 거기가 아닌 지금 여기 생생하게 다가오는 가슴 저린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기력함을 느꼈다.

p193 여주인공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기라도 하면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고 갑자기 스크린 앞으로 달려나가 춤을 췄다. 주인공들이 노래라도 부르기 시작하면 무려 떼창, 그렇다. 떼창을 하는 것이다.

p211 절의 예법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내게 “그간 여행하며 절집에 많이 다녔다면서 겉만 보고 다녔습니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구하는지를 봐야히죠” 하셨고, 옷을 얇게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시곤 “그러게 왜 옷을 얇게 입습니까. 몸이 아프면 잘 돌봐주고, 옷도 입혀주고, 때 되면 밥도 먹여주고, 약도 먹여주셔야지요. 자동차를 잘 굴려야 길을 가지 않겠습니까, 애기 보살” 하셨다.

p241 사랑이 한 사람을 두 눈 속에 담는 일이라면 페와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랑을 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랑은 만년설이었고 그에겐 눈꺼풀이 없으므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p266 그렇게 나는 두번째 삶을 시작했다. 단순하고 순진했던 믿음을 깨부수고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믿음을 받아안았다. 달라질 게 없는 이곳에서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없이 시를 쓰고 삼시 세끼 밥을 먹는다. 이 삶의 성공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오히려 더 허무하고 무기력할까봐 두렵다. 그렇지만 이런 건 어떨까. 믿음이 거세된 믿음, 무가치한 것을 쌓아 만든 견고한 성벽

p269 글 쓰는 거 힘들지? 원래 생각의 초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은 대개 거칠고 성길 때가 많아. 그렇더라도 쓰는 행위 자체에 제동을 걸어선 안돼. 일단 한두 방울쯤 그냥 흘려보내는 마음으로 쓰는 거야. 그러다보면 필요한 문장들이 도착하는 순간도 오겠지.

p280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 걸까. 세상 모든 창작물은 고정불변의 무엇이 아니라 일종의 가건물, 조립식 컨테이너, 철거 비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부수고 쌓는 전 과정이 노래이고 춤이다. 그러니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여,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떠한가. 의미는 그다음 문제다. 일단 노래하라, 계수나무 바람에 흔들리듯이.

p315 시간이 흘러 이제 그런 여행은 예전만큼 즐겁지도 가능하지도 않게 되었다. 너무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한 탓에 웬만한 장면에는 감동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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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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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4/14 -2025/07/08


이렇게 오래 읽을 책은 아닌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이 책은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점심시간에 읽었는데 회사에서 점심약속이 많다보니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정보에 대한 빅히스토리같은 책이고,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인류의 위험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다. 

인류를 능가하는 지능과 능력을 가진 존재의 출현은 당연히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수많은 SF영화의 주제였으니까.. 

큰 문제가 없다면 인류는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피해를 입는 인류가 나오겠지.. 

제발 내가 아니고 우리 가족이 그런 피해자가 아니길 빈다... 

크나큰 변화의 시기에 별일없이 사는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p8 늙은 마법사가 돌아오자 제자는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제가 불러낸 영혼들, 이제 다시는 떨쳐낼 수 없군요” 마법사는 즉시 주문을 풀고 물난리를 멈춘다. 제자와 인류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을 함부로 불러내면 안 된다.

p10 통제할 수 없는 힘을 물러내는 인간의 경향은 개인 심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대규모로 협력하는 우리 종의 독특한 특징에서 비롯한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인간은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막대한 힘을 얻지만 바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그 방식 대문에 애초에 힘을 지헤롭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p20 만일 21세기의 전체주의 네트워크가 세계 정복에 성공한다면, 그때 전체주의를 운영하는 주체는 인간 독재자가 아니라 비인간 지능일 것이다.

p21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p22 호모 데우스가 출간된 후 수년 동안 변화의 속도는 오직 가속화되었을 뿐이며, 힘은 실제로 인간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따. 예술을 창조하고 인간인 척 가장하는 알고리즘, 우리 삶의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우리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알고리즘처럼 2016년에는 과학소설처럼 들렸던 시나리오들이 2024년에 이르러 일상이 되었다.

p27 직접 연구한 것만 믿으라는 말은 어뜻 과학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상 객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4장에서 살펴보겠지만, 과학은 개인적인 탐구가 아니라 제도적인 협업이다.

p31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은 현재의 정보 기술이 AI의 무엇이 새로운지, 그것이 과거의 인쇄술이나 라디오와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지, 그리고 미래의 AI 독재가 어떤 면에서 우리가 과거에 본 어떤 것과도 완전히 다를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p43 나는 순진한 정보관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하지만, 진실이 현실을 정화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입장은 정보의 대부분은 현실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며 정보를 정의하는 기준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라는 것이다.

p61 브랜드는 특정 종류의 이야기다. 상품을 브랜딩한다는 것은 그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뜻이다. 이야기는 상품의 실제 품질과는 거의 관계가 없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듣고 해당 상품을 떠올린다.

p68 2010년에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샀다. 그것은 비트코인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공식적인 상거래였고, 이제와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자였다.

p73 마르크스주의 관점은 냉소적일 뿐만 아니라 틀렸다. 물질적 이해관계가 십자군 전쟁, 제1차 세계대전, 이라크 전쟁 등 인간의 분쟁들 대부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종교, 민족주의 자유주의 이상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p81 미국 헌법은 우리 합중국 국민은이라고 시작한다. 인간이 작성한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수정할 권한을 인간에게 부여한다. 십계명은 “너희 하나님은 나 야훼다”로 시작한다. 즉 신적 기원을 주장함으로써 인간이 수정할 여지를 차단한다. 그 결과 성경 텍스트는 지금도 여전히 노예제를 지지한다.

p100 또한 관료들은 현실을 경직된 사람으로 나누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미칠 광범위한 영향은 고려하지 못하고 좁은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p102 진화는 관료주의적 도식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진화의 핵심은 종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므로, 각각의 종을 하나의 고정된 사람에 넣는다는 사실 자체가 생물학적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p116 대부분의 할리우드와 발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부채담보부증권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21세기에도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사실상 영웅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괴물과 싸우는 석기시대 이야기다.

p140 미시나가 정경화되어 사본이 만들어지자마자 유대인들은 미시나의 올바른 해석을 두고 논쟁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미시나의 해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5,6세기에 세 번째 거룩한 책 탈무드로 정경화되었지만, 유대인들은 또다시 탈무드의 해석에 동의하지 못했다.

p1 마법에 대한 중세 교회의 공식 입장이 담긴 문서로 자주 인용되는 10세기 문헌 종교법령에 따르면, 마법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대부분 환상이며 마법에 대한 믿음은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미신이었다. 유럽의 마녀사냥 광풍은 중세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근대적 현상이었다.

p167 근대초 유럽을 휩쓴 마녀 광풍의 역사는 정보 흐름의 장벽을 없앤다고 해서 진실된 정보가 확산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짓과 환상이 확산되어 유해한 정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그만큼이나 쉽다.

p179 과학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제도적 실수를 기꺼이 시인하는 태도 덕분이다. 일단 증거가 확인되면 정설로 인정되던 이론이 몇 세대 내에 폐기되고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된다. 21세기 초 대학에서 생물학, 인류학,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은 한 세기 전에 배웠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p190 독재는 강력한 자정 장치가 없는 중앙 집중화된 정보 네트워크다. 반면 민주주의는 강력한 자정 장치를 갖춘 분산된 정보네트워크다.

p193 민주주의는 숫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민주적 네트워크에 필수적인 자정 장치 중 하나를 해체하는 것과 같다.

p197 정부가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살인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무정부 상태일 것이다

p203 포퓰리스트들은 표를 많이 받지 못해도 여전히 자신들만이 국민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유사 사례로 공산당을 들 수 있다.

p205 그렇다면 누가 국민이고 누가 국민이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지도자를 지지하면 국민이다. 독일 정치철학자 얀베르나 뮐러에 따르면 그것이 포퓰리즘의 핵심이다. 즉 포퓰리스트는 자신만이 국민을 대변하며 의견이 다른 사람은 누구든 (국가 관료든, 소수 집단이든, 심지어 과반수의 투표자일지라도) 허위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진짜 국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p232 2장에서 언급했듯이 건국의 아버지들은 노예제를 지지하고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등 엄청난 실수를 범했지만, 동시에 후손들이 이런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했다. 이것야말로 그들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p236 전체주의는 전국의 모든 사람이 매일 매 순간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통제하려는 시도다. 심지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도 통제할 수 있다.

p244 전체주의의 세 부분은 병렬적으로 운영되었다. 민주주의가 서로를 견제하는 중첩되는 자정 장치를 둠으로써 유지되듯이, 현대 전체주의는 서로를 통제하는 중첩되는 감시 장치를 두었다.

p255 백해-발트해 운하 건설과 북극 지역 광산 개발 등 수많은 악명 높은 국책 사업이 수백만 죄수들의 노동력으로 달성되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쿨라크였다. 이는 역사상 가장 신속하고 큰 규모로 진행된 노예화 작전 중 하나였다.

p265 나는 2019년에 체르노빌을 둘러보러 갔을 당시 원전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던 우크라이나인 가이드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인은 질문을 하면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라지만, 소련 시민들은 질문을 하면 곤란에 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p273 스탈린주의는 연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진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 덕분에 거대한 규모의 질서를 월등히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p280 21세기에 정치가 분열된다면,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분열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분열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실리콘 장막은 민주주의 체제를 전체주의 체제와 분리하는 대신, 모든 인류를 불가해한 알고리즘 지배자와 분리할 것이다.

p288 미얀마 인구의 90퍼센트에 육박하는 불교도들은 자신들이 쫓겨나거나 소수 집단이 될까봐 두려워했다. 이런 선전 공세가 없었다면,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ARSA의 몇 차례 공격에 전체 로힝야족을 겨냥한 총력전으로 맞대응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그런 선전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p290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의 뉴스 피드 상단에 무엇을 배치할지, 어떤 콘텐츠를 홍보할지, 어느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라고 추천할지 결정했다. p292 알고리즘은 수백만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분노가 참여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간은 자비를 가르치는 법문보다 증오로 가득한 음모론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은 사용자 참여도를 늘리기 위해 분노를 퍼뜨리는 운명적인 결정을 내렸다

p293 기계가 이렇게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것이 AI의 특징이다. 알고리즘의 책임이 단 1퍼센트라 해도, 이 사건은 비인간지능이 내린 결정 때문에 일어난 사상 최초의 민족 청소 운동이다.

p296 의식이 없는 페이스북 알고리즘도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다. 그런 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기로 결정할 수 있다.

p302 컴퓨터는 관료제에 능통해서, 자동으로 법안을 작성하고 법률 위반을 감시하고, 법적 허점을 찾아내는데 초인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p314 단순한 비유로, 우리가 지금 인류가 축축한 점토에 막대기로 기호를 새기는 방법을 처음 생각해낸 지 80년이 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시점에 우리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성경의 히미, 소련 NKVD의 기록 보관소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p317 앞선 논의에서 명백히 확인된 이유들 대문에 이제는 AI를 이질적인 지능의 약자로 간주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AI는 진화함에 따라 (인간 설계에 대한 의존도 측면에서) 덜 인공적이 되고 더 이질적으로 변한다

p320 2022년에 최고 기술 기업들은 미국에 로비하는 비용으로 거의 7,000만 달러를 썼고, 유럽연합 기관에 로비하는 비용으로 1억 1,300만 유로를 썼다. 이는 석유 회사와 제약 회사가 지출한 로비 비용을 앞지르는 액수다.

p327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졸업생 중 제2의 오드리 탕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몇 배 많은 사람들이 제2의 잡스, 저커버그, 머스크가 되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민간 기업을 창업하고 싶어 할 것이다.

p340 오늘날 스마트폰은 때때로 그렇게 한다. 게다가 이오시페스쿠가 뉴스를 읽고,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먹을거리를 사는 것처럼 컴퓨터의 도움 없이 했던 활동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금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네트워크는 우리가 뭘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훨씬 알아내기 쉽다.

p347 인간의 뇌 안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점점 실현 가능한 일이 되고 있지만, 그러한 데이터를 인간의 비밀을 해독하는 데 사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p331 FBI는 차량 번호판이 찍힌 영상을 토대로, 뉴욕에 사는 한 남성이 1월 6일 아침 6시 6분 8초에 헨리 허드슨 브리지를 건건 순간부터 그날 밤 23시 59분 22초에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했다.

p359 트립어드바이저는 카메라나 스파이웨어에 투자할 필요도, 고도로 정교한 생체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할 필요도 없다. 수백만 명의 인간 이용자들이 회사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고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트립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이 하는 일은 인간이 매긴 점수를 집계하여 웹에 게시하는 것뿐이다.

p362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점수화하기 위한 비화폐 시스템이 존재했는데, 이것은 명예, 지위, 평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사회신용 시스템의 목적은 평판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p364 사회신용 시스템은 전체주의적 통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있다.

p370 양자역학에서는 아원자 입자를 관찰하는 행위가 입자의 행동을 바꾼다. 인간의 관찰 행위도 마찬가지다. 관찰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영향력도 커진다.

p372 관심을 놓고 경쟁하는 유튜버들은 거짓말로 가득한 터무니없는 영상을 올리면 알고리즘이 수많은 이용자에게 그것을 추천해주고 따라서 인기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분노의 강도를 낮추고 진실을 보여주면 알고리즘은 그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알고리즘이 이런 식으로 강화 학습을 제공한 지 몇 달 만에 많은 유튜버가 트롤로 변신했다.

p379 저울을 진실 쪽으로 기울이려면, 정보 네트워크가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강력한 자정 장치를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런 자정 장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진실을 얻고 싶다면 반드시 그것에 투자해야 한다.

p381 인스턴트 아티클이 출시되자 “미얀마에서 하루아침에 낚시성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자극적인 흥미 유발용 콘텐츠를 만드는 레시피만 알면 페이스북으로부터 매달 수천 달러의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는 평균 월급의 열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p386 나폴레옹은 기존의 구조를 해체하여 독일인들과 이탈리아인들에게 민족 통합의 경험을 맛보게 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독일과 이탈리아의 최종 통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p390 보스트롬이 지적하고 싶었던 점은 컴퓨터의 문제는 특별히 사악하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강력하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컴퓨터가 강력해질수록 우리가 컴퓨터의 목표를 정의할 때 궁극적인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p391 보스트롬의 사고실험은 컴퓨터의 경우 정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두 번째 이유를 강조한다. 컴퓨터는 유기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도 떠오른 적이 없어서 우리가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전략들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p392 목표는 B인데 A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정렬 문제의 본질이다.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는 행위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다.

p394 컴퓨터 네트워크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왜 불가능한지 이해하기 위해 클아우제비츠의 전쟁론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합리성을 부합성과 동일시하는 그의 논리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은 모든 행동은 궁극적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그런 목표를 정의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p404 동성애는 자연 질서에 위배되며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만든다는 견해는 아이히만 같은 나치가 강제수용소의 동성애자들을 살해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동성애자들은 동물보다 낮은 수준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인간을 살해하며 안 된다는 칸트의 보편 법칙은 동성애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p417 이 시스템은 친사회적 행동과 반사회적 행동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까? 만일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외국 문헌을 읽거나, 소수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거나 저신용자들과 어울릴 때마다 신용 점수를 차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p418 안타깝게도, 수많은 연구는 컴퓨터도 대개 뿌리 깊은 자체 편향을 가지고 있다느 ㄴ사실을 보여주었다. 컴퓨터는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며, 의식도 없지만, 디지털 마음과 비슷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종의 상호 컴퓨터 신화도 가지고 있다.

p423 불행히도 실제 회사들이 이미 어떤 종류의 편향에 물들어 있다면, 아기 알고리즘은 이런 편향을 학습하고 심지어 증폭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데이터를 통해 좋은 직원의 패턴을 찾으며 학습한 알고리즘은 다른 조건이야 어떻든 사장의 조카를 채용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사장의 조카가 지원하면 대개는 채용되며 거의 해고되지 않는다는 것을 데이터가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p433 신기술의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클지라도, 해피엔딩에 이르는 길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따른다. 새로운 기술은 종종 역사적 재앙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그 기술이 본질적으로 나빠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p436 인류 문명의 생존도 위태롭다. 우리가 생태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산업사회를 건설한 능력은 아직 없어 보이므로, 지금의 인류 세대가 그토록 자랑하는 번영은 다른 생명체와 미래 인류 세대의 희생이라는 끔직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다.

p449 설거지나 간호가 영원히 자동화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2050년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지적 능력 못지 않게 운동 능력과 사회성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p457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것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처음부터 새로 건설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이 관점이 옳든 그르든, 이는 보수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혁명이다. 보수의 자멸에 진보는 경악했고, 미국 민주당 같은 진보 정당들은 구질서와 기존 제도를 수호하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p464 COMPAS 알고리즘은 노스포인트사의 사적 자산이었는데, 회사는 알고리즘의 방법론이 영업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어떻게 그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면 루미스나 판사가 그 알고리즘이 편향이나 오류가 없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p467 너무 이례적인 수라서 이세돌은 응수하기까지 15분이나 걸렸고 심지어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에서 걷기까지 했다. 통제실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그 긴장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실수처럼 보였던 수가 결정적인 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p483 화폐 위조에 적용되는 원칙이 인간을 위조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화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똑같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p490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이 기술이야말로 전 세게의 스탈린들이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AI는 기술적으로 힘의 균형을 전체주의에 유리하게 기울일 수 있다. 실제로 정보가 밀려들 때 인간은 압도되어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지만, AI는 효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AI는 정보와 의사 결정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p496 일전에 체르노빌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가이드가 내게 말했듯이,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은 질문하면 고난에 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란다. 하지만 ‘질문하면 곤란에 처한다’는 원리에 따라 알고리즘을 훈련한다면 알고리즘이 어떻게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p498 위대한 지도자는 감시 및 안보 알고리즘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결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알고리즘을 믿지 않으면 국방 장관에게 암살당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알고리즘을 믿고 국방 장관을 숙청하면 알고리즘의 꼭두각시가 된다.

p508 카타르 같은 다른 소규모 국가들은 지정학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카타르는 인구가 겨우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중동에서 야심 찬 외교 목표를 추구하며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아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알자지라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p514 이스라엘은 이를 이용해 이스라엘 군이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사용할 레드 울프, 블루 울프, 울프팩 같은 앱들을 개발했다. 이란에서는, 고양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이 히잡 법 집행을 위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자동 인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p531 나는 생활과 관계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옮김으로써, 중력에 의해 활동을 제약받고 불완전한 육체에 시달려야 하는 유기적 세게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누릴 수 있다. 이곳은 생물학 법칙과 심지어는 물리 법칙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p545 2010년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료 예산이 국방 예산보다 많다는 사실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결과였으며, 이전 세대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로 들렸을거다

p551 냉소적인 사람들은 탄 슈웨와 네타냐후가 역사적 사실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모종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있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 목표야말로 역사에 대한 깊은 신념에서 나온다

p556 세금 기록, 거룩한 책, 정치 선언문, 비밀경찰 파일 들은 강력한 교회를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런 강력한 정보 네트워크는 왜곡된 세계관을 가지고 권력을 남용하기 쉽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마녀사냥이 극성을 부리기 싶다.

p560 정글의 법칙이 신화인 것처럼, 역사의 호가 정의를 향해 휘어진다는 생각도 신화다. 역사는 여러 방향으로 휘어져 매우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철저히 열려있는 원호다

p568 하라리의 가장 큰 걱정은 이런 낯선 지능이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p571 하라리는 흥미진진한 글로 독자를 몰입시키지만, 정작 자신은 세속적인 생활과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매일 두 시간씩 명상하며, 매년 한 달 이상 수행하며 침묵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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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 독일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삶의 기록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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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 박성숙

 : 21세기 북스

읽은기간 : 2025/06/13 -2025/07/08


이 시리즈가 재미있다.. 

독일편도 역시 재미있다. 독일에 거주하고 계신 박성숙님의 글이니 더 신뢰가 가고 더 재미있다. 

소도시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책이 맘에 들고 좋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p18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아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던 도시 하멜른, 브레멘 음악대의 나팔 소리가 울리는 브레멘, 숲 속에 공주가 잠자는 도시 자바부르크, 신데렐라가 살던 성이 있는 폴레, 라푼젤의 트렌델부르크, 거위 치는 소녀가 살았던 괴팅겐, 수없이 펼쳐진 신기한 이야기의 세계가 동화가도를 따라 연결된다.

p32 들어갈 때는 별생각 없었지만 실내를 둘러보니 탁자며 장식이며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특별해 보였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500년 된 박물관 건물 아래층 카페라고 했다. 카페가 들어있는 건물의 역사를 알고 나니 커피 맛이 갑자기 깊어지면서 들어오는 손님도 달라보였다. 인간의 안목이란 이렇게나 간사하고 경박한 것인가보다

p44 휴가란 조용히 쉬면서 삶의 여유를 향유하는 시간이지, 들떠서 우왕좌왕 먹고 마시는 놀이 문화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40년 넘게 그렇게 살아온 나는 피서지에서만이라도 마음을 열고 밤을 새우며 즐기고 싶어진다.

p59 교회를 암벽등방 연습장으로 만든다니, 좀 황당한 발상이지만 지붕이 높게 설게된 유럽의 교회는 실내 암벽등반 시설로 바꾸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p71 가끔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눈에 띄지만 특별 대접을 받지 못하고 그저 그런 아이들과 섞여서 하다 보니, 확실하게 크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사장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목격했다. 이 나라는 학교 공부처럼 운동도 역시 월등한 단 한 사람의 엘리트 선수를 키우기보다는 함께 즐기며 협력하는 팀워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p82 수로 공사 전에는 3-4일 걸려야 상류에서 중류까지 도착하던 강물이 지금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했던 홍수가 요즘은 비가 약간만 많이 오면 2-3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무덥 속에 들어가 있을 조상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p94 독일인들은 조용한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그런 음악을 트는 것도 실례였다. 국민가용인 폴크스 뮤직 역시도 한국의 트로트처럼 처량한 가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명랑하고 경쾌하다.

p111 서울을 다녀왔다는 독일인에게 “서울은 온통 새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과 독일 시가지의 차이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표현이다.

p121 29세의 마르크스와 27세의 엥겔스, 젊은 두 청년이 쓴 선언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공산당 선언. 지금도 이 글을 읽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뛸 것이다. 혁명적 기운이 넘치는 문장의 파워를 떠나서도 이 글을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출신 성분을 타파하자고 목청을 높인 두 청년의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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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 삶이 풍요로워지는 여덟 번의 동양 고전 수업
강경희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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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 강경희

 : 포레스트 북스

읽은기간 : 2025/06/20 -2025/06/26


어렸을 때 많이 듣던 4서3경. 동양의 고전이라 하면 역시 4서3경이지.

장자, 논어, 사기, 시경, 주역 등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있는 동양의 고전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현대인들은 무겁고 진지한 것을 싫어해서인지 가볍고 힐링의 느낌으로 책이 씌여진 느낌이다. 

원전의 무게감과 현대인의 해석의 편안함 사이에서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좋은건지 약간 당황스러웠다. 

무게감에 비해 읽기가 수월해서 좋기는 한데 이렇게 수월해도 되는 건지 죄책감도(?) 든다. 

어쩌면 그 편안함때문에 시경과 주역에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p17 학식이 매우 넓고 깊어 이르지 못하는 데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가 세상에 쓰이지 못했던 것은 “언사가 거센 물결처럼 자유분방해 왕공대인들로부터 훌륭한 인재로 평가받지 못했”던 탓이다. 그의 사상은 당시 기득권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매우 진보적이었다.

p23 장자는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과장이 심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한 동양철학서 중의 하나로 알려진 까닭에 막연히 철학 논문같은 담론을 기대한 사람들은 많이 놀랄 수도 있다.

p29 이처럼 각각의 존재는 자신이 처한 시공간에서 각자가 속한 세계의 규칙을 내면화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구축한다. 장자는 이것을 성심이라 불렀다. 성심이란 이미 만들어진 마음이라는 뜻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성심을 가지고 있다.

p35 대신 제안이 원숭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p56 맹자는 예의 죽음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예가 활쏘기라는 기술과 지식만 가르치고 사람다움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재앙을 당했다는 것이다.

p75 이처럼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에도 수없이 많은 우연성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세인의 인정이란 세인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도를 낮추어 세상과 타협하려다 보면 결국 자신의 도를 포기하는 데에 이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공에게 “너의 뜻이 원대하지 못하다”라고 나무랐다.

p77 군자다운 사람은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도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법이다.

p92 부가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채찍 잡는 일일지라도 내 기꺼이 하겠다. 그러나 구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논어, 술이)

p106 그의 벼슬길에는 조정 재임, 지방 전출, 유배라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삼십 년이 채 안 되는 관직 생활 가운데, 공무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안치소를 떠날 수도 없는 상태로 귀양살이한 세월이 대략 십삼 년쯤이다. 그러므로 그의 환도는 유배로 인한 유랑의 세월이 거의 반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고통을 겪은 유배 시기에 그의 문학은 가장 찬란하게 꽃피웠고, 그의 정신적 경지는 가장 빛났다.

p108 강이 깊으니 불고기가 맛나겠고, 대숲이 온 산을 덮었으니 죽순도 맛있겠다니, 이것이 유배당한 사람의 눈에 비친 풍경이라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놀러온 사람의 눈에 보이는 풍경일 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p131 나의 삶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중 일부만 현실이었다라고 했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2퍼센트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p163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진실로 중하게 여긴다. 하찮은 인간들이나 비분하여 자살하곤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용기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실력이 없기 때문에 계획을 바꿔서 실현할 용기가 없는 것뿐이다.

p170 사마천은 춘추가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의 옳고 그름, 선함과 악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정의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며, 그것을 거울삼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이해했다.

p183 포숙은 바로 그런 관중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탐욕스럽다, 모자란다, 비겁하다, 수치를 모르는 배신자다 등 세인이 관중에게 던진 모든 비난 뒤에서 감히 발화되지 못한 관중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준 사람은 오직 포숙분이었다. 훗날 관중이 재상이 되어 눈부신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포숙이 있었기 때문이다.

p192 포숙의 자손은 대대로 제나라에서 녹을 받고 십여 대에 걸쳐 봉읍을 소유했으며, 늘 유명한 대부가 되었다. 천하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포숙이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것을 칭찬했다.

p212 세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가슴에 갇혀 몰래 앓는 신음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결국 심장을 산산조각내는 법이니 슬프에 언어를 주어라라고 했다.

p226 치유로서의 시 쓰기를 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현재 느끼고 있는 고통으로 인한 감정의 세밀한 결을 집요하게 만나고 할 수 있는 한 자세하게 묘사해야 한다. 둘째, 분노, 원망, 슬픔 등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셋째, 욕설과 비속어 사용을 의식적으로 피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마음속에서 나오는 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p243 맨 마지막 구의 원문 논비홍수는 가는 봄의 처연함을 네 글자로 압축시킨 명구로 오랫동안 많은 시인의 격찬을 받았다. 살질 비와 수척할 수자의 대비를 통해 시들어가는 꽃에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변화해가는 사람의 모습을 겹쳐놓은 그 솜씨,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해가는 꽃빛 그리고 그 위에 청춘의 빛을 잃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어린다.

p270 주역은 이미 결정된 숙명을 예측해서 보여주는 대신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선의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통해 길흉회린의 결과를 만드는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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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 - 정치와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학 지도
임주영 지음 / 민들레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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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

 : 임주영

 : 민들레북

읽은기간 : 2025/06/15 -2025/06/20


처음 기대했던 내용은 경제신문의 내용을 비판하거나, 큰 주제를 잡아서 이론적인 내용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내용은 경제칼럼을 읽는 느낌이었다. 

어느 챕터부터 읽어도 부담이 없다. 

경제신문들이 재벌지원을 받아 만들어지다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재벌편향적이고 반노동자적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상당수 부분은 재벌이나 기득권을 옹호하는 내용비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맞다. 

과도한 친재벌편향으로 인해 나도 경제신문을 안본지 20년이 넘은것 같다. 요즘도 경제신문은 넘겨볼 뿐, 차분하게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경제를 꿰뚫어볼만한 눈도 없으니 여러 경제 블로거들의 글을 읽거나 회사에서 모아주는 신문의 보도자료들, 금감원등 경제부처의 보도자료들 정도가 내가 읽어보는 경제지식의 전부다. 

가끔 이런 책을 통해서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을 읽어보게 된다. 

경제라는 것이 정답을 찾기가 어려우니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좋다. 

그 다양한 분의 의견중 하나로 받으면 좋다.. 


p20 세계적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은 낙수효과의 실패를 지적하고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 개념인 포용적 성장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낙수효가는 허구이며 거짓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한 것입니다.

p28 사이먼 쿠즈네츠도 이미 50년 전에 GDP의 한계와 부작용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남겼는데, GDP에 집착하면 소득 분배다 삶의 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p31 평일 하루 휴가를 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거나 아이들과 집에서 행복하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GDP는 오히려 내려갑니다. 인생의 행복을 GDP는 알지 못합니다.

p49 경제학에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가정을 전제로 계산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낸 이론이 수없이 많습니다. 수많은 경제학 이론에 이런 조건이 붙습니다. oo는 없다고 가정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세테리스 페러버스라 합니다.

p54 우리나라 1년 GDP를 2천조 원으로 본다면 무려 100조 원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말이죠. 달리 말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 등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를 엄벌레 처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소득이 100조원이나 증가하고 일자리가 33만 개 이상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p80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의 황금기를 1987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으로 봅니다. 10년 동안 평균 경제 성장률이 무려 8%가 넘었습니다. 물론 3저 현상(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바로 아마르티아 센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에서 실질적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p96 베블런은 가난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수화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그 이유는 유한계급과는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하루를 살아내기도 매우 힘듭니다. 내일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p107 대처가 퇴임한 1990년에는 영국 어린이 중 무려 28%가 빈곤선 이하의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영국이 자랑했던 복지시스템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온데간데없이, 가난이 그 자릴 대신했습니다. 가난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속되고 잇었습니다.

p181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대한민국이 7번째로 30-50 클럽 국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5년 이탈리아가 30-50 클럽에 가입된 이후 무려 13년 만입니다. 1950년대 1인당 국민소득 겨우 67달러에서 이룬 거짓말 같은 쾌거입니다.

p205 OECD와 IMF 모두 기존에 2% 중반대 성장률을 전망했다가 최근에는 1%대 중반대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주된 이유로 수출과 내수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 성장률 및 주요 선진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 중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 경제 성장률은 올라가는데 우리만 내려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25년 만에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에도 뒤쳐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p283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난 뒤에야 겨우 인플레이션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1983년이 되어서야 인플레이션은 2.36%까지 떨어졌습니다. 거의 모든 곳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고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이처럼 잔인하고 무섭습니다.

p288 최근 연준의 모습은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번 좀비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치 않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좀비 인플레이션은 때려잡겠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참혹한 희생을 요구할 지 알 수 없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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