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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 삶이 풍요로워지는 여덟 번의 동양 고전 수업
강경희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제목 :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작가 : 강경희
출판사 : 포레스트 북스
읽은기간 : 2025/06/20 -2025/06/26
어렸을 때 많이 듣던 4서3경. 동양의 고전이라 하면 역시 4서3경이지.
장자, 논어, 사기, 시경, 주역 등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있는 동양의 고전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현대인들은 무겁고 진지한 것을 싫어해서인지 가볍고 힐링의 느낌으로 책이 씌여진 느낌이다.
원전의 무게감과 현대인의 해석의 편안함 사이에서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좋은건지 약간 당황스러웠다.
무게감에 비해 읽기가 수월해서 좋기는 한데 이렇게 수월해도 되는 건지 죄책감도(?) 든다.
어쩌면 그 편안함때문에 시경과 주역에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p17 학식이 매우 넓고 깊어 이르지 못하는 데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가 세상에 쓰이지 못했던 것은 “언사가 거센 물결처럼 자유분방해 왕공대인들로부터 훌륭한 인재로 평가받지 못했”던 탓이다. 그의 사상은 당시 기득권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매우 진보적이었다.
p23 장자는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과장이 심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한 동양철학서 중의 하나로 알려진 까닭에 막연히 철학 논문같은 담론을 기대한 사람들은 많이 놀랄 수도 있다.
p29 이처럼 각각의 존재는 자신이 처한 시공간에서 각자가 속한 세계의 규칙을 내면화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구축한다. 장자는 이것을 성심이라 불렀다. 성심이란 이미 만들어진 마음이라는 뜻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성심을 가지고 있다.
p35 대신 제안이 원숭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p56 맹자는 예의 죽음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예가 활쏘기라는 기술과 지식만 가르치고 사람다움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재앙을 당했다는 것이다.
p75 이처럼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에도 수없이 많은 우연성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세인의 인정이란 세인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도를 낮추어 세상과 타협하려다 보면 결국 자신의 도를 포기하는 데에 이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공에게 “너의 뜻이 원대하지 못하다”라고 나무랐다.
p77 군자다운 사람은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도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법이다.
p92 부가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채찍 잡는 일일지라도 내 기꺼이 하겠다. 그러나 구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논어, 술이)
p106 그의 벼슬길에는 조정 재임, 지방 전출, 유배라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삼십 년이 채 안 되는 관직 생활 가운데, 공무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안치소를 떠날 수도 없는 상태로 귀양살이한 세월이 대략 십삼 년쯤이다. 그러므로 그의 환도는 유배로 인한 유랑의 세월이 거의 반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고통을 겪은 유배 시기에 그의 문학은 가장 찬란하게 꽃피웠고, 그의 정신적 경지는 가장 빛났다.
p108 강이 깊으니 불고기가 맛나겠고, 대숲이 온 산을 덮었으니 죽순도 맛있겠다니, 이것이 유배당한 사람의 눈에 비친 풍경이라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놀러온 사람의 눈에 보이는 풍경일 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p131 나의 삶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중 일부만 현실이었다라고 했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2퍼센트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p163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진실로 중하게 여긴다. 하찮은 인간들이나 비분하여 자살하곤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용기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실력이 없기 때문에 계획을 바꿔서 실현할 용기가 없는 것뿐이다.
p170 사마천은 춘추가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의 옳고 그름, 선함과 악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정의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며, 그것을 거울삼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이해했다.
p183 포숙은 바로 그런 관중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탐욕스럽다, 모자란다, 비겁하다, 수치를 모르는 배신자다 등 세인이 관중에게 던진 모든 비난 뒤에서 감히 발화되지 못한 관중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준 사람은 오직 포숙분이었다. 훗날 관중이 재상이 되어 눈부신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포숙이 있었기 때문이다.
p192 포숙의 자손은 대대로 제나라에서 녹을 받고 십여 대에 걸쳐 봉읍을 소유했으며, 늘 유명한 대부가 되었다. 천하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포숙이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것을 칭찬했다.
p212 세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가슴에 갇혀 몰래 앓는 신음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결국 심장을 산산조각내는 법이니 슬프에 언어를 주어라라고 했다.
p226 치유로서의 시 쓰기를 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현재 느끼고 있는 고통으로 인한 감정의 세밀한 결을 집요하게 만나고 할 수 있는 한 자세하게 묘사해야 한다. 둘째, 분노, 원망, 슬픔 등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셋째, 욕설과 비속어 사용을 의식적으로 피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마음속에서 나오는 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p243 맨 마지막 구의 원문 논비홍수는 가는 봄의 처연함을 네 글자로 압축시킨 명구로 오랫동안 많은 시인의 격찬을 받았다. 살질 비와 수척할 수자의 대비를 통해 시들어가는 꽃에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변화해가는 사람의 모습을 겹쳐놓은 그 솜씨,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해가는 꽃빛 그리고 그 위에 청춘의 빛을 잃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어린다.
p270 주역은 이미 결정된 숙명을 예측해서 보여주는 대신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선의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통해 길흉회린의 결과를 만드는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