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 - 내가 사랑한 가야,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잊혀진 나라 여행기
정은영 지음 / 율리시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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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

 :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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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11 -2025/10/20


알려지지 않은 나라. 가야..

우리나라 고대사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많다보니 항상 신화에 쌓여있다. 

그러다보니 얼토당토 않은 사이비 역사가들의 허풍과 거짓말의 잔치가 계속 벌어진다. 

가야는 더더욱 안 알려진 나라.. 임나일본부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그런 가야를 탐방하는 책이 있다 해서 열심히 읽었다. 

저자는 가야의 영향력이 있는 지역을 매우 넓게 보았다. 

가야의 중심지인 김해, 부산, 고령, 함안 뿐만이 아니라 전주까지도 가야의 영향력 하에 두고 탐방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유물과 유적, 그리고 고고학적 성과가 있었다. 

순장이 있었던 고분도 발굴이 됐고, 많은 고분군과 토기, 철제류가 연구됐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구슬에 꿰어 보배로 만들고 있었다. 

반성한다.. 가야에 대해서 더 배워야갰다.. 

좋은 책을 읽어서 즐겁고 행복하다. 


p7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유물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인간이다. 저자는 역사에 과잉된 내셔널리즘을 투영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수많은 무덤에서 사랑하고 때론 다투던 과거 사람들의 외침을 느낀다.

p29 흉노족 후손이 가야뿐만 아니라 신라를 이끌었다는 주장은 두 개의 비석 문무왕릉비와 대당고김씨부인묘명이 발견되면서 주목받았다. 문무왕릉비에는 흉노족 김일제의 후손이 7대를 이어 내려와라고 되어 있고, 대당고김씨부인모명에는 김씨 부인의 선조가 요동지방으로 피난하고 번성해진 김일제의 후손으로 소개되어 있다.

p40 봉황대가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유적은 회현리 패총이다. 패총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 등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유적으로 그곳이 옛날에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자리다. 봉황대의 회현리 패총은 특히 1907년 우리나라 최초로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진 곳으로 중요한데, 지금도 봉황대 아랫마을 입구에는 이를 기억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

p44 신화는 역사가 놓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다.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여러 세대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소망과 마음이 모여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와 함께 신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p51 이곳의 발굴은 1969년부터 2008년 일단락되기까지 4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오랜 시간의 정성스러운 발굴 결과로 무덤만 총 20여기가 발견되었고 가야토기, 철제무기류, 갑옷, 금동관 등 1만여 점이 넘는 유물이 나왔다. 복천박물관은 복천동 고분에서 나온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1996년 개관한 곳이었다. 미지의 왕국으로 남아 있는 가야의 신비를 풀며, 고대 부산에 있었던 가야 문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p58 덧널무덤의 특징은 덧널의 흔적을 안타깝게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나무의 특성 때문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껴묻거리만 있고 관의 흔적이 없을 때 고고학자는 이를 덧널무덥으로 추정한다. 덧널무덤을 볼 때면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 모든 것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p69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아라가야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함안을 샅샅이 뒤졌다. 1917년 일본의 역사학자 이마니시 류의 첫 발굴, 1918년 야쓰이 세이이치의 말이산 정상 13호분 발굴이 있었다. 이때 발굴된 유물들을 일본인들이 화차로 실어 가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p76 이곳이 일본서기에 기록된 529년 안라고당회의 장소였다는 설이 있다. 안라고당회의는 당시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놀의하기 위해 신라, 왜, 아라가야, 백제가 함께 만난 국제회의로 알려져 있다. 그 회의를 위해 고당을 새로 지었다는 이야기다.

p87 소가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가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의미의 작은 가야라는 설도 있고, 철이 많이 나는 쇠가야가 잘못 전해야 소가야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소가야가 언제 멸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가야 멸망했다는 562년경으로 짐작되고 있다.

p105 해 지는 광경의 아름다움이나 신의 아름다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아! 하고 감탄하는 사람은 벌써 신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p117 해인사에는 대가야 시조 신화의 주인공인 산신 정견모주를 모신 국사단이 있다. 해인사의 국사단은 절을 구성하는 단순한 전각이 아니라 대가야를 지탱했던 성소이다.

p125 지방 박물관들은 흔히 고분을 끼고 있다. 고령의 대가야박물관, 김해의 대성동박물관, 고성의 고성박물관의 입지가 다 그러하다.

p143 일본서기에 512년 있었다는 임나4현 할양 기사는 조심스레 읽어내릴 필요가 있다. 임나 4현은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인데 호남 동부를 아우른다. 백제가 왜에 조공하며 임나 4현을 달라고 해서 주었다는 기록이다. 백제와 왜의 조공과 할양 부분은 왜곡되었지만, 6세기 초 호남 동부가 가야에서 백제로 넘어가는 일단의 과정을 시사한다.

p153 기억나는 것은 청정한 장수의 밤을 강타하는 시원한 물소리였다. 알고 보니 장수는 물의 마을이었다. 금강의 발원지이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우물지인 뜬봉샘이 바로 장수에 있다. 그날 밤 내가 들은 물소리는 깊은 소나무를 뚫고 나오는 세찬 빗소리 같았다.

p162 순천의 가야는 인디언 서머처럼 짧고 굵은 시간이었다. 순천의 가야는 5세기에서 6세기까지 채 100여 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시기를 제외한 대다수 시간은 마한과 백제 문화권에 속했다.

p165 순천은 6세기 백제가 조공을 바쳐 임나5현을 요청하니 왜가 이를 허락했다는 문제의 임나4현으로 거론되는 곳이다. 일본서기의 기록이 맞다면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의 4현이 왜의 땅이었다는 얘기다. 상다리와 하다리는 여수, 모루는 광양으로 비정되고 사타가 바로 순천이었을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다.

p168 우리의 근대에 간송 전형필이 있다면,. 우리의 현대에는 한창기가 있다. 전시실의 카피가 말하듯, 한창기는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이다. 뿌리깊은 나무 박물관이 있어서 순천은 더욱 그리운 곳이 될 것 같다.

p192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된 유물의 10퍼센트가 리움미술관 소장이다. 고미술은 4층 청자, 3층 분청사기, 2층 고서화, 1층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고, 4층에서부터 한 층씩 계단을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층을 다 보는 것도 좋지만, 관심이 있는 층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괜찮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거쳐 나눠보기 방식이다. 4층은 국보와 보물 천지다. 3층에는 호랑이의 눈빛과 털이 생생한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있다.

p202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한 박물관이다. 가야가 생경했던 1998년 개관했으니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가야인의 삶과 생업, 전쟁과 사랑, 철의 제국과 해상강국 등의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놓았다. 김해, 함안, 부산, 창년 발굴 가야 유물들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 금관가야, 아라가야, 비화가야 등 가야 소국들의 유물을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양식과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어 가야 문화 전반에 대한 조망이 가능하다.

p210 굴가마라는 토기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낸 가야인들의 과학정신도 대단하지만, 가야토기는 다양성에서 더욱 빛난다. 여러 가야 소국이 연맹과 네트워크로 작동한 정치체를 운영했던 것의 문화적 결과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데서 창조성과 다양성이 꽃핀다.

p226 5세기 죽막동은 대가야가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으나, 그 땅의 주인은 백제였다. 그 백제 땅에서 주변국의 토기들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백제, 가야, 왜의 토기, 금세공품, 철기들이다. 이 유물들이 서로 섞여 투명박스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국적이 다른 유물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이곳은 국제 해양 제사가 열린 곳으로 알려지게 된다. 풍어와 해상의 안전, 나라의 평안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p228 순장은 원래 스키타이, 흉노 등 북방 유목민들의 풍습이었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스키타이족의 순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스키타이 왕이 죽으면 왕의 시신을 안치한 후 왕의 후궁, 술따르는 사람, 요리사, 마부, 집사를 각 한 명씩 죽여 순장했다. 그 왕의 1주기가 되면 왕의 시종 50명과 말 50필을 죽여 이들을 서로 연결해 무덤 주위에 빙 둘러 배치한다. 마치 50명의 기마병이 죽은 왕을 호위하고 있는 느낌이다.

p243 아요디아가 아유타국으로 지목된 데는 쌍어문과 허황옥을 일생에 걸쳐 좇은 두 연구자의 공이 크다. 아동문학가이자 삼국유사 연구자인 이종기와 고고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였던 김병모다. 이종기가 펜클럽대회 참석차 들른 아요디아에서 쌍어문을 발견했듯이, 김병모 또한 아요디아에서 쌍어문을 찾았다.

p257 아내이자 엄마로 살면서 나라가 부를 때 갑옷과 투구를 쓰고 참전한 주체적인 가야 여성을 대성동박물관에서 만났다. 특히 57호분 순장녀들이 여전사들이었음을 보다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을 만날 수 있었다.

p262 죽음을 앞두고 그는 나라를 구하지 못한 몸이 어찌 흙 속에 묻힐까. 차차리 돌로 덮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자손은 구형왕의 유지를 받들어 돌무덤을 만들었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7층의 돌무덤이 되었다.

p273 그는 1961년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 로동신문에 우륵의 음악 활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진흥왕이 낭성에 이르러 우륵과 제자를 불러 하림궁에서 연주를 들은 해 551년을 기점으로 141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글을 썼다고 한다. 진흥왕과 우륵의 역사적 만남이 북한 땅에서도 기억되고 있다.

p287 무엇보다 가야를 하나로 묶는 기능은 건국신화가 했을 듯하다. 가야에는 두 개의 건국신화가 있다. 금관가야 중심의 것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수로왕의 구지봉 신화다. 지금의 김해 땅에 있는 얕은 언덕, 구지봉에 6개의 황금알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알에서 6명의 동자가 깨어났다. 그 중 가장 먼저 깨어나온 동자가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되고, 나머지 다섯 동자는 다섯 가야의 왕이 되었다. 또 하나는 대가야 중심의 건국신화인데 조선시대 진증동국여지승람에 신라 말기 최치원이 쓴 석이정전의 내용으로 소개되었다.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이비가지가 만나 형제를 낳는다.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다. 뇌질주일은 대가야 시조 이진아시왕이고 뇌질청예는 금관가야 시조인 수로왕이다.

p304 하워드 카터가 왕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을 때 수천년의 시간 동안 마른 한 묶음의 꽃다발을 만나게 되었다.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 홀론 된 왕비가 남편인 투탕카멘에게 바치는 마지막 선물이지 않을까. 이렇듯 무덤은 남은 자들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선물이 그윽한 곳이다.

p314 고고학자 강인욱은 고고학 여행에서 무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라고 했다. 작별을 준비하면서 가야인들은 토기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p321 신라의 탈해왕이 된 석탈해는 철기 집단의 수장이라는 추정이 우세한데, 기록에 보면 석탈해가 가야에 와서 수로왕과 술법을 겨루는 장면이 있다. 이 술법 싸움을 석탈해와 수로왕의 철기 집단 사이의 패권 다툼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캄차카반도에서 이주한 석탈해 중심의 철기 집단이 먼저 이주해온 김수로왕의 철기 집단에 싸움을 걸었다가 패배하고 결국 신라로 갔다는 해석이 있다.

p341 1970~1980년대 한국 고고학은 일제강점기의 어둠을 넘어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다. 가장 드라마틱했던 발굴은 1977년 고령 지산동 고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순장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한 고고학계 일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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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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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02 -2025/10/04


특이한 책을 읽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식물학자의 책이다. 

책을 읽는데 새나 식물에 '님'자를 붙여서 이야기해서 내가 모르는 새로운 종들을 말하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저자는 자연의 생명체에게도 님자를 부치며 존대한다고 한다. 

인류를 위해서건, 생태계를 위해서건 자신을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분명 식물학자의 책인데 자연주의자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난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으로 식물과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멸종할때까지 지구를 파괴하고 살아가겠지만 조금이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을 존중하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p14 서비스베리님 같은 절기 식물은 토착민이 철마다 식량을 찾아 거주지를 옮길 시기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 토착민은 자신에게 맞게 땅을 바꾸지 않고 땅에 맞게 자신을 바꾸었다.

p19 이런 감사에는 고맙습니다라는 공손한 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무의식적 습관인 예의가 아니라 자신이 땅에서 빚지고 있다는 깨우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p22 언제나 더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경제에서는 충분함을 인식하는 것이 급진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p27 풍요의 연료는 물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화시키는 것이다

p48 밸러리는 경제학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한다 “삶을 지탱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방법이지. 필요한 것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는 방법이야” 나도 이쪽 설명이 더 맘에 든다

p52 선물 경제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재화와 금전이 아니라 감사와 연결이다. 선물 경제에는 직접적 교환이 아니라 간접적 호혜를 위한 사회적, 도덕적 계약 체계가 포함된다.

p67 안전을 보장하려면 호혜성의 유대를 길러야 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선물은 건네질 때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영적 삶을 낳으며 이를 통해 되살아나고 새로워진다라고 말했다

p91 이런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는 팻말 도둑 대련이나 지구 파괴자 대련과 같은 칭호를 붙여야 마땅하다. 그들은 모두 도둑이다. 우리가 주키니호박을 나눠 주는 동안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 자들이다

p92 울새님과 애기여새님이 배를 채우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선물 경제에서는 풍요가 형제의 뱃속에 저장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p96 진화는 네가 원하는 게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원하면 돼라고 말한다. 결핍을 회피하기 위한 이 전문화는 눈부식 다양한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각 종은 다름으로써 경쟁을 피한다. 존재 방식의 다양성은 경쟁의 폐해를 막아주는 해독제다

p115 도넛 경제학 모형에는 가족 돌봄과 자원봉사, 정원 가꾸기 같은 무급 노동의 생산성이 포함된다. 번영의 이 요소들은 스프레드시트에는 결코 기재되지 않지만 우리의 안녕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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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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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02 -2025/10/10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의 장기와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몸의 오묘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글로 씌여있다보니 자꾸 상상이 되고 손끝이 오싹오싹해진다. 

읽기만 해도 이런 느낌인데 실제로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심장을 부여잡는 일을 하는 의사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생과 사를 오가는 곳에서 사람의 장기를 설명하고, 인간의 호르몬의 흐름과 세포를 설명해나가는데 꽤 유용한 지식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위고비의 작동원리도 나온다. 생각보다 책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 

무서워서 또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설명이 매우 알차다. 

올해의 책으로 꼽기에 부족하지 않다. 


p10 내가 일과 중 가장 많이 내는 처방은 Conservative 즉 보존적 치료다. 증상을 조절하면서 인체가 병마를 이겨내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p24 우리는 뭘 먹어도 대체로 죽지 않는다. 매일 제멋대로 고른 엄청난 양의 음식을 아무렇게나 먹어대도 대체로 큰 탈이 나지 않고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p25 맛을 통해 상한 음식을 분별할 수도 있다. 쓴맛은 독물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신맛은 발효되어 상했을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매운맛은 그 자체로 통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쓴맛 신맛 매운맛을 못먹는다. 인생 경험이 쌓인 뒤에야 이런 맛을 즐길 수 있다.

p29 내장지방이 많으면 위가 늘어날 공간이 작지만, 마른 사람이면 오히려 위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많이 먹기대회 우승자는 대체로 마른 사람들이고, 먹망 유투버 중에도 마른이가 많다.

p51 방귀나 대변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질소의 독성이 이 냄새의 주범인데, 단백질이 대사될 때 생기는 질소화합물인 인돌, 스카톨, 암모니아 등이 주 구성 성분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대변 냄새도 더 날 수밖에 없다. 육류가 주식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특유의 체취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67 심폐소생술은 좌심실을 짓눌러서 대동맥으로 피를 보냄으로써 심장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지극히 물리적인 행위다. 좌심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누를 수 있는 위치는 흉골 중앙인데, 손의 압박이 적어도 5cm 깊이까지는 들어가야 좌심실이 눌린다.

p76 모든 전해질 농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위험하지만, 칼륨 농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면 심장은 분극이 차단되어 그길로 멎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안락사할 때 사용되는 물질이 염화칼륨이다.

p90 프랙털은 한정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게 갈라진 끝에 최조엊ㄱ으로 만나는 페포낭은 둥구런 구조로 표면적을 넓히게 되어 있다. 대신 페포 벽은 세포 한두 개 두께로 얇아진다.

p93 사람이 물에 빠지면 기관지로 공기 대신 물이 들어온다. 물은 질식을 유발할뿐더러 폐 안쪽의 계면활성제를 씻어낸다. 그래서 익수자의 폐는 쪼그라든 상태로 염증반응을 보인다. 익수자를 물에서 건져내더라도 계면활성제가 다시 분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p95 폐기능엔 이상이 없는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숨을 몰아쉬면 혈액이 염기성이 된다. 공포에 질리는 경험을 하거나 직장에서 한소리를 들어도 비슷한 상태가 된다. 혈액이 염기성이 되면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손발이 저리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져 두통이 오고 어지럽다. 이것이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이다. 이때 달리기를 하면(그게 가능하다면)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쌓이므로 공황장애 증상이 나아진다.

p104 호흡은 테니스 코트넓이의 미세혈관에 기체를 압력으로 펴 바르는 것이므로, 호흡기로 들어온 물질은 혈관 주사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 몸에 퍼진다. 그래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면 뇌에서 니코틴이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p122 요산은 신장에섣 뭉쳐서 결석이 된다. 이것이 요로로 내려오다가 좁아진 부위에 걸리면 요로결석으로 급경련통이 온다. 몸에 생기는 돌은 대체로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p134 1500L를 여과해서 130L의 원뇨를 만들고, 이를 다시 걸러서 1.5L의 최종 소변을 만드는 것이 신장의 일이다.

p137 당뇨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전신의 미세혈과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을 손상시킨다. 고혈압 또는 높은 압력으로 미세혈관을 파괴한다. 그래서 당뇨와 혈압을 오래 앓으면 미세혈관이 밀집해 있는 신장과 망막에 손상이 집중된다.

p153 성장호르몬 분비는 밤에 잠들면 증가하고 주간에는 감소하며, 고단백 식사를 해서 아미노산이 흡수되어도 증가한다. 그러니까 키를 키우는 좋은 방법은 성장기 때 고단백 식사를 하고 밤에 빨리 자는 것이다.

p163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다. 외부에서 스테로이드가 많이 들어오면 ACTH의 분비가 억제되어 부신피질이 위축된다. 밖에서 일을 해주니까 해당 기관이 줄어드는 것이다.

p169 평소에 피임약을 먹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이미 임신이 된 것으로 혼동하여 수정란의 착상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사후 피임약이다.

p171 인크레틴 호르몬이 발견됐다. 인크레틴은 음식물이 위장관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이었다. 이 호르몬을 맞으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될 것이었다. 인크레틴 유사체로 실험을 진행한 끝에, 드디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주사가 만들어졌다. 오잼픽이나 위고비로 알려진 이 약물은 다이어트에 엄청난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

p176 인슐린 발견 전에는 혈당을 올리지 않기 위해 환자를 단식원에 모아놓고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제한했다. 환자는 몰래 식사를 하면 대사성 산증으로 죽었고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죽었다.

p193 자기 몸을 면역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원인 기전이 복잡하다. 폐렴이나 신부전처럼 직관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플 거라고 콕 집어 명시하기 어려워서, 사람 이름을 딴 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p272 모든 힘은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역기를 몸 쪽으로 들면 길이가 짧아지는 전완근이 운동하고 팔을 펴면 반대쪽 삼두근이 운동한다. 수축하는 쪽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헬스다

p226 피부 아래에는 피하지방(피하조직)이 있다. 피하지방 아래는 근육이고, 그 아래는 뼈다. 우리가 말하는 피부는 피하지방 윗부분을 이른다.

p231 일반적인 세포는 수분으로 가득차 있어 통통하고 축축하다. 생명의 근원은 물이고 세포의 근원도 물이기에 수분이 없는 세포는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피부는 건조해야 하고, 방수 처리가 되어야만 한다. 세포의 생존 조건과 피부의 성립 조건은 상충한다. 따라서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죽은 세포다

p250 멜라닌세포는 모든 동식물에게 있다. 동물의 눈, 오징어의 먹물, 조류의 화려한 깃털, 어류의 영롱한 비늘은 모두 멜라닌 세포가 분화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p256 손은 감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파악하려 할 때 일단 눈으로 살펴본 뒤 손을 뻗는다. 손에는 모든 종류의 감각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손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을 감지한다.

p276 운동은 근육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뇌와 신경계를 해당 운동에 적응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든 축구든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한 종목에 매진해온 선수 출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p296 우리 소화기는 콜라겐을 먹으면 녹인 뒤 아미노산으로까지 분해해서 다시 콜라겐으로 조립한다. 그래서 콜라겐을 먹는다고 바로 피부의 콜라겐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쨋든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므로 고단백 식사는 대체로 건강에 좋다.

p311 실려 올 때 그는 핏덩이 같았다. 하지만 입을 열어 상태를 표현하고 손을 내밀어 다른 손을 붙잡자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치유하고 회복되는 인간으로서 그의 의지가 내게까지 여실히 전달되었다.

p318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군은 몰살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가령 박테리아는 유전자가 동일해 인간이 개발한 백신으로 멸종해버린다. 인류 또한 유전자가 모두 같다면 바이러스 하나에 절멸할 수도 있다

p330 번식욕은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다. 섹스 충동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성적 감각과 성충동을 느끼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이차성징기에는 성적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뇌는 야한 농담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술자리에서도 누가 야한 얘기를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p361 자연 상태에서 극히 드물게 인간의 유전자는 고립되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다양성이 확보된 종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이대로는 영원히 번성할 수 없으며 언젠간 멸종할 거란 얘기다.

p372 뇌라는 기관은 형태를 보고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각 부위의 모양으로 기능을 추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뇌는 겉만 봐서는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추측할 수 없는 신경세포의 다발이다.

p383 뇌가 세균이나 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면 신경계에 교란이 생겨 의식을 잃거나 이상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뇌는 혈액조차 한 차례 걸러서 필요한 성분만을 흡수한다.

p385 알코올 성분은 그대로 BBB를 통과하여 뇌를 적신다. 뇌는 늘 뇌수에 적셔져 있는데, 여기에 알코올 성분을 섞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뇌에서 보상과 쾌락의 핵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p392 이동하는 동물에게는 무조건 소뇌가 있으며, 복잡하게 운동하는 동물일수록 더 발달해 있다. 트리플 악셀을 돌 때 우리 소뇌는 풀가동중이다. 소뇌는 우리가 무용이나 스포츠, 미술, 케이팝 댄스 챌린지 등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p441 우리가 무엇인가를 먹으면 냄새 분자가 코로 올라가서 맛을 느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입과 코가 가까운 이유도 냄새를 확인하면서 먹기 위해서다. 미각의 7할이 후각이므로, 감기라도 걸려 코가 막히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

p462 눈을 깜빡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 2만 범 0.3초씩 눈을 깜빡이지만, 그 와중에 2만 번의 검은 화면을 보진 않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의식하기 어렵다. 이 역시 뇌가 사이사이 상을 채워 넣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 한시간 정도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뇌가 그린 상을 본다.

p503 1년이면 모든 원자의 98%가 바뀌고 5년이면 이전에 몸을 구성하던 원자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 말하자면 원자나 분자 단위에선 삶과 죽음의 개념이 거의 무의미하다. 구성 요소로만 따지면 이미 우리는 태어났을 때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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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 - 블랙홀부터 암흑 물질까지, 코페르니쿠스부터 허블까지, 인류 최대의 질문에 답하는 교양 천문학 드디어 시리즈 8
캐럴린 콜린스 피터슨 지음, 이강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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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

 : 캐럴린 콜리슨 피터슨

 : 현대지성

읽은기간 : 2025/09/10 -2025/09/30


재미있게 읽은 천문학 관련 책..

하늘을 보며 별을 꿈꾸던 아이에서 이젠 책을 보면서 별을 생각하는 아저씨가 되었다.

최신 과학이 많이 업데이트되서 새로운 내용을 많이 배웠다. 

지구에 살면서 은하와 은하의 거리를 재기도 하고, 별들의 탄생과 죽음을 예측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발견하기도 하는등 인간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별을 보는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별을 꿈꾸며 별을 생각하는 아저씨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 책들이 나를 격려한다. 

천문학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p33 많은 천문학자들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혜성은 카이퍼대와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르트 구름에 대해서는 정확한 규모와 구성 성분 등 아직 밝혀내야 할 비밀이 많습니다.

p73 화성은 지구와 거의 같은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초기 화성은 빠르게 냉각되어 두꺼운 지각을 형성했지만 지구와 같은 지각판은 존재하지 않았지요. 이후 중심부의 핵까지 냉각되면서, 화성 내부에서는 더 이상 다이너모 현상(자기장 안에서 운동하는 도체에 의해 전기가 생성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화성에서는 강한 자기장이 사라졌고, 중력 또한 지구보다 약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가 우주로 흘러나가고 말았습니다.

p105 학계에서 부르는 이 천체의 명칭은 왜소행성 134340이지만,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왕성으로 부르겠습니다.

p113 역사가들은 핼리의 계산을 거슬러 올라가며 1066년 유럽 상공에 핼리 혜성이 등장했음을 밝혀냈습니다. 노르망디 왕국의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 군대를 정복한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중세 자수 작품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수놓아진, 꼬리 달린 태양 같은 것이 바로 핼리 혜성이지요. 또한 바빌로니아의 설형문자 점토판에는 기원전 164년경에 출현했던 혜성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p147 역사 기록을 보면 1054년에 중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천체 폭발을 관측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게성운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 정도 떨어진 머나먼 곳임에도 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지요.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는 이를 객성(손님별)이라고 불렀습니다.

p168 우리에게 저 멀리 외부 은하로 떠나 먼 곳에서 우리은하를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면, 긴 강이 아니라 나선형의 팔이 밝은 중심부를 감싸고, 중심부에 빛나는 나무토막이 놓여 있느 ㄴ거대한 빛의 바람개비처럼 보일 것입니다.

p177 퀘이사는 일반적으로 태양계에서 아주 먼 외부 은하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우리은하의 어느 이중성계에서도 강한 전파를 지닌 제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제트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초광속 운동이라고 하지요. 학자들은 우리 은하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출력하며 먼 외부 은하 중심의 퀘이사와 거의 똑같이 작동하는 이 천체를 마이크로퀘이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p181 1933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코마라는 은하단을 연구하던 스위스 천체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은하단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은하의 중력만으로는 은하단이 그렇게 빠르게 공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p191 쌍둥이 퀘이사는 실제로 거대 은하단 너머 굉장히 먼 우주에 있는 한 천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은하단에 있는 수많은 은하의 중력이 합쳐져 퀘이사에서 나온 빛을 지구에서 관측할 때 휘어 보이게 만드는 렌즈처럼 작용했고, 그로인해 빛이 왜곡되어 매우 가깝고 유사한 한 쌍의 퀘이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이렇게 한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다른 천체가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합니다.

p240 케플러는 학생 시절부터 점성술에 능했습니다 그는 점차 별로 미래를 점치는 일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성술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덕분에 궁정학자로 방대한 천문학적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도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p241 제1법칙 행성은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을 그리며 공전한다. 제2법칙 :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분이 같은 시간 흝고 지나가는 면적은 항상 같다. 제3법칙 : 행성 공전 주기의 제곱은 공전 궤도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p262 아인슈타인은 빛이 불연속적인 에너지 단위인 광자, 즉 입자처럼 작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시작으로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도시에 지닌다는 파동-입자 이중성 개념이 등장했고, 이는 양자역학의 핵심 토대가 되었습니다.

p276 명왕성은 1846년 해왕성의 발견 이후 약 80년 만에 발견된 새로운 행성이자 20세기에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었지요. 클라이드 톰보는 명왕성 발견으로 일약 유명세를 탔습니다. 국제 천문학계에서는 톰보의 ㅇ버적을 존중하는 의미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명왕성의 지위에 대해 논의하지 않다가, 2006년에 토론을 거쳐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재분류했습니다.

p297 조금이라도 가열된 물체는 모두 적외선을 방출합니다. 적외선 감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관측하게 도와주지요. 한 가지 예로, 적외선 감지기로 하늘을 보면 얇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별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적외선을 활용하면 흘랙홀 주변이나 곧 소멸될 별을 숨긴 성운의 깊은 곳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지요

p301 은하 진화 연구에서 분류는 핵심 과정입니다. 이에 천문학자들은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은하를 형태별로 분류하는 검색 매커니즘을 개발해왔습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은하 자신을 보고 직접 분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공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바로 은하 동물원으로 누구나 접속해 우주 이미지 분류 작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p346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거문고자리와 백조자리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측했고 특수 장비로 50광년에서 3,000광년까지 떨어진 성단의 일부 항성을 포착했습니다.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이유는 태양에서 멀어지는 방향이기에 망원경 장비가 손상될 확률이 낮고 지구의 지상 망원경으로도 이 지역을 확인해 합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거대한 분자 구름이 많지 않고 별 밀도가 높기 때문이었지요 거문고자리와 백조자리는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p360 행성 다음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전갈자리의 사르가스 등 이중성입니다. 또한 게자리의 벌집 성단이나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 같은 성단을 찾을 수 있고, 하늘이 정말 청명한 밤이라면 은하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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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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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9/10 -2025/09/30


장강명 소설가의 논픽션..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취재의 깊이와 글빨이 매우 좋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고 AI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바둑세계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바둑대결이 충격적이었던 것만큼 그 이후 바둑세계에 끼친 영향도 어마어마했다. 

책을 통해서 배운 바둑세계는 AI에 점령당한 인류가 어떻게 생각하고 적응해가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었다. 

아직도 그 충격은 진행형이다. 누구는 바둑세계를 떠났고, 누구는 AI를 따라하려고 노력하면서 바둑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고, 누군가는 잊혀져 버렸다. 

까마득한 실력의 AI에 대항하지는 못하고, 그저 AI가 던져주는 수를 외우고 따라가는 바둑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른바 암기잘하고 AI를 통혀 열심히 공부하는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AI가 점령하고 나면 그런 모습이겠지.

사실 지금도 그렇다. 대출신청을 하면 AI를 활용한 대출시스템은 내게 금리와 대출한도를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과거에 델포이 신탁을 받는것처럼, 또는 무당에게 조아리는 것처럼 지금은 AI에게 물어보고 맞겠거니 하는 방법밖에 없어보인다. 

작가는 마지막 챕터에서 AI이후의 사회에서 해야할 또는 살아갇야할 모습을 써놓았다. 좀 허망해보이긴 하다.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서다. 

10년정도 지나면 AI하에서 인류의 모습이 대략 보일 것 같은데 유쾌하거나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 척하든가, 좋다고 믿으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기술의 발달로 내 자리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건 참 우울하다. 


p13 작가들 관점에서는 위대한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그것을 꼭 사람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배명훈 SF작가 “왜 위대한 작품을 꼭 인간이 써야 하는가?”

p15 단순히 위대한 작품을 쓴 주체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점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위대한 작품이 24시간 동안 288편 나왔다라는 상황이 문제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24시간 동안 288대가 생산되어도 괜찮지만, 위대한 작품은 그렇게 나오면 안 될 것 같다.

p24 테크노 낙관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축복이라고. 진보라고. 인공지능 덕분에 모든 사람이 손쉽게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거라고.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그때 예술이나 예술가 중 한 단어, 어쩌면 두 단어 모두 지금과 의미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p25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 그 인공지능이 싼 가격에 보급되는 것. 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는것.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 당신이 알던 개념을 인공지능이 재정의하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인공지능은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와는 다르다

p32 지금대로라면 뭐랄까. 정감이 없는 바둑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적다. 바둑은 승부를 내는 동ㅅ히에 음악이나 회화와 같이 개성을 표현하는 엄연한 예술이다. 예술이라면 우리들이 보고 감동하는 그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차원의 세계가 무르녹아 있어야 되는 것이다. 오직 이기기 위한 승부에 앞서, 자기표현에 충실한 바둑을 항상 생각할 일이다.

p38 이쯤 되니 실수라고 봤던 알파고의 수들을 다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파고는 바둑을 제대로 둔 것이었고, 인간 기사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것뿐이었다

p43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바둑을 둘 수 있다면 언젠가는 기계가 수학의 난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창의적인 예술작품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일까?

p52 저는 공동연구를 되게 좋아했어요. 서로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면서 돌을 이렇게도 놓아보고 저렇게도 놓아보고, 각자 결론을 내리죠. 그렇게 공동연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저희보다 훨씬 더 센 존재가 있잖아요. 저희끼리 토론하는 의미가 없어졌어오. 이제는 인공지능이 없으면 공부를 못 하는 수준이에요

p55 인류 과학자 중 일부는 자신들이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게 된 과학을 포기하고, 남은 과학자들은 메타인류의 과학을 해석하는 문헌 해석학과 제품 해석학으로 연구 방향을 돌린다.

p58 AI를 사용하면 이길 확률이 바로 뜨니까 이 수는 아웃 이렇게 돼요. 전보다 더 견고한 성에 답답하게 갇혀버린 기분이에요.

p59 제가 알기로 10명 이상인데 저는 그분들을 부러워하면서 AI공부를 해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혜연은 AI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저는 슬퍼ㅗ하면서 공부하고 있는거에요.

p65 사람과 사람의 바둑을 보면 서로의 생각이 수에 담겨서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알파고 대 알파고 대국을 보면 어디에 두다가 갑자기 다른 곳에 둬요. 그런 때 뭔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p73 2010년대 후반 바둑계에서는 AI일치율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어떤 인간 기사가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대로 돌을 둘 확률을 가리키는 말이다. AI일치율이 높다라는 말은 곧 그 기사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p77 이런 대국의 초반은 사실상 서로 암기량을 확인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5장에서 더 자세히 살피겠지만, 이런 트렌드 속에서 초반에 드러나던 기사들의 개성이랄 것도 사라졌다. 이것을 인간의 바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p79 작가든, 편집자들, 출판사든 문학계의 발 빠른 플레이어들이 그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그만큼 다른 경쟁자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문학계에 어떤 영행을 미칠 것인가같은 한가한 고민을 할 여유는 사라진다.

p80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

p92 모두 인공지능을 따라 배우고 두다 보니 계속 봤던 포석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라며 시각적으로 매우 피곤하고 고통스럽다라고도 말했다.

p98 이유야 어찌됐든 여성 기사들이 남성 기사들에 비해 약하다고 지적받는 부분은 초반 폿헉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부로 실력을 가장 크게 키울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초반 포석이었다.

p102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다 함께, 한목소리로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일은 아마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업계에 일단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영향을 미친 뒤에는 말이다.

P105 가슴 아픈 사연이나 끝내주는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있음에도 문장이 서툴러 소설 쓰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런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자기 경험과 아이디어를 누구나 쉽게 문학으로 만들 권리라는 개념이 진지하게 논의될지도 모른다.

P112 알파-히스토리언과 알파-논픽션라이터를 위해 자료에 태그를 붙이는 인간 조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 인간 조수는 종일 책과 웹페이지를 흝으면서 알파-작가들을 위해 이건 쓸만함, 이건 애매함, 이건 불량식품 같은 버튼을 누르는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내게 남은 일자리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p133 한국의 전설적인 기사인 서봉수9단은 알파고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같은 말을 했다. “바둑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의 눈에는 승부수니 기세니 하는 애매모호한 말은 전부 가소로운 것들로 비칠 것”이라는 말이었다. 신의 눈에는 오로지 정수와 악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p165 저는 바둑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둑이 스포츠로 간 건 사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죠. 그런 변화로 좋아진 점도 있었고 나빠진 점도 있었는데 AI가 나온 다음에는 확실히 스포츠가 아닌가 싶네요.

p172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주관적 감각을 답으로 제출했다. 그들은 사진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당시 사진기가 잘 포착하지 못했던 색채와 움직임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탈인상주의 화가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 내면의 표현이라는 답을 찾았다. 대중이 그런 주장에 설득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마네의 그림은 손가락질 당했고, 고흐는 가난과 고독에 몸부림쳤다.

p174 하우절은 같은 책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는 뿌리칠 수 있지만, 문화적, 집단적 인센티브는 더 뿌리치기 힘들다라고도 적었다. 예술가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에는 경제적 보상도 있지만, 그들은 뭔가 고상한 것, 의미 있는 것,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낸다고 인정받는 것에도 강하게 끌린다.

p185 공무원이 생성형 AI를 활ㅇ둉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로 인해 업무 효율이 높아져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뉴스를 들으면 다들 환영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화가나 영화 제작자가 하면 비판을 받는 식이다.

p188 중세 서양 봉건제의 기원을 등자(안장에 달린 발 받침대)의 발명에서 찾는 역사학자들이 있다. 그때부터 전쟁터에서 중기병의 위력이 크게 강해지면서 말과 숙련된 기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주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고, 경제시스템이 그에 맞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p205 뒷자석에 승객이 있을 때 택시 기사가 네비게이션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듯이, 인간 의사도 AI 진단 도우미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때 그의 수입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그의 자부심은? 그의 권한과 책임은?

p216 인공지능이 결코 줄 수 없는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인간 의사가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까? 그보다는 의료 현장에서 인간이 여전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보조 인력의 자리로 물러났고 권위도 추락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진술아닐까?

p221 나는 소설을 쓸 때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안다. 아무리 옆에서 누군가가 당신은 중요한 존재라고 말해도, 내가 소설을 쓸 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소설을 쓸 때 중요한 존재가 아닌 거다

p222 불쉿 작업은 힘들고 보수와 처우가 형편없어서 인기 없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그것은 쉽 직업인데, 그런 쉿 직업들은 불쉿 직업과 반대로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있으며,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환경미화원이나 건설 현장의 잡부가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보수와 처우가 괜찮고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데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불쉿 작업이다.

p239 이거라도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그럴 텐데. AI보다 사람이 낫다고 하려면 감정을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람이 대국에 임하는 마음, 그게 반상에 드러나는 심리전. 이런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약간 그런 생각이죠.

p249 성악 전공자들은 포츠의 실력을 아주 잘 부르는 아마추어 정도로 평가한다. 만약 포츠가 브리튼스 갓 탈렌트가 아니라 성악콩쿠르에 출전했다면 입상하지 못했을 거다. 그가 정규 성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이는 부당한 폄하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성악콩쿠르에 입상한 정도로는 음반 500만 장을 팔거나 실화 기반 영화의 모델이 되지 못한다.

p263 요즘엔 별걸 다 해야 돼요. 얼마 전부터 출판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소리다. 작가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서점 직원도 한숨을 쉬며 말한다. 요즘엔 정말 결걸 다 해야 돼요. 나도 예외는 아니다. 데뷔하고 매년 책을 한 권 이상씩 냈는데 해마다 전에 못 해본 마케팅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p267 인공지능이 문학 출판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인간 소설가의 영역은 인공지능이 잘하지 못하는 일로 축소된다. 그런 때 인공지능이 팔 수 없는 걸 내가 팔 수 있다면 든든하리라. 그리고 내 머리에는 나만이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내 사생활이라는 답이 떠오른다.

p282 신약용 고분자를 찾는 인공지능과 생화학무기 후보 물질을 찾는 이공지능은 실제로 동일하다.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혁신적인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생화학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혁신적인 인공지능이라는 뜻도 된다.

p294 하지만 특이점이 온다는 미지의 기술을 도입하는 일에 따라야 할 검증과 확인 절차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는 책이다. 대신 무지막지한 낙관론을 펼쳐 보이는데, 커즈와일에 따르면 우리가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이해하고, 죽음도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원하는 만큼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서술을 읽으며 커즈와일이 운명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301 중세인들의 심리를 짐작하기 어렵다면 그냥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을 보면 중세인들은 어린아이 같은 심리 상태로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 자주 울고, 자주 감동받고, 무절제하고, 활기차게.

p304 일본도의 용도는 일본도를 만든 장인이 거의 정한 것 아닐까? 우리는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헛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물질세계뿐 아니라 정신세계 깊은 곳까지 힘을 미치는 강력한 권력이다.

p309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정직하게 쓴 글은 늘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p311 우리는 기계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보는 지속되어야 하고 지식은 절대로 억제되어선 안 된다는 관념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는 말로는 기계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기계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달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지식에 대한 공격이며 곧 일종의 불경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p316 1984가 그리는 미래는 정말이지 끔찍하고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꿨고 우리는 그런 미래를 맞지 않았다. 멋진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는 그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우리는 멋진 신세계가 그린 것과 비슷한 미래를 맞았다.

p322 우리는 현실감을 잃어버린 뒤에야, 기술로 인해 객관적 현실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지고 증강현실 기기 이용자들이 모두 주관적 현실 속에서 사는 때가 되어서야 현실감이 어떤 가치였는지 이해하게 된다. 2020년대는 공통 현실이라는 게 존재한 마지막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p324 나는 불확실성 역시 소중한 가치임을 우리가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게 아닐까 우려한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태에서만 결단할 수 있다. 그리고 결단을 통해서만 성장하고 운명에 맞설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최적의 해답을 고르는 것은 결단이 아니라 인지능력 테스트다

p327 리얼리즘 소설가로서 당대 사회현실에 비판의식을 품고 뭔가를 쓰고자 할 때 나는 발품을 팔아 직접 현장을 취재하거나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실의 복잡함과 다면성을 내 작품에 생생하게 담으려 한다. 일종의 직업윤리라 해도 좋다

p327 평소 행동을 학습시킨 인공지능으로 그 개의 뇌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많은 견주가 수술에 응할까?

p329 그는 동인도 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버금가는 규모, 영향력, 권력을 가진 민간 기업이 탄생할텐데, 이 거대 기업들이 단순히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진단한다.

p340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스 마지막 구절을 조금 변형해 책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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