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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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내 안의 우주

 : 남궁 인

 : 문학동네

읽은기간 : 2025/10/02 -2025/10/10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의 장기와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몸의 오묘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글로 씌여있다보니 자꾸 상상이 되고 손끝이 오싹오싹해진다. 

읽기만 해도 이런 느낌인데 실제로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심장을 부여잡는 일을 하는 의사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생과 사를 오가는 곳에서 사람의 장기를 설명하고, 인간의 호르몬의 흐름과 세포를 설명해나가는데 꽤 유용한 지식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위고비의 작동원리도 나온다. 생각보다 책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 

무서워서 또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설명이 매우 알차다. 

올해의 책으로 꼽기에 부족하지 않다. 


p10 내가 일과 중 가장 많이 내는 처방은 Conservative 즉 보존적 치료다. 증상을 조절하면서 인체가 병마를 이겨내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p24 우리는 뭘 먹어도 대체로 죽지 않는다. 매일 제멋대로 고른 엄청난 양의 음식을 아무렇게나 먹어대도 대체로 큰 탈이 나지 않고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p25 맛을 통해 상한 음식을 분별할 수도 있다. 쓴맛은 독물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신맛은 발효되어 상했을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매운맛은 그 자체로 통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쓴맛 신맛 매운맛을 못먹는다. 인생 경험이 쌓인 뒤에야 이런 맛을 즐길 수 있다.

p29 내장지방이 많으면 위가 늘어날 공간이 작지만, 마른 사람이면 오히려 위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많이 먹기대회 우승자는 대체로 마른 사람들이고, 먹망 유투버 중에도 마른이가 많다.

p51 방귀나 대변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질소의 독성이 이 냄새의 주범인데, 단백질이 대사될 때 생기는 질소화합물인 인돌, 스카톨, 암모니아 등이 주 구성 성분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대변 냄새도 더 날 수밖에 없다. 육류가 주식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특유의 체취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67 심폐소생술은 좌심실을 짓눌러서 대동맥으로 피를 보냄으로써 심장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지극히 물리적인 행위다. 좌심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누를 수 있는 위치는 흉골 중앙인데, 손의 압박이 적어도 5cm 깊이까지는 들어가야 좌심실이 눌린다.

p76 모든 전해질 농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위험하지만, 칼륨 농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면 심장은 분극이 차단되어 그길로 멎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안락사할 때 사용되는 물질이 염화칼륨이다.

p90 프랙털은 한정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게 갈라진 끝에 최조엊ㄱ으로 만나는 페포낭은 둥구런 구조로 표면적을 넓히게 되어 있다. 대신 페포 벽은 세포 한두 개 두께로 얇아진다.

p93 사람이 물에 빠지면 기관지로 공기 대신 물이 들어온다. 물은 질식을 유발할뿐더러 폐 안쪽의 계면활성제를 씻어낸다. 그래서 익수자의 폐는 쪼그라든 상태로 염증반응을 보인다. 익수자를 물에서 건져내더라도 계면활성제가 다시 분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p95 폐기능엔 이상이 없는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숨을 몰아쉬면 혈액이 염기성이 된다. 공포에 질리는 경험을 하거나 직장에서 한소리를 들어도 비슷한 상태가 된다. 혈액이 염기성이 되면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손발이 저리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져 두통이 오고 어지럽다. 이것이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이다. 이때 달리기를 하면(그게 가능하다면)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쌓이므로 공황장애 증상이 나아진다.

p104 호흡은 테니스 코트넓이의 미세혈관에 기체를 압력으로 펴 바르는 것이므로, 호흡기로 들어온 물질은 혈관 주사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 몸에 퍼진다. 그래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면 뇌에서 니코틴이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p122 요산은 신장에섣 뭉쳐서 결석이 된다. 이것이 요로로 내려오다가 좁아진 부위에 걸리면 요로결석으로 급경련통이 온다. 몸에 생기는 돌은 대체로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p134 1500L를 여과해서 130L의 원뇨를 만들고, 이를 다시 걸러서 1.5L의 최종 소변을 만드는 것이 신장의 일이다.

p137 당뇨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전신의 미세혈과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을 손상시킨다. 고혈압 또는 높은 압력으로 미세혈관을 파괴한다. 그래서 당뇨와 혈압을 오래 앓으면 미세혈관이 밀집해 있는 신장과 망막에 손상이 집중된다.

p153 성장호르몬 분비는 밤에 잠들면 증가하고 주간에는 감소하며, 고단백 식사를 해서 아미노산이 흡수되어도 증가한다. 그러니까 키를 키우는 좋은 방법은 성장기 때 고단백 식사를 하고 밤에 빨리 자는 것이다.

p163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다. 외부에서 스테로이드가 많이 들어오면 ACTH의 분비가 억제되어 부신피질이 위축된다. 밖에서 일을 해주니까 해당 기관이 줄어드는 것이다.

p169 평소에 피임약을 먹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이미 임신이 된 것으로 혼동하여 수정란의 착상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사후 피임약이다.

p171 인크레틴 호르몬이 발견됐다. 인크레틴은 음식물이 위장관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이었다. 이 호르몬을 맞으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될 것이었다. 인크레틴 유사체로 실험을 진행한 끝에, 드디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주사가 만들어졌다. 오잼픽이나 위고비로 알려진 이 약물은 다이어트에 엄청난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

p176 인슐린 발견 전에는 혈당을 올리지 않기 위해 환자를 단식원에 모아놓고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제한했다. 환자는 몰래 식사를 하면 대사성 산증으로 죽었고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죽었다.

p193 자기 몸을 면역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원인 기전이 복잡하다. 폐렴이나 신부전처럼 직관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플 거라고 콕 집어 명시하기 어려워서, 사람 이름을 딴 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p272 모든 힘은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역기를 몸 쪽으로 들면 길이가 짧아지는 전완근이 운동하고 팔을 펴면 반대쪽 삼두근이 운동한다. 수축하는 쪽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헬스다

p226 피부 아래에는 피하지방(피하조직)이 있다. 피하지방 아래는 근육이고, 그 아래는 뼈다. 우리가 말하는 피부는 피하지방 윗부분을 이른다.

p231 일반적인 세포는 수분으로 가득차 있어 통통하고 축축하다. 생명의 근원은 물이고 세포의 근원도 물이기에 수분이 없는 세포는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피부는 건조해야 하고, 방수 처리가 되어야만 한다. 세포의 생존 조건과 피부의 성립 조건은 상충한다. 따라서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죽은 세포다

p250 멜라닌세포는 모든 동식물에게 있다. 동물의 눈, 오징어의 먹물, 조류의 화려한 깃털, 어류의 영롱한 비늘은 모두 멜라닌 세포가 분화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p256 손은 감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파악하려 할 때 일단 눈으로 살펴본 뒤 손을 뻗는다. 손에는 모든 종류의 감각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손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을 감지한다.

p276 운동은 근육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뇌와 신경계를 해당 운동에 적응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든 축구든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한 종목에 매진해온 선수 출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p296 우리 소화기는 콜라겐을 먹으면 녹인 뒤 아미노산으로까지 분해해서 다시 콜라겐으로 조립한다. 그래서 콜라겐을 먹는다고 바로 피부의 콜라겐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쨋든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므로 고단백 식사는 대체로 건강에 좋다.

p311 실려 올 때 그는 핏덩이 같았다. 하지만 입을 열어 상태를 표현하고 손을 내밀어 다른 손을 붙잡자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치유하고 회복되는 인간으로서 그의 의지가 내게까지 여실히 전달되었다.

p318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군은 몰살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가령 박테리아는 유전자가 동일해 인간이 개발한 백신으로 멸종해버린다. 인류 또한 유전자가 모두 같다면 바이러스 하나에 절멸할 수도 있다

p330 번식욕은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다. 섹스 충동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성적 감각과 성충동을 느끼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이차성징기에는 성적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뇌는 야한 농담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술자리에서도 누가 야한 얘기를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p361 자연 상태에서 극히 드물게 인간의 유전자는 고립되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다양성이 확보된 종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이대로는 영원히 번성할 수 없으며 언젠간 멸종할 거란 얘기다.

p372 뇌라는 기관은 형태를 보고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각 부위의 모양으로 기능을 추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뇌는 겉만 봐서는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추측할 수 없는 신경세포의 다발이다.

p383 뇌가 세균이나 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면 신경계에 교란이 생겨 의식을 잃거나 이상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뇌는 혈액조차 한 차례 걸러서 필요한 성분만을 흡수한다.

p385 알코올 성분은 그대로 BBB를 통과하여 뇌를 적신다. 뇌는 늘 뇌수에 적셔져 있는데, 여기에 알코올 성분을 섞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뇌에서 보상과 쾌락의 핵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p392 이동하는 동물에게는 무조건 소뇌가 있으며, 복잡하게 운동하는 동물일수록 더 발달해 있다. 트리플 악셀을 돌 때 우리 소뇌는 풀가동중이다. 소뇌는 우리가 무용이나 스포츠, 미술, 케이팝 댄스 챌린지 등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p441 우리가 무엇인가를 먹으면 냄새 분자가 코로 올라가서 맛을 느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입과 코가 가까운 이유도 냄새를 확인하면서 먹기 위해서다. 미각의 7할이 후각이므로, 감기라도 걸려 코가 막히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

p462 눈을 깜빡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 2만 범 0.3초씩 눈을 깜빡이지만, 그 와중에 2만 번의 검은 화면을 보진 않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의식하기 어렵다. 이 역시 뇌가 사이사이 상을 채워 넣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 한시간 정도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뇌가 그린 상을 본다.

p503 1년이면 모든 원자의 98%가 바뀌고 5년이면 이전에 몸을 구성하던 원자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 말하자면 원자나 분자 단위에선 삶과 죽음의 개념이 거의 무의미하다. 구성 요소로만 따지면 이미 우리는 태어났을 때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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