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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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떠나는 수밖에

 : 김남희

 : 수오서재

읽은기간 : 2025/09/15 -2025/09/20


책의 첫 여행지는 중앙아시아, 마지막은 아프리카다.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라는 뜻.. 

작가가 20년 이상 여행을 다닌 여행가라서 그런지 편안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고생을 하는 여행이야기가 많았다. 

더구나 여행의 상당수 내용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야기다 보니 코로나로 격리되는 이야기도 중간중간 계속 나온다. 

고생스런 여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웠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대단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 나이로는 이런 여행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일단 떠나기는 하지만 더 즐거운데로 가고 싶다^^



p8 여행은 온전히 타인의 친절에 기대는 행위였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p23 초원에서는 어린아이도 제 몫을 해야 했다. 갓 태어난 망아지를 돌보거나 해질 무렵 가축을 우리로 몰고 오는 것도 아이들의 일이었다.

p30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퍼센트가 산이고, 국토 절반 가까이가 고도 3천 미터를 넘는다. 거기에 더해 7천 미터급 봉우리가 네 개. 그냥 세계의 지붕이 된 게 아니었다.

p43 사티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너희 어린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지 아느냐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아이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이라는 내 말에 다시 연필을 돌려준 저 순진함은 나 같은 이가 한명씩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희미해질 것이기에.

p64 영어에서 사이를 뜻하는 between은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반면 중국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일본어에도 존재하는 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간은 관계를 뜻한다.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서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정의를 갖게 된다.

p99 두 번째 조지아 여행은 운이 나빴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여서 운이 좋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코비드 시대의 여행은 고달팠다. 불편함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시간과 장소가 있고, 그럴 때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결의 감정과 사유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떠나길 잘했다”

p117 세상에 맞추려 너와 싸우지 말고 너에 맞추려 세상과 싸워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실컷 제대로 싸워보기나 하자

p139 전시에 등장한 또 다른 여성은 작곡가 알마 말러 베르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 시절 빈의 꽃으로 불렸던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발터 프로피우스, 시인 프란츠 베르펠과 세 번 결혼했다. 화가 오스카 코코슈가의 연인이자 집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p166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부자의 고귀한 사명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p174 누나가 무슨 태조 이성계야, 몽테뉴야? 근데 몽테뉴도 낙마했어? 몽테뉴는 낙마 후 수상록에 육체와 의식의 분리 및 통합에 대한 사유를 남겨 후대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철학적 영향을 주었다는데, 우리 누님은 얼마나 더 정치하고 웅혼한 철학적 논고를 남겨 세계 승마계와 생태학계,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네.

p195 체력이 인성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신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 믿었던 마음의 대양도 말라가기 시작한다.

p198 유럽인으로 산다는 일은 다른 세계에 빚진 자로 산다는 거라느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여행을 통해 키워진 게 아닐까.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속 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p246 코스타리카의 야생은 그 어느 곳과도 다르다. 인간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해 막막할 정도로 광대한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는 파타고니아와도 다르고, 일체의 생명이 멸절한 후의 지구를 상상하게 만드는 아이슬란드와도 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인간과 동물이 경계나 구분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곳 같았다.

p262 그날 오후에 마르몰라다의 빙하가 높이 25미터 폭 80미터 크기로 무너져 내려 아래쪽에서 트레킹을 하던 열한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탓이었다.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그날 관측 사상 최고 온도를 찍었다고 한다.

p280 내 꿈은 소박했다. 인류의 시원이 된 아프리카 대륙의 신생국 나미비아, 독일의 식민지였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점령다했다가 1990년에야 독립한 이 나라를 내 발로 둘러보고 싶었을 뿐, 거기에 더해 이 땅에 깃든 야생동물과 함께 해 뜨고지는 풍경을 누리며 감사히 하루를 마감하는 것. 그 정도가 그렇게 대단한 욕심이었을 줄이야!

p289 온수 샤워는 입구에서만 가능하고, 캠프사이트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인터넷은 당연히 안터진다. 경이로운 주변 환경은 그 모든 불편함을 사소하게 만들었다. 캠프사이트 사이의 거리는 인간이 그리워질 만큼 아득히 멀었다.

p329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부코비나, 마라루레슈가 목죠 교회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채색 수도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채색 교회보다 더 내 마음을 끈 곳읁 안젤리카와 시미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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