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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제목 : 나와 그녀들의 도시
작가 : 곽아름
출판사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13 -2025/11/23
연말로 가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올해는 운이 좋다.
곽아름님의 문학 여행기.
저자는 자신이 읽은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다니며 여행한다. 그곳에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고, 집을 방문한다.
스칼렛을 좋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장을 할애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동네도 방문하고, 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문학속 주인공들의 동네를 방문한다.
역시 섬세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난 주로 작곡가들의 고향과 일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냈고, 난 일기장에 기록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꺼내보면서 감동을 되새김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읽어서 즐거웠다
p9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명은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친아버지 같은 매슈가 죽자 앤은 진학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굳힌 앤의 말을 그는 이렇게 번역했다.
p20 내가 퀸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마일 앞까지도 뚫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p49 그녀는 67세의 4월 어느 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약물과다복용. 자살로 추정된다. 몽고메리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 박물관에 다녀온 날 밤, 제미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후 알려줘서야 알았다.
p64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다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기 대문에 생긴 병폐였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굳건함, 사랑의 영원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p159 부유한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자라 평생 제 손으로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스칼렛이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자기 손으로 일해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장면.
p194 이날 낮 서배너의 대표적인 미술관이자 미국 남부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텔페어아카데미 투어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도슨트가 내게 “왜 서배너에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이라고, 스칼렛 엄마 엘런이 서배너 출신이라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열서너 살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당신이 서배너에 온 이유가 너무 재미있네요.”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우리로 치면 이광수나 염상섭 소설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서양인 격였으리라
p204 텔페어미술관처럼 이 집도 오언스가의 상속녀가 자식이 없어서 텔페어미술관에 기증, 텔페어 미술관 소유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메리 펠테어와 일리이저 톰프슨을 비롯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 서배너. 심지어 걸스카우트 창시자 줄리엣 고든 로의 생가도 서배나에 있다.
p229 디즈니를 일컬어 여자아이들에게 남성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이미지를 주입한다도 비판도 있지만, 어디 그 공주들이 나약하기만 했던가. 디즈니가 택한 이야기들은 대개 엄마 품을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소녀들이 성장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을 버텨낼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55 그렇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그것도 중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호스트는 그제야 우리가 왜 아침부터 짐을 들고 들이닥쳤는지 이해한 모양으로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절해져서는 “내일 버스 시간 몇시야?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택시는 아주 별로야”라며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p268 1896년 앤 여왕풍으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벽지도 가구도 참 우아한다. 감탄하며 숙소안내 브료셔를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묵는 방, 하인들 방이다. 제일 싼 방이 그렇지 뭐. 진짜 우리는 언제쯤 여행 와서 에어비앤비나 친구네나 하인 방 말고 고급 호텔에 턱턱 묵을 수 있을까.
p303 둘의 결혼생활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보그 기자 폴린을 만나면서 파탄난다. 헤밍웨이는 이혼 위자료로 해들리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로열티를 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해들리는 뒤늦게 바람핀 남편 덕을 보게 된다.
p307 이 집에서 여자는 두 아들을 낳았고 소설가 남편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쓰며 명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 남편은 에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남자인 헤밍위에를 탐내는 여자에게 홀려 여자와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새 여자와 함께 쿠바에 정착해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다.
p322 비행기는 처음에는 그저 수평서 너머 한 쌍의 작은 불빛이다. 이윽고 작은 새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점점 해안으로 가까이 오며 몸집을 부풀린다. 헤엄치던 사람들도 일광욕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한다.
p332 앨런뿐 아니라 같이 크루즈 여행중이라는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도 “혼자 여행하는 거냐”며 내게 무척 친절해서 “설마, 나 동정받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