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새로운 일도 별로 없고 어제같은 오늘과 오늘과 별 다를 바 없는 내일을 도리없이 맞다 보니

연말이다... 올해 꼭 해야할 일로 뭘 정할까 고민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10년 같았던 1년들이 있었다. 처음 부모와 친구들과 세상에 맞서기 시작했던 때였다.

직장을 갖고부터 시간이 조금씩 빨리 흐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운전을 하면서는 더욱...

얼마 전 새로 근무하게 될 지도 모를 학교에 갔다 왔다.

근데, 다소 혼란스러웠다. 교장의 분위기가 다소 전투적인 학원장 분위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상위 4%의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정독실을 자랑하고 명문고로 만들기 위한 선생들의 희생을

특히 강조하는 품이, 나의 이직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중학교였으면 좋았을 것을...

머리도 복잡하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애들도 연말이네, 축제네 해서 잘 오질 않아

월요일 하루 수업을 째고 서울간다~

서울살이 10년만에 집을 장만한 여동생 집들이 겸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

간만에 서울 나들이 간다. 까미만 집에서 혼자 1박2일이다..ㅜㅜ 미안..

내려와서는 아무래도 수학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훨씬 어렵다는 걸 또 한번 생각한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마음이 무겁다... 잘 하고 있는 짓인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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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라는데는 학원하고는 또 달라서 학원이야 원장의 방침이 완전 일률적으로 쫘악 장악하는게 대부분이지만 학교는 그 사이 사이 틈들이 많다는거 같은데....
교장보고 학교다닌다면 이 나라에 선생질 할 사람 별로 없을거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 오랫만에 가족이 모이는거겠네. 그래도 남동생은 아마도 못왔을테고....
즐거운 시간 되길... 근데 같이 서울여행가기로 한 건 어떻게 된거냐?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을 보다가 강풀의 <26년>이라는 만화를 보게 됐다. 강풀 만화는 입소문이 많았던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란 말이 맞았다. 다른 작품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26년>이란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휴가'와는 또다른 의미로 광주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었다.

가끔, 아니 어릴 때는 더 자주, 일제 강점기라든지 6.25라든지 한 사람의 나약한 힘만으로는 어쩌지 못할 거대한 폭력 앞에 놓이게 되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끔찍해했던 기억이 있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도청에서, 국가의 불법적인 폭력에 터무니없는 죽음을 당해야했던 사람들의 그 억울함에 감정이입이 되면 금방 가슴이 울멍해진다.

<26년>은 광주의 상처가 지금까지도 전혀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자백하지 않았는데, 피해자도 아닌 사람들이 그들을 용서해버렸으니, 피해자의 상처는 절대 아물수 없는 것이다. 국가가, 법이 제대로 죄를 드러내고 죄인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단죄에 나선다면 과연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북한군이 쳐들어와 내 가족을 죽이는 악몽에 가위눌리며 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쟁을 겪지도 않은 내가 이 정도의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며 컸는데, 광주에서 직접 그 역사적 현장을 지켰던 사람들의 정신적 화인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가해 세력의 진정어린 사죄로만 달래질 이들의 상처가 언제쯤 아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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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이 인도네시아에서 산다. 거기서 취직을 했고, 인도네시아 여인네와 결혼도 했다. 2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는 재미에 아주 푹~~ 빠져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5살 터울이어서, 남동생 크는 걸 다 봐 왔다. 항상 불안불안한 모습으로 크고 살아가는 걸 지켜봤길래, 서른이 넘고, 결혼을 했어도 내 마음 속에 남동생은 '어른'이 덜 됐었다. 근데.. 아이가 생긴 뒤로 동생은 드디어 '어른'이 된 것같다. 모든 생각의 중심에 아이가 생겼더라. 스포츠를 빼놓고, 남동생이 무엇인가에 그토록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다.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다. 아민이-조카의 이름-가 옆에 있어서 항상 볼 수 있다면 그들 가족의 모습이 지금쯤은 익숙해졌을텐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다 보니, 그들의 화목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는 그래서 당연히 남동생 친구들도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혼한 한국인 친구들이 몇 있는데, 한두 사람은 인도네시아 갔을 때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었다. 근데.. 그 중 한 친구가 이틀전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척추 이골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인터넷 지식 검색을 해 봤지만 자료가 그렇게 많지 않을 만큼 희귀병이었다. 뼈가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병이라서 계속 교정하고 보정하는 치료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 갓 세상을 보게된,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아이의 모습과, 그 아이의 앞날에 놓여있을 형극의 고통이 오버랩되면서, 저녁 내내 가슴이 짠했다.

2백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보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국민의 4%는 장애인이란 말인데, 그럼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25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란 말이 된다. 물론 증상이 경미해서 눈에 거의 안 띄는 가벼운 장애가 많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일상 생활에서 보기란 거의 힘들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놓고, 그들을 어딘가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은 결과다장애인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텔레비젼인데, 천편일률 그들은 장애를 '극복한' 초인적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로 미화되어, 비장애인들의 나약함을 반성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질 뿐이다. 마치 모든 장애인들이 그 장애들을 '극복'하고 정상인처럼, 혹은 정상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수퍼맨처럼 되어야 비로소 비정상인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비장한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 같다.

내 남동생의 친구의 둘째 아이는 아마도 초인적 정신과 불굴의 정신을 지닌 수퍼맨이 되기 보다는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길을 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예정된 수많은 치료와 수술의 고통을 이겨낸 뒤에, 또다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제에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될 거다. 그렇겠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장애를 다른 사람과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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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찌된 감기인지 한번 걸리면 무조건 일주일이다. 패턴도 너무나 똑같다. 목감기에서 시작해서는 코감기로 발전, 마무리는 기침 감기로.. 목만 아팠던, 코만 좀 맹맹하고 말았던 그런 감기는 내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도 환절기마다 거르지 않고 꼭꼭 챙기며, 여름 감기, 겨울 독감이 옵션으로 곁들여진다.

나를 뱃속에 넣고 있었던 그 순간에도 남편의 병수발과 가난한 살림과 싸우느라, 자식에게 물질적은 사랑은 쏟아넣지 못했던 엄마를 탓하기에는 너무나 여러운 나이가 돼 버렸고, 후천적으로 체력 관리 못하는 니 탓이라는 비난을 당하기에는, 똑같이 운동 안 하고 똑같이 일에만 매여살면서도 감기 한번 안 하는 직장 동료들을 볼 때, 좀 억울하다.

그래서 감기가 돌기 시작하면 알아서 몸을 사린다. 감기 걸린 사람과는 절대 숟가락을 섞지 않으며, 될 수 있으면 얼굴 마주하고 얘기도 잘 안 하고, 따뜻한 물과 커피를 달고 산다. 인삼 달인 물을 마시면 절대 감기에 안 걸린대서 그것도 하고 있었지만, 또 어이없이 걸려들고 말다니.. 이 정도면 이젠 그만 체념하고 살아야하는 거 아닌가..

감기를 핑계로 서재를 등한시했는데, 가끔은 방문자 수를 보면서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10여명이 넘게 들르고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기도 하다. 매일 같은 글이 떠 있는 서재를 왔다가게 하는 게, 마치 집에 손님이 왔다가 그냥 가게 하는 것같은 기분과도 좀 비슷하다. 그래서 남들은 그렇게도 꾸준히 서재를 꾸몄나..

다녀가시는 분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들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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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2007-10-2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일 버릇처럼 여러 사람들의 서재를 들르는데 여기 왔다 간 10명 중 한명입니다.
난 진짜 감기 잘 안걸리는 사람인데(넘 열받지 마시고)그런 점에서 부모님께 감사하고.
파뿌리와 인삼과 대추를 잘 다려서 꿀이나 흑설탕에 타서 상복하시면 감기 잘 안걸린답니다.
요즘 난 건강체질을 자랑하다 된통 어깨 목의 통증으로 파스로 도배하고 삽니다.
디스크가 의심 됩니다. 그놈의 야자 감독 열심히 하다가 꼬박 150분을 걷고 돌아다니고 야단치고 눈흘기고. 그만 병을 얻었습니다. 다음 주 야자까지 나아야 되는데...

점순이 2007-10-27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한 명 낚였군~^^ 내일 보겠네~^^ 야자는 하는 감독하는 선생님들도 고생이지만 애들도 고생이다. 야자까지 꼬박 한 애들이 학원와서 수업 듣잖아.. 피곤해하는 애들 보면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쌩쌩한 애들은 보나마나 학교에서 실컷 자고 온 애들일테고.. 빨리 야간'자율!!'학습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나의 동업자 서영남씨는 아이가 둘인 아줌마다.

첫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아침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물론 수업이 늦게 끝나 새벽에 집에 들어간 날은 일어나지 못해서 그녀의 남편이 아이들 챙겨서 학교 보내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 학교 마중과 남편 직장 출근을 거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돌아와서 한숨씩 자는 날도 있지만 오늘은 그 토막잠도 즐기지 못하고 학교에 호출 당했다.

이유는 학교 청소. 학부모 몇 명을 불러서 학교 청소를 시키는 데 불려 나간 것이다.

학원에 출근 해보니, 여느 때면 강의실을 지키고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 피곤하고 늘어진 모습으로 그녀와 같이 청소에 동원된 학부모 몇 명이 같이 학원으로 들어와 커피를 마시고 조금 수다를 떨다가 갔다.

그리고 난 초등학교의 이런 처사에 의구심을 갖는다.

초등학교 학부모는, (저학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학교 호출이 많다. 서씨 아줌마의 경우 급식과 도서관 사서 노릇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 사회 선생님도 초등학교 학부모인데, 학교 급식이니 시범 수업이니 해서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잦아 보였다.

어떤 좋은 의도인지,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런 학교의 잦은 호출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피곤한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스승의 날같은 특정 기념일 근처에 이런 호출을 당하면 혹시라도 거기에 깔려 있을지도 모를 '복선'을 읽어내느라 쓸데없이 신경들을 쓰고 있는 모습도 본다.

암튼.. 유리창 청소와 교실 주변 청소를 하느라 1시간 반 정도의 노동에 지친 우리 서영남씨는 당연히 저녁 수업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엎드려 있다가, 머리가 아프다면 진통제 한 알 먹고 10시 40분 수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돌아갔다.

아내와 엄마와 직업인과 며느리-시아버지가 8남매 중 장남에 남편이 장손이다ㅜㅜ-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서영남씨의 하루하루는 옆에서 지켜보기 벅찰 때가 있다. 물론 부지런하고 자상한 남편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씩씩하게 그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는 것도 같지만, 그녀를 지켜보면서 가끔 내가 아내가 아니고 엄마가 아니고 며느리가 아님에 안도할 때가 있다.

항상 밝고 씩씩한 서영남씨. 그러면서도 자신을 사랑하기에 게으르지 않은 서영남씨.

학교가 그녀의 소박한 휴식을 빼앗아 가는 일이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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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0-12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내년에 예린이 초등학교 보내야되는데...
학교에서 일어나는 저 모든 노동이 사실상은 국가예산으로 지원되거나 학교 자체에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안하고 엄마들의 노동으로 해결하려 하니... 저건 정말 노동착취야. 중학교 1학년 담임하면 입학식하고 엄마들이 꼭 묻는 질문 있어. 교실에 뭐 필요한거 없나요? ㅎㅎ 처음엔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얼마나 어리둥절했는지.. 근데 알고보니 초등에서는 교실 비품같은 것도 학부모한테 떠넘기는 몰지각한 선생들이 있다고 하더만... 초등이 제일 안바뀌는 것 같아 나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