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을 보다가 강풀의 <26년>이라는 만화를 보게 됐다. 강풀 만화는 입소문이 많았던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란 말이 맞았다. 다른 작품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26년>이란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휴가'와는 또다른 의미로 광주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었다.

가끔, 아니 어릴 때는 더 자주, 일제 강점기라든지 6.25라든지 한 사람의 나약한 힘만으로는 어쩌지 못할 거대한 폭력 앞에 놓이게 되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끔찍해했던 기억이 있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도청에서, 국가의 불법적인 폭력에 터무니없는 죽음을 당해야했던 사람들의 그 억울함에 감정이입이 되면 금방 가슴이 울멍해진다.

<26년>은 광주의 상처가 지금까지도 전혀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자백하지 않았는데, 피해자도 아닌 사람들이 그들을 용서해버렸으니, 피해자의 상처는 절대 아물수 없는 것이다. 국가가, 법이 제대로 죄를 드러내고 죄인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단죄에 나선다면 과연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북한군이 쳐들어와 내 가족을 죽이는 악몽에 가위눌리며 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쟁을 겪지도 않은 내가 이 정도의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며 컸는데, 광주에서 직접 그 역사적 현장을 지켰던 사람들의 정신적 화인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가해 세력의 진정어린 사죄로만 달래질 이들의 상처가 언제쯤 아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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