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인도네시아에서 산다. 거기서 취직을 했고, 인도네시아 여인네와 결혼도 했다. 2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는 재미에 아주 푹~~ 빠져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5살 터울이어서, 남동생 크는 걸 다 봐 왔다. 항상 불안불안한 모습으로 크고 살아가는 걸 지켜봤길래, 서른이 넘고, 결혼을 했어도 내 마음 속에 남동생은 '어른'이 덜 됐었다. 근데.. 아이가 생긴 뒤로 동생은 드디어 '어른'이 된 것같다. 모든 생각의 중심에 아이가 생겼더라. 스포츠를 빼놓고, 남동생이 무엇인가에 그토록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다.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다. 아민이-조카의 이름-가 옆에 있어서 항상 볼 수 있다면 그들 가족의 모습이 지금쯤은 익숙해졌을텐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다 보니, 그들의 화목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는 그래서 당연히 남동생 친구들도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혼한 한국인 친구들이 몇 있는데, 한두 사람은 인도네시아 갔을 때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었다. 근데.. 그 중 한 친구가 이틀전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척추 이골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인터넷 지식 검색을 해 봤지만 자료가 그렇게 많지 않을 만큼 희귀병이었다. 뼈가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병이라서 계속 교정하고 보정하는 치료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 갓 세상을 보게된,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아이의 모습과, 그 아이의 앞날에 놓여있을 형극의 고통이 오버랩되면서, 저녁 내내 가슴이 짠했다.

2백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보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국민의 4%는 장애인이란 말인데, 그럼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25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란 말이 된다. 물론 증상이 경미해서 눈에 거의 안 띄는 가벼운 장애가 많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일상 생활에서 보기란 거의 힘들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놓고, 그들을 어딘가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은 결과다장애인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텔레비젼인데, 천편일률 그들은 장애를 '극복한' 초인적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로 미화되어, 비장애인들의 나약함을 반성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질 뿐이다. 마치 모든 장애인들이 그 장애들을 '극복'하고 정상인처럼, 혹은 정상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수퍼맨처럼 되어야 비로소 비정상인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비장한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 같다.

내 남동생의 친구의 둘째 아이는 아마도 초인적 정신과 불굴의 정신을 지닌 수퍼맨이 되기 보다는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길을 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예정된 수많은 치료와 수술의 고통을 이겨낸 뒤에, 또다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제에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될 거다. 그렇겠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장애를 다른 사람과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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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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