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카톡 - 읽다 떠들다 가지다
김성신.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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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수다로 즐겁게 독서하기, 북톡카톡​


이번 서평은 책 내용에 걸맞게, 가벼운 대화체 느낌으로 써보려 해요! 발랄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말이죠!

이 책은 경향신문에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칼럼의 일부를 모아 출간한 책이에요. 제목처럼 '카톡'으로 대화하는 형태로 해당 책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저자가 느낀 점을 공유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답니다! 그래서 그냥 카톡 이야기라고 읽기에는 다소 긴 듯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 구성이라는 것이 쉽게 취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카톡'으로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책들이, 만만치 않게 보이는 책들이에요. 그냥 읽었다면 어렵게 느껴졌을 것 같은 인문학 혹은 사회학 관련 책들이 은근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카톡 대화를 하는 형태로 읽다보니까, 책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어요. 그러고보면 어떤 책을 마주하는 자세도 책을 읽어나갈 때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 내용에 한정된 수다가 아니라, 관련된 화제 모두가 포함되기 때문에 더 흥미로워요. 그러니까 약간 유식한 말로 하자면... 내재적 관점 뿐 아니라 외재적 관점도 가득 담겨있다고나 할까요. 예를들어 김영하 작가의 <보다>라는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김영하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꽤 있었거든요. 그렇게 독서의 폭을, 시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수다가 말이죠, 가벼운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책 내용이 흥미로워지도록 내용을 쏙쏙 골라내 보기 좋게, 그리고 그 책을 집어들고 싶어지게 독자에게 가지런히 내어놓는다니까요! 사실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일 많이 생기잖아요. 책 속에 소개된 또 다른 책을 읽게 되는 일종의 연쇄독서!!! <북톡카톡> 때문에 읽고 싶어진 책이 너무너무 많았어요. 카톡에서 소개하는 책 뿐 아니라, 각 파트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뭔가로 만들어주는 책'코너 중에 확 눈길을 끄는 책들이 의외로 많았거든요.


책 초반에서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전문가들도 각자 자기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고요. 그러고보니 그런 비슷한 말은 어디에선가 들었던가... 읽었던가... 아무튼 익숙한 느낌이었네요. 어쨌든 '뭔가로 만들어주는 책' 코너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열권에다가 한권 더 더해서 소개하고 있어요. 혹시 읽은 책이 있으려나..? 싶어서 그 코너가 나올 때마다 어떤 책이 있나 열심히 들여다봤는데, 각 코너마다 한두권 정도만 읽었더라고요. 결국 저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게 아니라 다양하지만 얕게 읽는 것으로 판명났네요. 아예 한 권도 읽지 않은 분야도 있었고요.

어쨌든 이 코너에서 제가 주목했던 두 분야는 '글쟁이'로 만들어주는 책 10+1과, '걷게' 만들어주는 책 10+1이었어요. 요즘 관심사에 아무래도 끌렸던 것 같아요. 때문에 이 두 코너에 나온 책들은 차근차근 한 권씩 읽어나가기로 결정했어요! 물론 지금 쌓여있는 책들부터 읽어야하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안에는 꼭!! 읽으려고요.


제가 바로 위에서 요새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죠? 아무래도 서평을 자주 쓰다보니 글쓰기에 관심이 갈수밖에 없어요. 글을 쓰다보면 그게 어느 장르의 글이든 더 잘 쓰고 싶은 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인상깊은 카톡수다도 <힘있는 글쓰기>라는 책을 소재로 대화한 내용이었어요. 글쓰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책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 생겼어요. 이 책은 이번 달 안에는 꼭 읽어보려고요!

그밖에 카톡 수다를 통해 궁금해진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일단 우선적으로 접해보고 싶은 책들은 세 권 정도에요. 하나는 정유미의 <먼지아이>라는 동화책이에요. 책에 대한 이 설명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궁금해졌어요.


<먼지아이>는 저자가 다 완결시켜 버린 닫힌 구조의 스토리가 아니라, 독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완성시켜 가는 완전히 열린 구조의 스토리라는 거죠. 독자가 먼지아이를 두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수만 가지 해석이 다 가능하죠. 진짜 멋지고 놀라운 동화에요! (p.128)


그리고 또 한 권은 <흔적의 역사:이기환 기자의 이야기 조선사>라는 책. 기존에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조금 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다고 해서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한 때 역사를 좋아해서 조선왕조실록도 읽어보고 야사도 찾아서 보고 했었다보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분도 공감이 갔고요.


우리는 역사 속 인물을 직접 만나볼 수가 없으니, 그냥 외워야 했던 교과서 정보만 가지고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시켜 버렸지요. (p.149)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신 백과사전:고대부터 인간세계에 머물렀던 2,800여 신들>이라는 책이에요. 마이클 조던이라는 외국 사람이 지었다고 하는데, 전 세계의 신들을 다뤘으니 한국 신도 등장하겠죠? 예전부터 신화 읽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되어요. 물론 악마 백과사전도 궁금한데, 일단은 신부터 알아가려고요. 제가 예전에 읽었던 북유럽, 인도, 그리스로마, 한국, 일본, 중국 신화에 등장했던 신들을 다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요.


저자는 책 맨 앞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하여간에 우리의 설레발로 인해 누구라도 '아! 책은 쉬운 것이구나!', '독서는 재미있는 것이구나!' 이렇게만 여기게 된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p.9)


그 목적을 결국 잘 살려낸 것 같아요. 저는 물론 독서를 아주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지만, 이 책을 주변에 선물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책과 독서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이 칼럼은 아직도 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연재되고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이 매력에 중독되어 버렸나봐요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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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제토이 컬러링 북 컬러풀 제토이 시리즈
제토이 편집부 엮음 / 제토이(Jetoy)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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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색칠하며 힐링하기, 컬러풀 제토이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컬러링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컬러링북의 소재는 무궁무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담긴 새로운 컨셉의 컬러링북을 계속해서 접하게 되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컬러풀 제토이>도 새로운 매력이 담긴 컬러링북이었던 것 같다.


먼저 표지를 보면, 필기체로 우아하게 쓰인 제목 위쪽에 열쇠구멍 모양이 있다.

그 안에는 색칠되어 있는 그림인데 붉은 망토를 두른 흰 고양이가 있고, 그 둘레는 흑백의 식물 일러스트가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표지부터 너무 예뻐서 호감이 가는 책이었다.


표지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컬러링북 안의 각 그림들에는 귀여운 고양이그림이 빠지지 않는다.

이 고양이의 이미지는 참 부드럽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색칠되어 있는 색감과 질감이 그렇다.

고양이 그림의 부드러운 색감과 테두리가 일러스트의 선명한 선과 약간은 대비되는 느낌도 준다.

하얀 고양이도 있고, 검은 고양이도 있고 다양했지만, 역시 하얀 고양이가 참 예뻤던 것 같다.

일러스트는 대부분 식물 그림이었는데, 여러 가지 식물에 둘러싸여 있는 고양이가 참 예쁘고 우아하게 보였다.


각각의 그림에서 고양이의 모습은 다양하게 보여지고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안경을 쓰고 꽃들에 파묻혀 책을 읽는 모습의 고양이였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기 때문인지, 그런 쪽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림을 보니 독서와 잘 어울리는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빨간모자, 눈의 여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동화를 컨셉으로 한 그림들도 매력적이었다.

하와이 훌라춤을 추는 고양이나 냉장고 속의 고양이도 귀여웠다.

또한 표지에서 보았던 열쇠 모양은 내부의 페이지 안에서 왼쪽 면에 그려져 있었는데, 오른쪽 그림의 일부가 담겨 있는 형태였다.

전체 그림에 대한 미리보기 같은 느낌이라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림들이 너무 예뻐서 멋지게 색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색칠하는데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색감이 좋은 편이 아니라 멋지게 색칠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하다.

색칠한 것 중에 하나인데, 이 그림도 그다지 성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아쉽다.

예쁘게 색칠하기 위해, 많은 꽃 그림과 사진을 보아야 할 것 같다. 거기서 알게 된 색깔들을 채워넣고 싶다.


그래도 컬러링북을 하게 되는 가장 큰 목적인 '힐링'은 잘 채워지는 책이었다.

일단 고양이 그림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식물 그림도 치유의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다.

답답한 마음이 들 때 차분히 그리고 천천히 그 마음을 흘려두는 기분으로 색칠하며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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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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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지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두번 숨다


철학이라는 분야는 어렵게 보이지만 그래도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세상, 그리고 인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지라도.

이 책에 담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서도 그랬다. 책에 담겨있는 그의 철학은 다소 단편적으로 보여서,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철학을 통해 뭘 말하고 싶어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비트겐슈타인 철학 전반을 다룬 것이 아니라 후반부의 철학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고 있어서, 앞부분의 철학과의 차이를 알아가는 데 특히 어려움이 있었다. 어쩌면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더 알고 다시 읽게되면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 명은 상우이고, 다른 한 명은 상우의 외할머니인 지효이다.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상우가 외할머니 지효의 일기를 읽게 되면서 연결된다. 지효가 친구인 반 다인과 함께 비트겐슈타인을 만나 그의 삶과 철학을 알아갔던 내용이 담겨있는 일기. 책은 상우의 상황과 지효의 상황을 교차해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의 강의까지 듣는 지효의 이야기는 오래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의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러나 어쩐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것은 왜였을까? 어쩌면 그가 언어에 관해 주장한 내용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어와 관련된 부분과 함께 그의 이름을 접했던 걸까? 궁금증을 못이기고 소지하고 있던 언어 관련 책들을 훑어봤지만 정확히 어디서 본 것인지 알 수 없어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언어'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철학 중 가장 주목하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언어와 세계의 구성방식이 결국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해설하는 내용을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상우가 이해했던 것처럼 말이다. 


같은 '삶의 세계'에 있는 우리끼리는 같은 '삶의 양식'을 누리고, 서로의 말을 대번에 알아듣는다. 우리는 같은 게임의 규칙을 따른다. 축구장 안에서 축구 시합이 벌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언어 안에서 말로 게임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p.110)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알아가는 흥미와 또 별개로, 그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알아가는 흥미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었다.


"이봐 찌, 비트겐슈타인은 책을 여러 권 읽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있었대." (p.44)


비트겐슈타인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책은 어떤 책이었을까. 그리고 그 책들을 통해 얻은 것은 그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알게 되고, 호기심이 생긴 것처럼 그도 그런 책들이 있었을까? 여러 호기심이 생긴다.


또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유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것은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이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머의 이해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겨두고 싶었다.


"반 다인, 비트겐슈타인은 왜 유머에 관심이 있었을까?"

"글쎄. 우리가 유머를 이해하는것도 시나 음악을 이해하는 것처럼 문화에 속한, 문화 안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본 것은 아닐까? 2년 전 케임브리지에서 데이비스라는 추리 작가의 유머 감각을 말하면서, 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었거든." (p.156)


세세하게 읽어가다보면 좀더 알고싶은 것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어쩌면 철학이라는 것이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일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이번 기회에 더욱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의 철학이 담긴 책, <논리-철학 논고>도 알고 싶어졌다. 물론 잘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고 싶은 흥미는 있다.


덧.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저자의 말에서 흥미를 끌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지효의 친구 반 다인. 역시 유명 추리소설가의 필명에서 따 온 이름이었다. 간만에 그의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지게 했던 부분이었다. 더불어 아치볼드 크로닌이 썼다는 <천국의 열쇠>도 궁금해졌는데, 이 책은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목차의 제목만 따온 것임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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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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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심리상담을 요청하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온라인에 연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곘으나, 초반은 꽤 속도감 있게 읽혔다. 통통 튀는 발랄함이 느껴지고, 사건들과 인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일련의 사건 끝에, 화자 야콥은 병원에서 '아벨 바우만'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광대 모습을 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심도 있는 주제이지만 유쾌하게 다뤄지는 주인공 야콥과 아벨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조금씩 설득당하기 시작한다.
야콥 역시 독자와 다를 바 없이 처음에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과는 엄청난 거리감을 드러내는 남자가 신이라니, 누구나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점차 드러나는 그의 가정사 또한 범상치 않다. 그의 가족들마저 자신이 신이라는 그의 주장을 터무니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과연 세상에 그가 신이라는 걸 믿는 자가 있을까?


야콥은 신과 함께 다니면서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과 함께했던 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야콥이 신을 만난 이후, 그를 둘러싼 세상은 꽤 많이 변화를 겪었다. 어쩌면 야콥은 그러한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벨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바뀐 것일까, 아니면 그 변화 덕분에 아벨에게 좀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 것일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의 모습과는 다른 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 매력적이다. 신이 전지전능해서 우러러 봐야 하는, 저 높은 곳에 있어 닿을 수 없는 존재이길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친구같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신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야콥은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아벨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만난다. 그는 논리적인 근거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의 감정, 판단에 이끌려 그가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인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럼 그것 말고 믿을 게 뭐가 있소? 감정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건 없소. 그래서 사람들이 지식이 아닌 사랑과 행복, 우정 같은 걸 동경하는 거 아니겠소?」(p.273)


생각해보니 그렇다. '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할 필요가 있던 것일까? 믿음은 일종의 감정이다. 이성을 움직이는 논리적인 이유들이 있다면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인츠의 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울림을 전해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기도라도 하고 싶지만 이제 누구한테 기도를 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신 바로 옆에 있던 무신론자였다면 이제는 신이 없는 유신론자가 되었다. (p.278)


아벨은 결국 야콥의 곁에서 떠나고, 야콥은 홀로 남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이 문장이 그의 상실감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또 다시 반전이 있어서, 결국 이 책이 전해주던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않고 소설이 마무리 된다.

빠른 전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책 전반의 분위기도,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느끼는 뜻밖의 깨달음이 만족감을 더하고 또 더해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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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표절 - 문학과 예술의 전통적 연대기를 전복하여 무한히 확장된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다 패러독스 3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여름언덕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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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이론, 예상 표절


내가 '피에르 바야르'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마주한 것은 몇년 전... 아마 이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봤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혼란스럽기만 한 상태로 읽었었다.

분량이 적은 편인데 이번에 읽으면서도 평소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책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예상 표절'이라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표절은 과거에 있던 작품을 이후 사람이 베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시간 개념'에 대한 생각을 전환한다.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인물의 작품을 훔쳐서 자신의 작품에 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일부 비평가들이 믿는 것처럼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일방통행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일상의 다양한 경험은 시간이 언제나 그렇게 흐르지는 않으며, 굳어버린 이 표상이 문학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게 분명해서 다른 시간 모델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p.18)


충격적인 주장이다. 저자는 이 시간에 대한 개념 재정립에서 더 나아가 표절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의를 할 것을 주장한다. 모든 표절에는 주 텍스트와 부 텍스트가 존재하는데, 고전적 표절(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표절을 의미)에서 주 텍스트가 부 텍스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것과는 달리 예상 표절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때문에 표절은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자체를 두고 파악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피에르 바야르가 주장하는 새로운 시간모델에 따른 표절에 대한 개념 재정립은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기도 하다. 이 이론을 잘못 활용한다면 일반적인 개념의 표절을 정당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독서하는 행위 자체에서 이뤄지는 문학 텍스트의 유동성 때문이다.


독서는 각 독자에게 텍스트를 복합적인 지위를 가진 텍스트로 대체시키는데, 대체된 텍스트는 다수의 시간망 속에 새겨져, 점차 멀어지는 첫 번째 텍스트와 비교해볼 때 유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텍스트가 된다. (p.61~62)


책을 읽는다는 것, 즉 독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행위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나 독자에게 읽히는 순간 새로운 존재로 계속해서 탈바꿈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텍스트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담게 된다. 때문에 텍스트를 해석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문학 텍스트의 극단적인 유동성은 우리가 대하는 제3의 텍스트가 어떤 점에서 두 번째 텍스트가 주는 효과가 아닌지 알기 힘들게 만들며, 진짜 예상 표절인지 표절에 대한 착각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만든다. 두 텍스트 사이의 우연의 일치는 두 텍스트를 아는 독자의 눈에 소급적 흔적을 안길 뿐인데도, 첫 번째 텍스트가 두 번째 텍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그릇된 인상을 준다. (p.80)


벽에 부딪히는가 싶었는데, 저자는 또다른 쟁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다. 프로이트와 타우스크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피에르 바야르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온전히 자신의 소유라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이디어가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동시대인의 머릿속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가로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주석에서 언급했던 타우스크와 프로이트의 관계에 관한 책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이했던 것 중 하나가 재인용된 구절들을 스쳐갈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니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놓칠 수 없었다. <선과 악을 넘어서>라는 니체의 책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앙케트>라는 책의 '카프카의 선구자들'이라는 글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신선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독서의 폭을 넓혀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예상 표절>에서 이야기하는 기존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 파괴는 인상적이었다. 가끔 황당무계해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사유 자체는 광장히 흥미롭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결말이 다소 모호하게 끝났다는 것. 확실히 예상표절이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적용하기에는 확연히 틀이 잡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기존의 개념을 뒤흔드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건 나름대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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