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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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지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두번 숨다


철학이라는 분야는 어렵게 보이지만 그래도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세상, 그리고 인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지라도.

이 책에 담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서도 그랬다. 책에 담겨있는 그의 철학은 다소 단편적으로 보여서,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철학을 통해 뭘 말하고 싶어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비트겐슈타인 철학 전반을 다룬 것이 아니라 후반부의 철학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고 있어서, 앞부분의 철학과의 차이를 알아가는 데 특히 어려움이 있었다. 어쩌면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더 알고 다시 읽게되면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 명은 상우이고, 다른 한 명은 상우의 외할머니인 지효이다.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상우가 외할머니 지효의 일기를 읽게 되면서 연결된다. 지효가 친구인 반 다인과 함께 비트겐슈타인을 만나 그의 삶과 철학을 알아갔던 내용이 담겨있는 일기. 책은 상우의 상황과 지효의 상황을 교차해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의 강의까지 듣는 지효의 이야기는 오래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의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러나 어쩐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것은 왜였을까? 어쩌면 그가 언어에 관해 주장한 내용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어와 관련된 부분과 함께 그의 이름을 접했던 걸까? 궁금증을 못이기고 소지하고 있던 언어 관련 책들을 훑어봤지만 정확히 어디서 본 것인지 알 수 없어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언어'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철학 중 가장 주목하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언어와 세계의 구성방식이 결국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해설하는 내용을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상우가 이해했던 것처럼 말이다. 


같은 '삶의 세계'에 있는 우리끼리는 같은 '삶의 양식'을 누리고, 서로의 말을 대번에 알아듣는다. 우리는 같은 게임의 규칙을 따른다. 축구장 안에서 축구 시합이 벌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언어 안에서 말로 게임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p.110)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알아가는 흥미와 또 별개로, 그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알아가는 흥미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었다.


"이봐 찌, 비트겐슈타인은 책을 여러 권 읽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있었대." (p.44)


비트겐슈타인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책은 어떤 책이었을까. 그리고 그 책들을 통해 얻은 것은 그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알게 되고, 호기심이 생긴 것처럼 그도 그런 책들이 있었을까? 여러 호기심이 생긴다.


또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유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것은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이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머의 이해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겨두고 싶었다.


"반 다인, 비트겐슈타인은 왜 유머에 관심이 있었을까?"

"글쎄. 우리가 유머를 이해하는것도 시나 음악을 이해하는 것처럼 문화에 속한, 문화 안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본 것은 아닐까? 2년 전 케임브리지에서 데이비스라는 추리 작가의 유머 감각을 말하면서, 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었거든." (p.156)


세세하게 읽어가다보면 좀더 알고싶은 것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어쩌면 철학이라는 것이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일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이번 기회에 더욱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의 철학이 담긴 책, <논리-철학 논고>도 알고 싶어졌다. 물론 잘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고 싶은 흥미는 있다.


덧.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저자의 말에서 흥미를 끌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지효의 친구 반 다인. 역시 유명 추리소설가의 필명에서 따 온 이름이었다. 간만에 그의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지게 했던 부분이었다. 더불어 아치볼드 크로닌이 썼다는 <천국의 열쇠>도 궁금해졌는데, 이 책은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목차의 제목만 따온 것임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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