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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7 - 영국 감성 매거진 ㅣ 시리얼 CEREAL 7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언제나 마음에 드는, 시리얼 vol.7
시리얼 7호의 표지는 사막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그 아래의 모래 언덕, 가운데 홀로 걷고 있는 사람.
지평선이 너무 깨끗해보여서 혹 이미지를 편집한 사진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깔끔하게 잘 떨어져 있다.
보면 볼수록 편안해졌던 과거 시리얼의 표지들처럼, 이번에도 역시, 표지부터 정화되게 만드는 느낌이 좋았다.
시리얼도 벌서 8권째 읽고 있다. 이 책이 7호이긴 한데, 국내에서는 1호가 나오기 전에 8호를 동시발매 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8호를 보고 빠지는 바람에 계속해서 구매해서 사보고 있는 독자 한명이 여기... 그 동안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였다. 글 내용도 마음에 들었지만 시리얼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사진과, 여백이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볼 수 있다고나 할까.
특히 이번 시리얼 7호는 정말 만족도가 높았다. 여기 소개된 세 지역인 뉴욕, 브리스틀, 마라케시 모두 다른 매력인데 그 매력들이 다 마음에 들었다! 시리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도시에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소개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몰랐던 도시는 그 도시의 매력을 가득 꺼내놓는다. 게다가 분야도 다양해서 새로운 지식을 쏙쏙 흡수하는 느낌이 든다.
가장 먼저 소개된 지역은 뉴욕. 뉴욕부분에서는 공연이 열리는 장소인 링컨 센터, 조각 디자인 미술관인 노구치, 편집숍 어파트먼트 바이 더 라인, 주말의 브런치 유행, '스티븐 앨런'이라는 인물의 인터뷰, 그리고 뉴욕에 대한 에세이인 '마음속의 뉴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뉴욕하면 금융지구와 브로드웨이만 떠올렸었는데, 다른 장소들에 대해 좀더 깊이 알게되었던 점이 좋았다. 그러나 뉴욕 부분에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마지막에 실려있던 일종의 에세이 같았던 기사였다. 글쓴이는 뉴욕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의 뉴욕'이라는 글에 꼭꼭 담아냈다. 뉴욕만이 가진 매력들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그토록 뉴욕에 끌려버리는지... 물가도 비싸고, 사람들이 많아 여러 불편사항이 가득한 뉴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떠나지 못하는지. 뉴욕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느낌들,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글을 읽으니 어쩐지 뉴욕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어쩐지 딱딱하고 닿을 수 없는 번화한 도시의 느낌이었는데, 뉴욕도 사람 사는 공간이라는 점이 강하게 느껴졌다.
다음 지역은 브리스틀. 영국의 자전거 도시다. 브리스틀, 어감부터 마음에 드는 도시 이름이다. 그런데 이 도시는 자전거가 다니기에 좋은 지형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시민들이 자전거에 아주 익숙해졌다고 한다. 부러웠다. 자전거를 잘 타지도 못하는데도 말이다. 자전거는 어쩐지 매력적인 탈것이다.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 느껴지는 바람. 그리고 적당히 빠른 속도.
그런데 이 도시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자전거보다는 초콜릿이었다. 브리스틀에 대중을 위한 고형 초콜릿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초콜릿이 음료로만 보급되었는데, 현재 많이 먹고 있는 판 형태의 초콜릿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담은 글 옆에 있는 초콜릿 사진들이 매혹적이라 당장 초콜릿을 한입 베어물고 싶을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초콜릿이 곁에 없어서 먹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브리스틀의 마지막 부분은 비트&베이스라는 제목으로 브리스틀의 음악 역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음악 역사를 읽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르는 음악들이 많으니까,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국내에 나와 있을까? 유투브라도 찾아봐야 할까.
그리고 중간의 인터루드에서는 의자, 포트메리온, 에버레인, 시리얼의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의자'의 경우는 올해 읽었던 디자인 관련 책에서 의자에 대해 이야기했던 부분이 생각나 더 흥미롭게 읽었다. 포트메리온은 어쩐지 이름에서 찻잔이 떠올랐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곳은 웨일스의 해변 마을이었다. 푸른빛과 흰빛이 있는 건물 등 너무 아름다운 공간이 많았다. 왜 그 곳의 주인이 사람들을 잘 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세번째로 다뤄진 '에버레인'은 흥미로운 판매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좋은 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도 들어와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의 시리얼의 선택은 화보였다.
세번째로 다뤄진 지역은 마라케시.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꽤 들어본 이름의 나라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이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단편적인 정보들만 알 뿐이다. 메종 드 라 포토그라피, 마조렐 정원, 테 알 라 망트, 사하라로 구성되어 있는 글들은 그래서 다 놓칠 수 없었다. 몰랐던 정보들이니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지면 '마조렐 정원'이었다. 파란색이 잘 어우러진 정원. 비록 그곳을 소유했던 인물들은 그곳에 끝까지 머물 수 없었고 다른 곳에서 죽게 되었지만, 그곳에 바친 애정들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진을 봐도 정원의 식물들과 파란색의 어울림이 참 멋졌다. 언젠가 그곳을 관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오랜만에 정말 가고픈 곳이 생긴 것 같다.
한편 '테 알 라 망트'라는 음료도 꼭 마셔보고 싶었다. 시리얼에서 다루는 음료를 포함한 음식 관련 기사는 다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일종의 박하차인데,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어 박하잎을 구하게 되면 꼭 만들어 마셔보고 싶다. 물론 만드는 기구가 없는게 아쉽긴 하지만. 이 음료는 '차'라는 점에서 확 끌렸다. 차를 좋아하니까. 이름도 예쁜 이 음료는 어떤 향과 맛을 선사할지. 모로코에 가면 꼭 마신다고 말하는데, 궁금하다 정말로.
마지막의 마지막은 사하라 포토에세이였다. 시리얼의 이전 호에서도 포토에세이들을 봤는데, 사막은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하늘의 파란빛과 노랗게 빛나는 모래언덕. 하늘이 너무 파랗게 보여서 그런가, 덥게 보이지 않았고 은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르르 떨어지는 모래알들이 떠올랐다. 너무 곱게 보여서 만지면 그 촉감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아무튼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사로잡았던 시리얼 7호도 다 읽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또 다음 호에서는 어떤 곳들이 다뤄질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