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 앨리스의 끝나지 않은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3
루이스 캐럴 지음, 정윤희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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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앨리스의 두번째 모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의 새 책이 나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2016년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 영화가 개봉된다고도 하고, 개인적으로 앨리스 시리즈 중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더 좋아했기 때문에 너무나 반가웠다.

 

 

표지는 푸른색으로, 거울 앞에 앨리스가 흰 고양이를 안고 서 있는 모습이다.

그녀 옆으로 검은 고양이와 붉은 여왕(레드퀸), 험프티덤프티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그리고 거울 뒤로 펼쳐진 체스판! 거울 나라에서는 이 '체스'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이미 소장하고 있던 전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번에 새로 만난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나란히 두고 한 컷 찍어보았다.

둘다 너무너무 예쁘다! 동화느낌이 가득 느껴진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미 언급했듯이 기본 설정이 '체스'와 관련되어 있다.

처음에 읽기 전에는 모든게 반대인 세상을 상상했는데, 거기에 '체스'라는 소재가 더해져 있는 것이다.

다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체스'가 익숙하겠지만, '체스'를 잘 두지 않는 사람이 본다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조금 어긋남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릴적 이 책을 읽고 체스에 대해 알아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세세한 내용을 이해하며 읽어갈 수 있어 좋았다.

 

시작 부분에서는 앨리스가 첫번째 모험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언급되었던 '다이나'가 엄마고양이가 되어 2마리의 아기고양이들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양이들 중 한 마리인 키티와 함께 체스판의 붉은 여왕 흉내내기 놀이를 하던 앨리스는, 어느 순간 거울 안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리고 거울 나라에 들어간 앨리스는 체스의 '폰'이 되어 한 칸 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맨 처음에 폰은 2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해 빠르게 나아가고, 그 다음에는 개울을 건널 때마다 한 칸씩 나아가는 식이다.

각 칸에 도착할 때마다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나 첫번째 모험이었던 '이상한 나라'에서처럼 색다른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번에 모험을 하게 되는 '거울 나라'의 또다른 독특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앨리스에게 자꾸만 시를 들려주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과 맞지 않는 엉뚱한 느낌의 시들이어서, 앨리스는 그들의 시에 큰 반응을 뵈지 않는다. 그런데 캐릭터들의 '시' 때문에 영문판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시'라는 건 번역을 했을 때 원래 가지고 있던 리듬감을 가진 요소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언어유희적인 요소도 꽤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 번역을 거치면서 더 알쏭달쏭해졌으니,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거울나라의 시에 딱 어울리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유명한 이론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그건 바로 '레드퀸 효과'라는 것이다.

거울 나라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앨리스는 '붉은 여왕'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앨리스의 손을 잡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한참을 달렸으나, 주변 풍경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 점을 의아하게 여기는 앨리스에게, 붉은 여왕은 거울 나라에서는 제자리에 있으려면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이야기는 현대에 너무나 빠르게 세상이 변화하면서 그런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현상을 비유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이 그의 다른 책인 <나니아 연대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실 속 이야기를 이 거울나라에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거울 나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거울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니까.

 

 

붉은 여왕, 기묘하게 생긴 곤충들,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하얀여왕, 험프티 덤프티,  하얀왕, 기사들을 차례 차례 만나며 한 칸씩 나아간 앨리스는 드디어 마지막 칸에 이르게 되어 왕관을 쓰고 여왕이 된다. 이 규칙은 체스게임의 규칙인데, 폰이 체스 판의 끝까지 가게 되면 퀸의 역할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왕이 된 앨리스는 파티를 열게 되고, 두 명의 퀸,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과 함께 하게 되지만, 여전히 뒤죽박죽인 파티 상황에 앨리스는 화를 내다가 결국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어렸을 때 조금 이해를 덜 하더라도 재미만을 생각하며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여기 소개된 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앨리스가 만나는 인물들은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가끔은 그저 단순하게 읽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에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다음에는 또 어떤 고전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찾아오게 될까? 무척 기대가 된다!

 

- 나즈마가 글담서포터즈 2기 자격으로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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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1-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퀸 효과ㅎㅎ 뭔가 있어보여요~
 
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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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위로받은 에세이, 어른인 척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 비해 좀더 작가의 진짜 속내가 담겨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좀더 가깝고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다. 에세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설과 달리 장르나 소재에 따른 호불호가 적은 편이기도 하다.

최근 '공감'과 '위로'를 중심으로 한 책들이 판매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확실히 요즘 접하는 에세이들에도 그런 부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견뎌야 하는 현실이 힘들어서 책을 통한 위로를 받고 싶은 걸까? 책 내용에 공감하고, 그래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런 목적으로 책을 읽으려 한다면, <어른인척>이라는 에세이도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어쩐지 공감간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찡 하고 와닿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을까. 겉은 자랐지만 속은 아직도 아이인 사람들. 하지만 사회에서 그런 걸 티냈다가는 뒤쳐질까봐, 무시당할까봐, 결국 혼자가 될까봐 숨긴다. 어른인 척 가면을 쓴다. 무수히 상처받으면서도 담담한 척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이렇게 '어른인 척'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니까 혼자서 속으로 우울해하지 말라고... 표지 또한 따스한 색감의 노란색이고, 웃음의 입꼬리가 마음에 담아둔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아도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공감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았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어릴적 받았던 '고백'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는 '사랑'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두렵기만 한 존재라서 자꾸 뒷걸음 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아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누군가 다가오는 데도 벽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편안하게 생각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저자가 언급했듯이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야' 뭐 그런 생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이제야 알게 된 것은, 학창시절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공부'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시기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순간들이었으니까, 좀더 다양한 색채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좋은 추억을 만들 기회를 놓쳐버려서 아쉽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과거는 과거로 접어두고 이제 앞으로 올 사랑과 운명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던 이야기.

또다른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가 되었던 글, '괜찮아'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꼭 달려야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쏟아지는 책들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 줄 알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죽도록 달려야 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래선 안된다고,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었다. 그랬던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이 글이 너무 고맙고 따스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위로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그리고 표제작인 '어른인 척'이 있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는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어른인 척 (p.84)

 

정말 슬픈 건 이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고, 또 위로받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땐 또 어른인 척 하고 있을 거라는 거.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세상은 아직 몇 겹의 가면을 쓴 채 대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어른인 척>이 건네는 위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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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1-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ㅎㅎ 울컥하네요.😭
 
Buzz (버즈) - 2006 Live & Acoustic
Buzz(버즈) 노래 / 예전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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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노래는 라이브 느낌 있는 걸로 듣을 때 더 좋은 곡들이 있다... 그래서 결국 충동구매, 그리고 만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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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꾸뻬씨의 시간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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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려운 시간에 대한 생각들, 꾸뻬씨의 시간여행

 

저번달부터 다시 e-book을 섞어 읽기 시작했다. 아직 구매는 잘 하지 않는 편이고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인데, 최근 재미있는 e-book이 많이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부터 있었던 책을 다시 보기도 한다. <꾸뻬씨의 시간여행>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꾸뻬씨 시리즈'를 한창 읽었던 시기에 스쳐가듯 봤었는데, 목록에 있는 걸 보고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앞부분은 꾸뻬가 들은 시간과 관련한 환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 뒷부분에서 꾸뻬가 시간의 의미에 대해 알기 위해 여행하는 부분보다 이 부분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사빈이 말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즐길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요." (책속에서)

 

워킹맘 사빈의 고민은 시간이 없다는 것.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잃어버리는 것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을 쏟으면서 시간이 점점 부족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래요, 제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군요. 만일 스무 살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마 전 정확히 똑같이 다시 시작할 거예요."

그래서 꾸뻬는 물었다.

"그렇다면 왜 후회를 하는 거죠?"

"내 앞의 삶이 무한하다는 느낌이...... 그런 느낌이 이제는 더 이상 들지가 않아서......"(책속에서)

 

이런 고민도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돌아간다면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가졌을 때는 모르지만,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

 

이런 고민들에 답이 될 수 있는 '시간'에 대해서 하나하나 단상을 적어내려가는 꾸뻬의 여행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 얻는 시간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만난 노승의 이야기까지. 하지만 마지막에서 두번째 수준이라는 게 무엇인지 딱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아무튼 꾸뻬씨 시리즈 다른 것들보다는 덜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지나가는 건 시간이 아니에요...... 우리가 지나가는 거지."

꾸뻬는 그게 아주 탁월한 견해라고 생각했다.(책속에서)

 

이부분을 보고 꾸뻬처럼 공감했다.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는 관점의 전환이 흥미로웠다.

그밖에도 시간에 대한 많은 말들이 쏟아진다. 시간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어가기 어려웠던 책이기도 했다. 시간이란 건 모호하고 조금 어려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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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박람강기 프로젝트 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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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튼의 반짝거리는 에세이,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읽은 지는 꽤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야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마음에 드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마음에 드는 책은 서평도 멋지게 쓰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러니까 서평을 잘 쓰는 경우는 '어느정도'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 별점을 10점 만점 주고 싶은 책들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인지 서평에 정리해서 쓰는게 힘들다. 어찌어찌 쓰더라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니 혹 이 서평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은 서평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책이라는 점 기억해주시길.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는 체스터튼이 발표했던 다양한 에세이들을 주제별로 몇 편씩 골라 수록한 에세이선집이다.

독설 혹은 지혜, 작가 혹은 독자, 농담 혹은 진실, 순수 혹은 몽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체스터튼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알고 있었던 작가였는데, 그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게감이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의 글은 정말로 잘 쓰였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하고 의외의 면을 발견하게 한다. 음, 그런데 이 말 최근에 어디선가 쓴 거 같은데 이 묘한 기시감은 뭘까. 어쨌든, 이렇게 예상외의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 이 책을 더욱 아끼게 만든다.

 

지적인 탐정소설의 참된 목적은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깨우치는 것이다. 다만 진실의 매 부분들에 놀라움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깨우쳐야 한다. (p.93) 

탐정소설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독자는 범인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사실 작가와 겨루고 있는 것이다. (p.102) 

어쨌든 이야기는 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비록 그 진실에 아편이 더해질 수 있다 해도, 진실은 그저 아편에 취한 꿈이어서는 안 된는 것이다. (p.105)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도 있어서 특히 흥미롭게 보았다. 이전에 읽었던 탐정소설 비평들과는 또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이 부분 덕분에 이 책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관심사니까. 물론 체스터튼의 다른 글들도 다들 반짝반짝 빛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꽤 논리적인 부분들이 있고, 때로 거기에 반박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

 

자연의 가장 고귀하며 가치 있는 특성은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의 너그러우면서도 대담한 추함이다. (p.121)

 

한편 이 책이 또 매력있는 이유는 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후기조차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옮긴이가 써내려간 체스터튼의 글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미처 잘 설명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콕콕 집어내주는 것 같다. 꼼꼼하게 읽고 깊이 생각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기라고 생각했다.

 

체스터튼이 말하는 에세이의 본질은 느긋함과 정처 없는 소요이다. 어떤 설교나 교훈, 읽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 등이 끼어들면 에세이는 그 본질을 잃고 만다. 그러니 체스터튼의 글에는 어떤 계도적인 의도도 없다. 분명 어떤 주장이 담겨 있지만 그 주장을 농담으로 받아들일지 진실로 받아들일지, 지혜로 볼지 독설로 볼지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p.230)

 

아무튼 이 책에 푹 빠져버렸다는 것이 이 서평의 결론이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체스터튼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랑 <목요일이었던 남자>, 읽었었지만 다시 읽어봐야지. 체스터튼의 글은 정말 좋다, 정말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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