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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ㅣ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시대의 눈으로 소설 읽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을 읽었다.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남성 작가 편에 이어 여성 작가편까지 나왔다.
부제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 소설 10'이라 세계 문학과의 비교를 생각했는데, 특정 작품과의 비교는 아니고 세계문학의 흐름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한국 소설들을 살피는 내용이었다.
한국 소설 작품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에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10명을 뽑아 작품을 소개했다.
10가지 작품 중, 끝까지 읽어 본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나목》 하나뿐이었다.
물론, 소설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작가들이다. 하지만 취향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읽지 않았었다.
각 작품의 해설을 읽으면서, 역시 끌리는 작품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소설의 주인공은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은 재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두 단계 갔다가 바로 결론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이것도 생각해보고 저것도 생각해 보느라 복잡해진다.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p.46,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쌓은 지식들이 참 많다.
그 중 '근대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입체적이어서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인물이 있어야 소설이 재미있어진다.
소설의 미덕은 당대성을 다룬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p.146, 오정희 《유년의 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은 반영론적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다.
시대와 관련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들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반영론적 시각으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다소 읽는 어려움을 느낀 지점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분석도 있었는데, '중산층을 다루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국 소설은 중산층을 다룬 문학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소외 계층을 주요 등장인물로 한 작품은 많이 있지만 중산층이 주인공인 문학은 드물다.
한국 소설에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건 '공감'과 관련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야 하는 '한국'이 배경임에도 내가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과 거리가 있는 모습들에 더 큰 괴리감을 느끼는 건 아닌지.
'당대성'이라는 게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오정희체'라고 할 만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잘 읽히지 않는 불편한 문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도 술술 읽어내기 쉽지 않은 고유한 문체는, 단편이라는 형식 때문에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의 말처럼 "서사보다는 이미지나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이기도 하다. (p.129, 오정희 《유년의 뜰》)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해진 작가는 '전혜린'과 '오정희'였다.
전혜린의 경우 소설은 없지만 번역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궁금해졌다.
오정희는 '오정희체'라는 독특한 문체가 궁금했다. 이미지와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는 어떤 문체일까. 시 같은 느낌일까.
오정희의 소설은 소재에서 특별한 강점을 갖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나 문체, 문장이 상당히 꼼꼼하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꼼꼼한 한편으로 모호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정희 소설은 일종의 '분위기 소설'이다. 뭔가 막연하고 모호한 분위기만 있고, 그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다. (p.145, 오정희 《유년의 뜰》)
오정희 소설의 '스타일' 자체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막연하고 모호하지만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 '분위기 소설'. 꼼꼼하면서도 모호하다는 설명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현대에 가까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설명을 참고했을 때 읽어보고 싶은 건 이 둘의 작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