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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 거침없는 삶을 위한 짧고 굵은 10개 국어 도전기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외국어 공부가 소중한 까닭은 나와는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p.6)

 

처음에 이 책을 서점에서 보고, 외국어를 좀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책 표지에 '두 달이면 외국어 하나가 끝!'이라는 말과 '거침없는 삶을 위한 짧고 굵은 10개 국어 도전기'라는 글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읽었던 <습관의 재발견>이나 <7번 읽기 공부법>과 같이 학습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대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저자만의 방법과 다른 유용한 방법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 '동기부여'의 측면이 강한 책이었다. 왜 외국어를 배우려고 해야 하는가. 외국어를 배워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로,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라는 것이다.

외국어를 취업이나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연결해주는 하나의 다리로써 기능하게 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모든 언어에는 '인류'라는 생물종의 특정한 지류가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담겨 잇다. 또 언어를 학습하는 우리들은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진리를 다시 점검해보고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단어를 몇 개 암기했느냐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일까? (p.110)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을 읽으면서 번역에 약간 혼란이 있었던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모국어를 생각하고 말한 듯 한 부분의 번역을 한국인 독자에 맞춰 '한국어'로 변형한 듯한 부분이 보여 헷갈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꽤 마음에 든 것은 확실히 의지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중간중간 소개하는 몇몇 방법들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동시에 2가지 언어를 공부하지 말하는 것이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병행할 생각이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한 조언을 받아들여 당분간은 영어 마스터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독서의 폭이 좁았는데, 특히 자기계발서는 특히 더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비슷비슷한 성공스토리와 조언들이 담겨 있는 책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의욕이 필요할 때만큼은 그런 책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랬고, 그래서 두고두고 읽을 책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아 기쁘다. 물론 적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언어를 실제로 사용해야 하는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그 언어를 사용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는가? 간단히 정리하면 강한 목적성과 시간 제한이 있는가? 이것이 바로 외국어 학습의 효과를 결정한다. (p.203)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외국어들과, 그 외국어들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어를 배우려는 순수한 이유. 그건 단순했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이야기가 아닌 것들도 알고 싶었다. 글 뿐 아니라 뉴스도, 공연도, 사람들과의 대화들도. 이렇게 더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모호하다. 그래서 이제까지 외국어 학습이 잘 되지 않았던 걸까? 좀더 선명하고, 세세하고, 무엇보다 강한 목적성이 있는 목표를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어쨌든 나도 이제, 다시 외국어를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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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오베라는 남자, 그의 매력에 빠져들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펑펑 눈물콧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에서 읽는 것을 보고서 지하철에서 읽기에 나쁘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반전이 있을줄이야.

베스트셀러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째 요즘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가진 매력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책 중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들 꽤 만족감을 주었다. 내 취향이 대중의 취향에 가까워진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 건지 알 수 없지만.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과거, 그리고 부인을 떠나보낸 후 자살을 계획하던 날 우연히 그의 인생에 들어온 이웃들로 인해 바뀌어가는 오베의 현재의 모습. 아니, 바뀌었다기 보다 그의 내부에 이미 있던 걸 끌어낸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그의 신념을.

오베는 아내 소냐의 죽음 이후 고립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가 생각하는 원칙, 기준에 의해 이웃을 돕게 되고, 그 도움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결국 그는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베가 말하는 이야기들과 그의 과거 이야기들에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꽤 많아서 자꾸 울게 되어버린 것이다.

 

종이 책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엉엉 울게 만드는 책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막 울고 싶을 때 읽으면 충분히 울게 만들어줄 테니까.

이미 그런 책들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한 권 더 있으면 더 다양해지니 좋겠지.

무엇보다 나는 오베가 좋았다. 원리 원칙에 충실하고 올곧은 성격의 그가 좋았다.

결코 난 그와 비슷해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람은 정반대에 끌린다고도 하지 않은가.

소냐가 말했던 것처럼, 오베같은 남자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인물도 역시 아니다.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 공구들,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 그는 올바른 각도와 분명한 사용 설명서를 이해했다. 조립 모델과 도면, 종이에 그릴 수 있는 것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5. 오베라는 남자 中)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어떤 일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란 때로 어렵다. 오베는 아마도 자기가 뭘 했어야 했는지 내내 알았을 것이다. 죽기 전에 누굴 도와야 했는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가 올 때까지는 늘 낙관적이다. 다른 살마과 무언가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3. 오베라는 남자와 평소와는 다른 시찰 中)

 

에필로그까지 마음에 들었다. 오베의 죽음 이후, 오베와 소냐 집을 보러 온 신혼 부부의 모습이, 마치 그들 부부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 쪽은 완전히 오베의 성격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사브'라는 자동차에 대한 고집이 있는 것까지, 전부.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다. 그러고보니 요새 읽은 E-book들도 다 만족스러웠다. 요즘에는 많은 책들이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어서 흥미있는 전자책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E-book으로 읽으면 좋은 것은, 그 책에서 마음에 드는 글귀가 많을 때 북마크로 표시하기 쉽고 캡쳐해두기도 편하다는 점이다. 다른 장점도 많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시 E-book을 읽어가는 양도 늘어갈 것 같다. 물론 종이책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온 소설들이 뭐가 있을까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흥미로운 소설을 찾아낼 수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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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서진 지음 / 푸른숲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진 서점순례기,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뉴욕에 있는 다양한 서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는 일종의 여행 에세이. 그러나 이 책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는 구성이다. 어디서부터가 픽션이고 어디서부터가 논픽션인지, 약간 가늠이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읽기에 조금 혼란스럽고 골치아픈 부분이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읽게 영향을 주었다.

픽션부분의 스토리는, 최근 전자책의 등장과 구매자들이 온라인 서점으로 옮겨가면서 길 위에서 서점이 사라져가고, 미래에는 종이책들마저 모두 불태워버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서점이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관심이 가는 소재였다.

그리고 논픽션 부분이 서점을 순례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서점 순례의 내용 역시 픽션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뉴욕의 서점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으므로, 거기에 집중해서 읽었다. 픽션 내용은 논픽션과 섞이다보니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부분이 있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서점 순례기는 꽤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서점이 있었고, 각각의 특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서점들이 많았다. 국내에도 분명 이런 서점들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국내 서점들을 순례한 책이 있지는 않을까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공감하는 글을 이곳저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글, 서점에 대한 글. 그런 것들을 읽으면서 뉴욕에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들이 있는 걸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뉴욕의 대표 중고서점인 '스트랜드'와 장르소설 전문점인 'The Mysterious Bookshop'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컨셉의 서점들이 정말 많았다. 서점과 책에 둘러싸인 여행이라... 매력적일 것 같다.

 

살 책이 없더라도 스트랜드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싸게 책을 살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움베르트 에코가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 스트랜드라고 한 것은 어쩌면 스트랜드만의 카오스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30)

 

정말정말 스트랜드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부분. 스트랜드만의 카오스는 뭘까? 좁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책의 냄새를 맡고 거기에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숨어있던 보물같은 책을 찾아내는 것.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책들로 이뤄진 카오스. 생각만해도 두근두근하다.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이 걸려도 꽂혀 있는 책들의 절반, 그 반의 반도 읽지 못할 텐데 이미 다 읽어버린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책들이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그런 착각 말이다. 멋진 표지와 묵직한 장정, 책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종이 냄새는 또 어떻고. 나는 책의 내용을 사랑하는 것일까?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일까? (p.72)

 

마지막 의문에 답하자면,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 내용을 안고 있는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한다. 책꽂이에 책들을 가득 꽂아 넣은 것을 뿌듯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만일 책벌레가 생겨서 책들을 갉아먹어버리면 어떡하지, 습기가 차서 변색되어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되면 어떡하지. 자고로 무소유를 지향해야 하는 법인데 다른 건 다 될 것 같지만 책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 책을 소유하고 싶어졌다. 이러다 언젠가 책을 수집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건 아닐까. 눈앞에 있는 책장에 수많은 책이 빼곡히 채워져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 가슴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손으로 넘겨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책을 사랑한다. 종이책은 그 자체로서 기기와 콘텐츠의 역할을 하는 완전한 문화상품이다. 배터리나 플레이어가 필요 없다. 오래가고 휴대하기 쉬우며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다시는 책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책은 꾸역꾸역 늘어만 간다. (p.289)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은 시대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종이책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 모두 글을 담고 있지만, 둘의 기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뤄진다. 전자책은 전자책만의 장점이 있고, 종이책은 종이책만의 장점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여전히 종이책에 조금더 애정이 간다. 책의 무게감을 느낄 때 그 안에 담긴 글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고, 책장의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재질, 들리는 소리, 세월이 담긴 책의 냄새가 좋기 때문이다. 종이책으로 하는 독서는 오감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은.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읽으면서, 특색있는 서점들과 그 서점의 직원들이 말하는 구하고 싶은 3권의 책들의 리스트도 보게 되었다. 덕분에 본의아니게 위시리스트에 책이 또 몇 권 채워졌다. 무엇보다 책 자체에 대한 애정을 다시 가득가득 채우게 해주었다. 그래서, 읽어가면서 참 즐거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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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중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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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한,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할리퀸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이 창조한 탐정 중 가장 좋아했던 탐정이라고 한다.

그는 그가 등장하는 이 단편집 제목 그대로, 신비로운 인물이다.

퀸과 함께 콤비를 이루는 자, 새터스웨이트는 그를 '죽은 이의 대변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처음엔 약간의 미스터리한 면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퀸의 말과 행동에서 인간이 아닌 듯한 초월적인 느낌이 짙게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퀸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전 제가 온 길로 돌아가겠습니다."

새터스웨이트가 뒤를 돌아봤을 때, 퀸은 절벽의 끄트머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p.202)

 

그렇다고 해서 책에서 할리퀸이 어떤 존재인지 속시원히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암시뿐이라 알 수가 없다. 신비감에 싸인 존재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좋아했던 걸까. 나도 할리퀸을 좋아한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들 중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탐정들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파커파인, 토미와 터펜스, 그리고 할리퀸.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에서 새터스웨이트가 그 자신의 관찰력과 퀸의 적절한 도움으로 어긋났던 진실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퀸이 죽은 이들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죽은 이가 없는 사건의 경우도 있다. 궁극적으로 그는 '정의'의 실현을 이끌어낸다.

또한 그는 갑작스레 나타났다 또 갑작스레 사라지는 존재이니만큼, 단편 미스터리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단편집은 어쩐지 초월적 존재의 느낌이 느껴진다는 면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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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2
가스통 르루 지음, 정지현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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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그, 오페라의 유령

 

미뤄두었다가 드디어 읽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원작 소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책을 구매하고 꽤 오랜 시간 방치했다가 이제야 읽었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표지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였지만 어두움이 느껴졌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읽을 때와는 좀 다른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의 줄거리를 접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연도, 소설도 보지 않았었다. 공연의 경우는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버렸다. 그러니 이 책이 나와 '오페라의 유령'의 첫 만남이었다.

 

가스통 르루라는 이름은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노란 방의 미스터리>라는 작품의 작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음울하고 어두운 미스터리. 그것은 유령처럼 오페라 하우스 이곳 저곳에 문제들을 이끌고 나타나는 '오페라의 유령'의 존재 그 자체다. 이 글은 일종의 액자소설로, 기자인 화자가 '오페라의 유령'에 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동시에 오페라의 유령은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한 남자와 그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불행을 겪어야 했던 여자. 그리고 그 여자와 서로 사랑에 빠져 불행에 휩쓸린 남자의 이야기.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신임 관장들과의 에피소드, 크리스틴과 라울,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이 얽힌 에피소드이다. 적절히 교차해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이 두 에피소드에 드리워진 유령의 그림자 때문에 음울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유령은 여러가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샹들리에가 떨어져 사람이 죽기도 하고, 고문실을 마련해 놓았고, 그의 집으로 오는 호수에도 덫을 설치해 결국 사람이 죽게 만든다. 그는 천재적이었지만 그 천재성을 위험하게 사용했던 것이다. 그가 이렇게 어두운 인물이었기 때문인걸까, 그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도록 한다.

그렇게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뒤 화자는 이런 말을 한다.

 

가엾고 불행한 에릭! 우리는 그를 동정해야 할까, 저주해야 할까?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몰골이 너무나 추했다. 평범한 얼굴이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범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추한 얼굴 때문에 자신의 천재성을 숨기거나 속임수를 쓰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대한 제국을 거느릴 만한 용기가 있었지만 결국 지하실에서 사는데 그쳐야만 했다. 그렇다.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을 가엾게 여겨야 한다. (p.428)

 

지금은 절대로 이 화자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중에 놓아주긴 했다고 해도 그는 사랑을 강요했다. 속임수를 썼다. 자신에게 방해되는 인물들을 제거하려 했다. 무엇보다 죄없는 사람을 죽였다. 두 명이나. 그런 자를 가엾게 여겨야 한다고? 단지 그가 자신을 꿈을 펼쳐 보이지 못할만큼 추한 외모를 가졌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는 겁쟁이다. 용기가 있었지만 발휘하지 못한게 아니었다. 언제부터는 스스로 피하고, 숨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주인공 세 사람 모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릭은 그가 저지른 범죄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스타일인 성격 때문에, 크리스틴은 시종일관 소극적인 면을 보이는 것 때문에, 라울은 대책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읽기 시작했으니 결말까지 읽기로 하고 읽어갔다.

많은 세계 명작을 읽을 때마다, 처음에 그 인상이 나빴던 적이 아주 많았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그렇다. 어쩌면,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게 되면 이 오페라의 유령, 에릭을 가엾게 여기게 될까. 미안하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0퍼센트에 가까울 뿐이다. 그리고 다른 커플 역시 그렇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냉소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랑이란 주변에 비극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언제나 큐피드의 화살은 어긋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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