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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읽었던 책을 또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알아보는 일은 사실 우발적이다. (p.256)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세상에는 책이 엄청나게 많고, 내가 책을 읽는 속도는 빠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들을 읽을 수 있을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애초에,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여지고, 발간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누군가 말했다. 세상에는 밤하늘 별만큼이나 수많은 책이 있다고.

정말 마음에 들 수도 있었던 책을 놓쳐버릴 수도 있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최근에야, 그 생각은 또 다른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읽는 책을 또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책을 계속 읽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 책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기간동안 책을 읽는 주체인 '나'는 달라져 있기에, 주목하게 되는 부분들이 달라지고, 그 이면에 숨은 의미들을 찾아내게 된다.

 

이번에 읽은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라는 책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오직 <위대한 개츠비>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라는 <위대한 개츠비>. 미국의 고교생들이 많이 읽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교과목 과정에 포함되어서.

나 역시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봐야 새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이 학생들도,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도 처음부터 <개츠비>가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의 겹겹이 쌓인 의미를 더 잘 알아차리게 되었던 것이다. (p.16)

 

저자는 사람들이 학생 시절 한 번 읽고 빗나간 평가를 내려버렸을 <위대한 개츠비>의 새로운 면모를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이다. 책 속에서, 그 애정어린 느낌을 가득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로 떠나는 개인적인 여행이다. (p.25)

 

처음에 들어가는 말이 꽤 길어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냥 넘겨버릴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들어가는 말'은 책 전반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을 잘 요약해서 일종의 워밍업을 하도록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흥미를 이끌어내고, 개츠비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내가 놓쳤던 많은 것들을 부각시켜주었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물론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첫번째 장과 세번째 장이었다.

첫번째 장에서는 개츠비의 창조자인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그의 경험이, 그리고 그가 만난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위대한 개츠비>에 반영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개츠비는 꿈꾸는 대상이고, 많은 사람을 섞어 만든 인물이며, 무엇보다도 F.스콧 피츠제럴드 본인이다. (p.127)

 

읽어가면서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신기하게도, 피츠제럴드의 삶이 개츠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글에 녹여내게 되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가 이렇게까지 위대한 소설이 될 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한 피츠제럴드. 생각해보면 소위 천재,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들 대부분이 오히려 우울한, 실패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 글에서도 그걸 볼 수 있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담아낸 세번째 장. 저자는 <개츠비>를 '누아르적 시선'으로 접근한다. 개츠비와 그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추리와 미스터리, 스릴 넘치는 세계로 옮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추리와 미스터리물에서 흥미를 느낀다. 그러니 이런 접근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하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통했다. 하드보일드적 시선으로 재해석되는 <위대한 개츠비>는 아주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쩐지 충분히 설득력 있기까지 하다! 확실히 이 소설에서는 하드보일드에서 나올법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이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상반된 두 관점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낭만적 사랑과 미국적 가능성을 개츠비처럼 이상주의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닉처럼 좀 더 실용적이고 하드보일드한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p.168)

 

화자인 '닉'의 시선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서, 왜 하필 화자가 닉이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글을 읽을 뿐이었는데, 그 사이 책을 다양하게 읽어가면서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위대한 개츠비> 속 '하드보일드적 시선'. 다음 번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되면 분명, 다른 감상이 나올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대한 애정이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다.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에 대한 애정을 이정도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역시,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덧. 이 책을 읽으며 헤밍웨이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나빠져 버렸다. 원래 그다지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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