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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ㅣ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평점 :
같은 곳을 여행한 두 사람의 시선,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이 책은 신혼 부부인 두 저자가 호주 시드니에서 머무른 시간동안 생각한 내용들을 각자 적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의 시선과 남자의 시선. 같은 곳을 같은 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글의 분위기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평행선을 달리다가도 문득 마주치게 되는 교차점들을 만나 흥미로워지는 에세이였다.
이 책은 '걸어본다' 시리즈에 속한 에세이이고, 제목에서도 '걷기'와 관련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책 초반에서는 이 책과 '걷기'의 연계성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니 결국은 걷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여행에세이였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제목은 박연준의 글 속에 있던 글귀였다. 하지만 그 글귀는 스쳐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여행 에세이에서의 시드니 여행은 '걷기'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걷기'라는 행위가 주는 것, 그로부터 비롯되는 '사색'이 가득 담겨있는 에세이였기에 결국 제목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먼저 나오는 것은 아내인 박연준의 글들이었다. 그녀의 글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의 한 구절이 담겨 있다. 이미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반가웠고, 자연스레 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걷기가 주는 사색의 느낌들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것이 책 속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결국 심심하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시간, 모험을 할 수 있는 시간!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시간이 많아서, 심심해서, 빈둥거릴 수 있다니! (p.31)
박연준의 글은 여행의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는 사진들과 설명을 담은 컬러 페이지도 있어서 여행의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여행 중에 만나고 느낀 것들이 가득한 여행 에세이를 읽어가는 느낌이었다.
한편 남편인 장석주의 글은 다비드 르 브로통의 <걷기 예찬>의 구절로 시작한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걷기에 대해 규정한 글귀를 읽으며 역시 '걷기'를 통해 하게 되는 사색과 경험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갔던 박연준의 글과 달리, 장석주의 글은 좀더 인문적인 내용이 많았다. 특히 '걷기'와 관련된 책에서 언급한 부분들이 다시 재인용되거나 재언급되었던 것들을 읽어가면서 '걷기'와의 연관성을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걷기'와 그 행위가 주는 경험적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내용도 읽을 수 있었다.
걷는 자들은 숲길이건 들길이건 해변을 끼고 있는 길이건 시내 한복판 길이건 상관없이 걸음을 뗄 때마다 그 길에서 자신이 몸으로 존재함, 즉 존재의 느낌을 돌려 받는다. 걷기는 몸의 잠든 감각들을 일깨운다. 걸을 때 오감 속에서 느낌들이 풍부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p.170)
한편 이 책의 디자인적인 요소와 책의 분위기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자에 따라 책 속 본문 내용의 글자 색에 차이를 둔 것도 좋았고, 내지의 재질이나 약간 빛바랜 듯한 색이 좋았다. 또 이 시리즈의 표지 색도 무척 마음에 드는데, 이번에 읽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의 경우 짙은 남색 바탕에 아래쪽에는 비오는 날 물이 고여있는 거리의 모습을 찍은 흑백 사진이 담겨 있다. 차분하면서도 미묘하게 톤다운된 느낌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했다. 또 제목과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용과 디자인, 제목 이 세 가지가 잘 맞물려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읽을수록 점점 더 잔잔하게 스며드는 느낌을 준 여행 에세이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