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조의 드로잉 튜토리얼 Vol.2 로렌조의 드로잉 튜토리얼 2
로렌조 에더링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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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미국만화를 좋아했다.

청계천에 헌책방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옛날 미국 코믹북들이 놓여있곤 했다.

정보가 워낙 적어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처럼 유명한 마블 코믹북이나 알았던 나에겐 전혀 알 수 없었던 헤비메탈이나 헬보이, 스폰 같은 책들이었다.

수집용인듯 워낙 고가라 비닐 포장지에 담겨 주인들이 나같은 꼬맹이에겐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었는데, 헌책방 거리를 주욱 지나 황학동 부근에 이르면 길가에 아무렇게 부러놓고 누구든 한번 훑어볼 수 있게 쌓아둔 책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도 있었다.

당시 한국 출판만화의 90% 정도는 일본만화였기에 미국의 코믹스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극대화된 인물뎃셍과 굵은 펜선, 4도~8도의 컬러 안에서도 과감한 먹칠로 명확한 대비를 주는 그림체는 일본만화와는 크게 다른 느낌이었다.


로렌조의 드로잉 튜터리얼은 그런 나의 개인적 취향에도 무척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이 책 속엔 내가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그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색인 형태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초심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차근차근 앞에부터 따라 그리는 용도의 책이라기보다, 백과사전처럼 오브젝트들을 일정한 테마별로 정렬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따라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따라그리기도 애매하고, 어떤 부분을 취해서 연습해보아야 할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 정도는 되어야 큰 쓸모가 있을 것이란 의미다.


책은 크게 일곱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이 섬세한 배치만 봐도 책을 만드는데 기획과 편집팀이 얼마나 큰 고심을 했을지가 눈에 훤했다.

먼저 1번 챕터는. 캐릭터 디자인이다.

사람의 얼굴, 이목구비의 자연스러운 배치부터 망토, 갑옷과 동작의 팁들이 소개된다.

2번 챕터는 동물과 몬스터.

크리쳐의 이빨부터 드래곤과 털가죽, 토끼와 공룡, 유령까지 등장한다.

3번 챕터는 탈것과 기계.

탈것들을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작가의 노하우와 표피의 손상 표현, 해적선과 로켓 구름의 물리적 표현 팁까지 소개된다.

4번 챕터는 작은 불, 모래, 깃발 등등의 물리적 요소들을 표현하는 팁들이 소개되고

5번 챕터는 오브젝트들의 배치를 비롯한 레이아웃과 구도 전반에 대한 팁들이 소개된다.

6번 챕터는 자연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거미집과 조약돌을 비롯해 산과 덩굴식물,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과 숲을 깊이있게 표현하기 위한 팁들이 소개되고, 7번 챕터는 초콜릿이나 병, 바구니, 사슬과 계단, 동기둥과 같은 인공물들을 그리는 팁들을 소개한다.

정말 많은 내용들을 일목요연한 듯 일목요연하지 않게 잘 배치했다.


책의 구성은 넓게 펼친 두 면에 한 테마를 할애한다. 예를들어 "토끼" 라고 한다면 왼쪽엔 토끼를 그리기 위한 해부학적 요소를 간단히 소개하고, 오른쪽엔 토끼를 더 토끼답게 그릴 수 있는 작가의 팁이 소개된다.

특히 이 작가만의 노하우는 토끼를 비롯한 비슷한 형태의 어떤 동물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만큼 훌륭하고 깊이있는 아이디어들이라서 정말 감탄했다.

사실, 모든 페이지가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정도면 거의 세상 모든것들을 자기 스타일로 표현해내고, 그것들을 조합하고 이어붙여서 새로운 것들을 얼마든지 창조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정말 얼마나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렸을지 감이 안잡힐 정도로 방대한 양들이 이 책 속에 녹아있었다.


비록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았지만, 앞에 1권과 마지막 3권은 내 돈으로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가 가격에 섬짓 하긴 했지만...요새 책이 워낙 비싸니... 그만큼 책 질은 너무나 좋다. 이북으로 안내주시나)

여러번 언급했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전체 다 떼기를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작법서다.

나도 내년 첫 목표로 이 책 떼기로 정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보다, 반대로 나에게 이 책을 리뷰하게 해준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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