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은 그리스 문화를 구성하는 두 힘, 즉 경쟁적인 동시에 상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아폴론적인 힘과 디오니소스적인힘에 대한 니체의 정의로 시작된다. 아폴론적인 것은 빛과 꿈, 예언과 밝음의 신인 아폴론에게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디오니소스적인것은 취기와 열락의 신인 디오니소스로부터 기인한다. 아폴론이 가시적 형태와 이해 가능한 지식, 중용에 관계된 신이라면 디오니소스는 무정형의 흐름과 신비로운 직관, 그리고 극단에 관련된 신이다. 아폴론적인 것이 개별자들의 세계를 대변한다면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고립된 개인들의 정체성이 용해되어 인간 존재가 자연의근본적인 힘과 에너지 속에서 하나가 된 상태를 대변한다. 디오니소스적 열락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존재로 녹아들어 그것의 영원한창조 속에서 기쁨을 향유한다.
- P22

니체는 세계를 대립되는 힘들의 비극으로 이해했다. 세계에 구원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세계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어떤 연구자의 지적처럼 니체는 심리적 개념들을 우주적 차원으로확대 적용시켰다. 철학은 오직 이 비극적 지혜에 관련된 학문인데이 지혜는 세계를 디오니소스적 어둠과 아폴론적인 빛의 근원적 투쟁으로, 다시 말해 세계를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형태 없는 심연인삶의 토대와 개별자들을 만들어내는 빛의 영역 간의 근원적 투쟁의로 바라보는 통찰에서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비극적 통찰에기초한 철학이 근원적 융합 상태와 개별화 간의 영원한 불화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 P26

이런 이유에서 니체는 "기억에 대한 생각을 교정해야만 한다" (힘에의 의지 502)고 주장한다. 우리는 영혼‘이 시간 너머에 존재하며기억을 통해 자신을 재인식하고 재생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억의 존재인 우리 자신의 본성에 대한 오해에 불과하다. 니체가 말하듯이 우리의 "체험은 기억 속에 살고 있으며,
여기에서 의지는 무기력해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어떤 사물이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식적 인지의 영역에서는 현재의 필요에 따라 기억의 선별이 이루어진다. 즉 현재행위에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기억만이 선별되어 의식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나머지 기억이 단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P90

이제 당신이 하는 모든 것에 대해 "나는 분명 이것을 무한히 다시반복하기를 희망하는가?" 라는 질문이 최고의 무게로 당신 앞에 제기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비록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기억과습관의 축적에 불과한 존재일지라도 자신을 삶의 수동자(子)로만드는 대신 삶의 행위자로 구성함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될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원회귀는 우리에게 무엇이 좋은 것 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 좋은 것을 발견할 방법과 그것을 확인할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그 방법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새롭고 유일하고, 비교할 수 없는, 자기 창조적이고 자기 지배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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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시를 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사랑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내 대신 죽어간다는 사실을그들은 내 대신 죽어간다는 사실도 모른 채죽어간다. 내가 태어나지 않은 내 아이를 대신해살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나의 연인이 누군가의 행복을 대신해슬퍼하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나의 시가 누군가의 슬픔을대신해 사라지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축복은 무엇일까 중> - P34

때로는 사는 의미를 포기해야 위안이 되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한담을 엿들었고
그것들은 대체로 아름답게 끝맺었다.
"우리에겐 가을이 있잖아."
그래, 가을은 언제나 오지.
하지만 어쩌라고.
"1월과 2월 남녘엔 동백꽃이 지천이야."
동백꽃은 지고도 오래 시들지 않지.
그런데 어쩌라고
<어쩌라고 중>
- P66

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흐름 속에 존재하며
우리의 역할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누구는 용기를 가졌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우리는 모두 하나의 조짐, 희미한 움직임이다
바통을 주고받는 이름 없는 주자들이다.
그 바통 위에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이 새겨져있다
<끝나지 않았어 중> - P118

죽음은? 죽음은 시간의 몫이 아니다. 그의 몫도 아니다. 죽음은 그저 죽음의 몫이다. 그는 죽음에게 얼마를 빚졌는지 모른다. 죽음은 어느 날 그를 찾아와그에게 언제까지 얼마를 되돌려줄 수 있는지 묻지도않고 단번에 큰 낫을 휘둘러 그의 목을 칠 것이다. 그때 시간도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는 상상만으로도 통쾌하다. "시간이여, 나는 이제 두통도 사라져 편안히 관 속에 누울 수 있지만 너는 누울 곳 하나 없구나. 내 머릿속에다 평생 허방을 판 원수 놈아."
<복화술사의 구술사>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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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어 본 아프리카 소설
단어와 언어들이 낮설지만 제국주의에 의해 아프리카 특유의 문화와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은 결코 낮설지가 않다.

"백인은 대단히 영리하네.
종교를 가지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어왔네.
우리는 그의 바보짓을 즐기면서 여기에 머물도록했네. 이제 그가 우리 형제들을 손에 넣었고,
우리 부족은 더 이상 하나로 뭉쳐 행동하지 않네.
그가 우리를 함께 묶어 두었던 것들에 칼을 꽂으니우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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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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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껏 읽은 필립로스의 어떤 책보다 뜨겁고 아프고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필립로스가 미쳐서 적은 듯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전에, 만나기로 고대하는 동안 오해를 해버린다. 함께 있는 동안에도 오해를 한다. 그러고 나서 집에 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 만남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또 완전히 오해를 해버린다. 일반적으로 그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실은 이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지러운착각일뿐이며,오해가빚어낸 놀라운 소극해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다른 사람들이라는무시무시하게 의미심장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우리가 생각하던 의미는 다 빠져나가버리고 대신 우스꽝스러운 의미만 어른거리고 있는데, 우리 모두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서로의 내면의 작용과 보이지 않는 목표는 상상해볼 수도 없는데, 모두가 외로운작가들처럼 방음장치가 된 어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은둔한 채말로 사람을 만들어내고, 이렇게 만들어낸 사람들이 우리가 매일 무지로 난도질하는 진짜 사람들보다 더 진짜에 가깝다고 주장해야 하는가?
어쨌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본 뒤에 또오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 어쩌면 사람들에 관해서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최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래, 그건 정말복받은 거다.
- P62

"이걸 이 사람한테 이야기해야지." 하지만 왜? 말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생기는 충동이다.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나중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이유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을 경우, 그 이야기가 진짜 비극적이고 끔찍하다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진다. 고백에 내재한 자기 현시가 비참한 상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 P134

그래, 우리는 외롭다. 몹시 외롭다.
그리고 늘 우리 앞에는, 지금보다 더 짙은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처리할 방법은 없다. 외로움을 뜻밖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막상 경험할 때는 깜짝깜짝 놀라게 되지만, 자신을 뒤집어보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는 안이 안에 있어 외로운 대신 안이 밖으로 나온 채로 외롭게 되는 것일 뿐이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메리, 네 어리석은 아버지보다도 더 어리석은 메리, 심지어건물을 폭파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건물이 있어도 외롭고, 건물이 없어도 외롭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어. 역사상 어떤 폭파 운동도 거기에는 흠 하나 내지 못했지. 인간이 만든 폭약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도 그것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내 멍청한 아이야, 공산주의에 경외감을 품지 말고, 보통의, 일상적인 외로움에 경외로움을 품어라. 노동절이 오면 밖으로 나가 네 친구들과 함께 외로움의 더 큰 영광을 향해, 슈퍼파워 가운데서도 슈퍼파워를 향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을 향해 행진하. 거기에 돈을 놓고, 내기를 하고, 그것을 숭배하라. 말을 더듬는 아이, 분노에 찬 아이, 멍청한 아이야, 카를 마르크스에게, 호찌민과 마오쩌둥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고, 위대한 신 외로움에게 고개를 숙여라!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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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6
토머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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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이 테스를 찾아 다닐때 내가 바란 건 알렉과 사랑하면서 잘 살길 바랬는데 그 때까지도 에인절을 사랑하고 있었다니.
그 사랑을 버리길 바랬는데.
바보같이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누구보다 솔직하고 자기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해야하나.

오래된 관습과 귀족, 교회, 부모의 망상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련들로부터 버티기에는 테스에게는 너무 무거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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