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과 함께 휴일을 뒹굴다 - 옛이야기 고르기>

우리반 다음차 돌려읽기에 옛이야기책을 한 권 넣으려고 찾는 중이다. 4년전 2학년을 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로 진행을 했었다. 호랑이는 맹수이면서도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인데다가 다양한 캐릭터로 옛이야기에 등장을 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근데 그새 책값이 많이 올라 14000원이나 한다.... 책을 사주시는거에 모두 동의를 하셨지만 만원이 넘는 책을 안내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좀 찾아보았다.












옛이야기에서 서정오 선생님만한 전문가는 드물겠기에, 서정오 선생님 책 중심으로 찾아보았다. 보리에서 나온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 책들은 작품이 좋은거에 비해 아이들의 선호도가 현저히 낮다. 아쉽게도 아이들
은 책내용 외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씨만 가득한 책들은 고학년 아이들도 일단 외면하고 본다. 그림이 있어도 약간만 있고 그나마 흑백이면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시리즈는 패스.










<똥 뒤집어 쓴 도깨비>도 무척 좋은데 그건 3학년 돌려읽기를 할 때 사용했었고, 그 목록과 자료를 현재 사용하고 계신 샘들도 계셔서 패스.





다음으로 찾아본 책이 <서 근 콩, 닷 근 팥>이었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하게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할만한 요소가 들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수께끼'다.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역경에 처하고 수수께끼를 풀어 그 역경을 탈출하는 설정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이렇게 한 권에 가득 모을만큼 많은지는 몰랐다. 얼마전에 우리반 장기자랑을 했는데 그때 수수께끼를 준비해온 친구가 아주 인기있었다. 특히 이 2학년 또래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수수께끼 이야기를 이렇게나 모은 것도 신기한데 석 장으로 분류도 해놓았다. 1장 초롱초롱 슬기놀이, 2장 알쏭달쏭 셈놀이, 3장 재미있는 말놀이 이렇게 말이다. 1장에서는 앞에서 말한 역경을 수수께끼를 풀어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이 주로 등장한다. 도깨비와의 수수께끼 대결에서 이긴 아낙 이야기(도깨비 수수께끼), 아내를 빼앗길 위기를 벗어난 남편 이야기(세 가지 수수께끼), 옥에 갇힌 아버지를 수수께끼를 풀어 구한 딸 이야기(아버지를 구한 딸) 등...




2장 알쏭달쏭 셈놀이는 말 그대로 셈을 해서 푸는 수수께끼다. 이 부분을 보면서 특히 놀랍고 새로웠다. 이런 수수께끼는 그동안 읽었던 옛이야기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수수께끼라기보다는 그냥 수학문제였다.ㅎㅎ 예전 수학교과서에는 '여러가지 문제'라는 단원이 있었잖은가? 딱 거기 나오는 문제들이었다. "저희는 형제인데,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동생을 주면 우리는 동갑이 되고, 동생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제가 가지면 제 나이가 동생 나이의 곱절이 됩니다. 저희 나이는 몇 살이겠습니까?"
이전 수학교과서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이었는데 그 취지는 무척 좋으나 어거지로 끼워맞춘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의 코웃음을 유발하고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방해했다. 모든 차시에 어거지로 스토리텔링을 쑤셔넣으려 하지 말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계될때만 활용하면 좋지 않겠는가? 옛이야기보다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어디 있을까? 잘 기억했다가 꼭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3장 재미있는 말놀이 부분도 교과와 연계하기에 쉽다. 저학년 국어교과서에는 같은 주제의 단원도 있다. 저번 장기자랑때 보니 아이들이 내는 수수께끼가 대부분 이 말놀이 수수께끼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겠다.^^

가격도 만원이라 할인가격이 9000원이니 적당하다. 단 분량이 저학년에게는 좀 많다.(115쪽) 이정도를 넘어서는 독서능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지만 중간 이하 아이들은 아직도 느리다. 어찌됐든 재미있으면 읽겠지?^^


또하나 찾아본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였다. 위의 책보다 쪽수도 적고(103쪽) 글씨도 크고 자간도 넓어 2학년이라면 충분히 읽겠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식하고 욕심많은 사또가 어리석게 자기 욕심에 넘어가는 이야기(달을 산 사또)도 있고, 모르는 이 없는 인기 옛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도 있다. 현명한 원님의 송사이야기(옹기장수 송사풀기)도 있고 표제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는 얌체같은 부자 정승의 금덩이를 남루하고 재치있는 이야기꾼이 차지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다른 옛이야기책과 뭔가 다른데? 라는 느낌이 드는데, 대부분의 옛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입말체로 쓰여졌다면, 이 책은 판소리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갓날갓적 지리산 산자락에 한 고을이 있었는데, 이 고을에 본디 있던 사또가 갈려 가고 새 사또가 갈려 왔겠다. 갈려 온 새 사또로 말하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숙맥이라 하는 짓이 똑 이렇구나.~"

이게 어른이 보기에는 참 재밌는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판소리의 장점인 휘몰아치듯 내뱉는 사설은 글로 표현되었을 때 호흡이 너무 길어서 조금 숨이 가쁘기도 하다.^^

어쨌든 두 책이 모두 맘에 든다. 둘 중 뭘로 골라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내일이라도 당장 한편씩 골라 읽어주고 "어느 책으로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는거지. 이렇게 나의 책바구니에 재미있는 옛이야기 책이 하나 추가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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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악어의 지갑 - 혼자 쓸 돈, 함께 쓸 돈, 저금할 돈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12
리지 핀레이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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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초보단계의 경제교육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경제니 교육이니 이런 말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나고 아기자기 흐뭇한 책이다.

꼬마악어는 친구들과 놀다가 지갑을 주웠다. 돈이 꽤 들어 있었다. 친구악어들은 나눠갖자고 난리였지만 꼬마악어는 결심한다. 주인을 찾아주기로. 경찰서에 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레모네이드도 너무 먹고싶고, 멋진 부츠도 갖고 싶고, 기부금을 모으는 아저씨도 만난다. 덩치 큰 머독의 협박도 받는다. 하지만 모든 난관을 뚫고 무사히 도착, 지갑을 애타게 찾던 부인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부인이 찾던 것은 돈보다도 지갑 안에 있던 목걸이 장식 속의 사진이었다. 너무 고마운 나머지 부인은 목걸이 장식을 빼고 나머지 돈과 지갑을 선물하겠다고 한다.

뜻밖의 선물에 뛸듯이 기뻐하며 꼬마악어는 일단 그토록 먹고싶던 레모네이드 가게에 들어와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마시며 돈을 쓸 계획을 세운다. 일단 봉투 세 개에 돈을 나누어 담는다. 그 분류가 무척 의미심장하다. 혼자 쓸 돈, 함께 쓸 돈, 저금할 돈.

그 분류한 기준에 맞추어 꼬마악어가 돈을 쓰는 장면들이 무척 재미있다. 돈이란 건 모름지기 나를 위해서도 써야지. 그러니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 잔에 그토록 갖고 싶던 부츠 한켤레 사는 것도 좋은 일일 터이다.

'함께 쓸 돈'을 쓰는 장면에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돈을 쓰자고 난리치던 친구들에게 대접한 레모네이드 한잔씩에 내 목도 시원해지는 것 같고, 기부 아저씨의 모금함에 돈을 넣을 때 아까의 아쉬움이 사라진다. 그리고 욕심에 못이겨 무서운 모습으로 지갑을 갈취하려 했던 친구 머독에게 준 선물. 가장 흐뭇한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저금할 돈'으로 분류했던 금액을 저금통에 넣고 잠자리에 드는 꼬마악어. 새로 산 부츠에 맞는 멋진 모자를 사는 꿈을 꾼다. 뒷면지에는 "오늘 참 멋진 하루였어!" 라고 인사하는 꼬마악어가 나온다.

정말 멋진 하루였다. 나한테도 이런 하루가 온다면 좋겠다.ㅎㅎ 나이 든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이런 상상에 더욱 흥분할 것이다. 이때 제시할 꼬마악어의 분류법은 정말로 의미있다. 
1. 혼자 쓸 돈 - 물욕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몇 안된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일도 무시할 일은 아니다. 
2. 함께 쓸 돈 - 1번에서 멈춘다면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무엇에 쓸지는 고민을 많이 해야겠지만 꼭 필요한 부분.
3. 저금할 돈 - 미래를 위해 준비해놓는 자세가 필요해.

위의 분류에 따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한가지 아쉬운건 이 소득이 불로소득이었다는 점.(물론 소유권은 정당했지만) 애쓰며 번 돈이라면 더 의미있게 쓸 수 있을지도. 하지만 소비 한 가지에 촛점을 맞춘 것이니 이 설정이 가장 적절했을 수도 있겠다.

돈과 소비에 대한 책인데도 전혀 돈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따뜻한 내용과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 탓일거다. 아이들과 꼭 읽어보겠다. 부모님들이 자녀와 함께 읽으시는 것도 추천한다. 이책에서 제시한 소비의 3대 분류는 사실 어른들에게도 무척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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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년 차 초등교사가 푸는 교육계 미스터리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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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에 딴지일보에 실린 저자의 글을, 딴지일보가 아닌 페북에서 두 편쯤 읽었다. 내가 하필 그런 글만 보게 된 것인지 기분이 언짢았다. 저자가 예로 든 '인간으로서도 한참 모자란' 교사를 내가 한 명도 못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전체의 평균보다 많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본 대다수의 동료교사들은 주어진 일(수업과 학급운영, 업무 등)을 잘하려고 애쓰고, 학급의 힘든 아이들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그러다 받는 상처에 아파하기도 하고, 단 뭔가 부당한 것에 강하게 저항은 못하는, 성실하고 선량한 소시민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하필 고약한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봐라 교사란 것들이 이렇게 바닥이다'라고 주장하는 듯해서 교사로서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가장 불쾌했던 예시의 교사는 책에선 나오지 않았음) 이봐요 후배선생님, 당신이 말하고 싶은게 뭔가요? 자기가 속한 집단을 이렇게 매도하고 당신은 그 안에서 고고하단 얘길 하고 싶나요? 어쩌죠.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런 교사가 아닌데요. 나 나름 오래된 교사지만 당신이 예로든 그런 말과 행동 한 적 없고 내 주변 동료들도 다 그런데요. 당신은 인디스쿨 연수나 좋은교사모임, 실천교사모임 같은데 가봤나요. 거기서 내뿜는 빛나는 변화의 에너지와 간절한 노력을 보지 못했나요. 그런 데에 힘을 보태주고 함께 좋은 길로 나아가면 되지 그러잖아도 힘든 동료들에게 여론의 뭇매까지 맞게 하고 싶은가요. 난 이런 소리 듣기 억울해요. 그래서 당신이 밥맛이에요!!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좀 부끄럽다. 내가 원래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잘 지배된다. 더구나 저자의 글을 한두편 읽어봤을 뿐인데 '싫다'는 느낌에 더이상 읽지도 않았으니. 이 책이 나온걸 인터넷 서점에서 봤다. 마침 학교도서관 수서를 하던 중이었다. '책으로 나왔네? 목록에 넣을까?' 라는 마음과 '쳇, 됐어' 라는 마음이 엇갈렸다. 결국 구입을 했고 읽게 됐다. 여전히 불편한 건 사실이나 저자에 대한 유감은 없어졌다. 오히려 참 대단한 후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대단히 순결하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기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내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당연한 사실) 나는 내가 참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존중(이라기보다는 끌려가는 거에 가깝지만)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남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괴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한 기준에 따르면, 나는 이분이 예로 든 극단적인 사례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내가 앞에서 말한 '선량한 소시민'은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절대 장점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보통 사람들'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보통 사람들의 나긋한 성품 자체는 물론 잘못이 아니다. 이들은 대개 진지하고, 유순하고, 친절하고, 충돌을 피하는 성향이 강해 사회적인 호감형이 되기 쉽다. 그런데 수많은 사회심리학자가 밝혔듯 일단 판이 이상하게 짜이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이러한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맹목적으로 체제에 순응해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본문 59쪽)

이 대목에서 나치 전범 아이히만까지 언급한 것은 소름이 끼치지만.... 나도 떠오르는 기억이 몇가지 있다. 저자도 언급한 mb정부 시절의 파행적이고 비교육적인 일제고사, 그걸 거부(정확히 말하면 거부가 아니라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안내함)한 몇몇 교사들에게 내려진 교사로서의 사형선고, 찰나의 분노 후 외면하고 묵인한 대다수의 교사들.... 모두 들고 일어나도 모자랄 판에 반대서명조차 해주지 않던 믿었던 후배를 보고 가슴속에 흘렸던 피눈물... 그런게 기억났다.

"체제에 무비판적인 '보통 사람들'이 명령을 이행하는 입장을 넘어 괴물로 변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수순이다. 그러므로 교사를 비롯해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권위에 순응하고, 집단의 목표에 관심이 쏠리고, 그 과정에서 약자들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끝없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본문 61쪽)

결국 저자는 이 성찰의 행위로 이러한 글들을 써왔던 것일게다. 인격이 부족한 일부 교사들을 비난하려 함이 아니라 '교직의 어떤 환경이 교사들의 합리적 이성과 인권의식을 마비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미처 깊이 해보지 못한 고민이었다. 부끄럽고 찔리는 점이 아주 많았다. 또한 개인적 부족함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이상한 교사' 되기를 거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6장 <관성의 법칙>에서 저자는 에어컨과 배구라는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이건 성공사례라고 웃기에는 몹시 씁쓸하고 찜찜한 사례였다. 그 방법이 바로 '학부모를 사칭한 민원전화'였다. 난 이것이 학부모들에게 "시도해보세요.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와같이 아주 많아요." 라고 권유할 사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주체에서 제외된 교사들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부모를 사칭해야 교장과 교육부는 그나마 꿈쩍이라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를 채찍질만 하는 것도 실은 온당치 않다. 더구나 학부모의 민원이 거시적이고 타당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 자식의 이익에 국한된 극히 이기적인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하여 난 이 사례를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물론 다음장에 이어지는 '학부모가 함께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앞에서 저자의 기준이 매우 순수하고 높다고 했는데, 대다수가 무심코 무비판적으로 행하는 일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교육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서 그동안 무심코 가르쳐오던 내용들의 독소를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대단히 의미있는 문제제기들이었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근무하던 학교의 급식문제(언론에까지 알려졌던 길고 요란하고 복잡했던 문제)가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짚어주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지적 헌신'을 촉구했다. 여기서 지적 헌신이란 경쟁적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설픈 행복주의에 따라 지적 갈망과 가능성을 방임하는 교육도 아니다. 이러한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을 접하면서 그간의 주장과 분석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겠구나 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의 일독을 힘들게 했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봐야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나는 원래 자존감보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며 나와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당장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열심히 해왔어요." "잘하고 있으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라는 위로와 격려일수도. 하지만 잠시 위로의 도취에서 벗어나 아픔에 나를 담그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독자들과 그 답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저자도 알 것이다. 그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비록 규모가 큰 움직임은 아닐지라도 여기저기서 반짝반짝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 움직임을 엮어 큰 힘을 내는 일을 지혜롭게 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빛나는 필력을 가진 저자가 다음 책에서는 그 희망을 얘기해주면 좋겠다. 그 희망을 향해 가는 과정에 이런 책도 꼭 필요했음을 이젠 부인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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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돼지 - 제6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박주혜 지음, 이갑규 그림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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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돼지 / 박주혜 / 비룡소>

올해 출간된 비룡소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가 무척 젊다. 왠지 젊은 작가와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읽어보니, 옆집에 살면 부침개라도 나눠먹고 싶은 친근함이 있었다. 이유는 그 내용에 있다.^^

변신 돼지. 찬이네 집에 데려온 동물들은 열흘이 지나면 돼지로 변신했다. 첫번째는 토끼였고, 두번째는 개였다. 왜 하필 돼지로 변신하지? 보통 많이 먹는 사람이나 뚱뚱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지 않나? 물론 본인들은 무척 싫어하지만 말이다. 찬이네 집의 엄마도 그렇다. 찬이네는 엄마 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뚱뚱하다. 거기에 콤플렉스가 있는 엄마는 변신돼지 사건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그렇지만 이리봐도 저리봐도 변신이 맞다. 결국 엄마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이게 뭐지? 싶었다. 많이 먹으면 돼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니 식탐을 조절해라? 이야기 속의 토끼나 개는 무척 잘 먹었다. 그리고 가족도. 그러다 돼지로 변신했다. 특히 개는 찬이와 아빠가 한밤중에 출출하다며 라면을 끓여먹던 그시간에 변신했으니. 뭔가 껄쩍지근하지만 이건 식탐에 대한 경고가 분명했다.

먹을 걸 좋아하는 이 가족은 이름도 이렇게 짓는다. 토끼는 달콤이. 개는 통닭이. 마지막으로 햄스터를 데려오게 되는데 그건 푸딩이. 모두들 볼이 미어지게 잘 먹는 식성에다 손이 큰 엄마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며"(난 사실 이 말 되게 싫어하는데) 좋은 것으로 풍족히 먹인다.

마지막 푸딩이까지도 돼지가 되었다. 이제 찬이네 집은 사람 셋에 돼지 셋, 좁은 아파트에서 살기엔 힘들게 됐다. 가족은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기로 결정을 내린다. 이사하던 날, 이웃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데 이런 소리를 들었다. "어쩜 가족들이 판박이처럼 똑 닮았어요."
그말에 기가 죽는 엄마. "그... 그렇죠. 저희가 다 덩치가 좀... 호호호."
"아니, 그게 아니라. 다들 웃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예뻐요. 똑 닮았다니까요. 아빠랑 엄마. 애기랑 저기 돼지들까지."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찬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서로가 서로를 닮는다는 것이 어쩌면 진짜 마법이 아닐까."

마지막에 오니 작가가 하려는 말이 식탐부리다 돼지된다가 아님은 확실히 알 수 있다.ㅋ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키우던 여러 동물들도 하나같이 아주 잘 먹었다. 아, 그리고 작가도.... 또 인심좋은 아빠와 손 큰 엄마도....

결국 작가는 본인의 행복했던 유년의 가정을 <변신돼지>라는 이야기로 재현한 것 같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리고 그 안의 나눔과 유대. 이 행복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비만과 성인병의 문제가 있다고? 혼자서 폭식하거나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지만 않으면 어느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쑥쑥 위로만 크던 아들이 키가 다 크고나니 옆으로 퍼지는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나. 오늘은 휴일이라 오손도손 돈까스를 해먹였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수박도 한 통 사서 깍뚝썰어 냉장고에 쟁여놓고.... 나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책임지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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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 큰곰자리 16
김유 글,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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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 / 김유 / 큰곰자리>

나는 이렇게 옛이야기 느낌이 나는 동화가 참 좋다. 구수한 사투리가 들어있으면 더 좋다. 그게 어릴적 듣던 엄마아부지 고향 사투리면 더더더 좋다.
"엄니랑 아부지가 있는디 뭣이 무섭다고 그랴?" 처럼 말이다.

만보는 귀하디귀한 늦둥이 외아들이다. 다 좋은데 한가지, 겁이 많다. 그래서 '겁보 만보'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노는 친구라곤 쎄보이는 여자친구 말숙이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만보의 담력을 길러주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염려하던 부모는 드디어 큰맘을 먹었다. 고개 넘어 시장까지 만보를 혼자 보내보기로 했다.

언젠가 신동흔 교수님의 책에서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길을 떠난다"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길떠남.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다. 만보는 길을 떠났다. 고갯길을 넘어.

고갯길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착한 마음에 대한 상으로 뭔가를(여기서는 떡이 든 주머니) 받는 것도 옛이야기의 주요 화소 중 하나이다. 재미나게도 다음에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를 만나고(할머니가 주신 선물로 물리치고), 다음에는 도깨비를 만나고(씨름으로 물리치고), 도깨비의 변신인 부지깽이를 지팡이 삼아 고개를 내려와, 드디어 시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만보가 도착한 때는 이미 파장하는 시간. 엄마와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만보가 길을 잘못들어 넘어온 그 길은 백년간 아무도 넘지 못했던 험난한 길이라지 뭔가!

이리하여 만보는 겁보 딱지를 떼고 용감한 아이가 되었다는 이야기. 살짝쿵 덧붙여진 뒷이야기에선 누군가도 그 부지깽이를 들고 길을 나선다. 그게 과연 누굴까?(여기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부분 뒷이야기 만들기로 수업하면 재미나겠다^^)

우리반 아이들이 요즘 한창 이야기에 맛을 들여가는 중이다. 주제니 가치니 이런 것 다 떠나서 일단 이야기의 맛이 느껴지는 이런 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아주 크다. 어린 시절 느낀 즐거움의 추억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내가 바로 그렇거든) 부족한 교사라서 아이들에게 줄 것이 많진 않아도 맛있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최대한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주 적당한 책을 또 한권 알게돼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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