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과 함께 휴일을 뒹굴다 - 옛이야기 고르기>

우리반 다음차 돌려읽기에 옛이야기책을 한 권 넣으려고 찾는 중이다. 4년전 2학년을 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로 진행을 했었다. 호랑이는 맹수이면서도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인데다가 다양한 캐릭터로 옛이야기에 등장을 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근데 그새 책값이 많이 올라 14000원이나 한다.... 책을 사주시는거에 모두 동의를 하셨지만 만원이 넘는 책을 안내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좀 찾아보았다.












옛이야기에서 서정오 선생님만한 전문가는 드물겠기에, 서정오 선생님 책 중심으로 찾아보았다. 보리에서 나온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 책들은 작품이 좋은거에 비해 아이들의 선호도가 현저히 낮다. 아쉽게도 아이들
은 책내용 외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씨만 가득한 책들은 고학년 아이들도 일단 외면하고 본다. 그림이 있어도 약간만 있고 그나마 흑백이면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시리즈는 패스.










<똥 뒤집어 쓴 도깨비>도 무척 좋은데 그건 3학년 돌려읽기를 할 때 사용했었고, 그 목록과 자료를 현재 사용하고 계신 샘들도 계셔서 패스.





다음으로 찾아본 책이 <서 근 콩, 닷 근 팥>이었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하게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할만한 요소가 들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수께끼'다.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역경에 처하고 수수께끼를 풀어 그 역경을 탈출하는 설정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이렇게 한 권에 가득 모을만큼 많은지는 몰랐다. 얼마전에 우리반 장기자랑을 했는데 그때 수수께끼를 준비해온 친구가 아주 인기있었다. 특히 이 2학년 또래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수수께끼 이야기를 이렇게나 모은 것도 신기한데 석 장으로 분류도 해놓았다. 1장 초롱초롱 슬기놀이, 2장 알쏭달쏭 셈놀이, 3장 재미있는 말놀이 이렇게 말이다. 1장에서는 앞에서 말한 역경을 수수께끼를 풀어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이 주로 등장한다. 도깨비와의 수수께끼 대결에서 이긴 아낙 이야기(도깨비 수수께끼), 아내를 빼앗길 위기를 벗어난 남편 이야기(세 가지 수수께끼), 옥에 갇힌 아버지를 수수께끼를 풀어 구한 딸 이야기(아버지를 구한 딸) 등...




2장 알쏭달쏭 셈놀이는 말 그대로 셈을 해서 푸는 수수께끼다. 이 부분을 보면서 특히 놀랍고 새로웠다. 이런 수수께끼는 그동안 읽었던 옛이야기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수수께끼라기보다는 그냥 수학문제였다.ㅎㅎ 예전 수학교과서에는 '여러가지 문제'라는 단원이 있었잖은가? 딱 거기 나오는 문제들이었다. "저희는 형제인데,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동생을 주면 우리는 동갑이 되고, 동생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제가 가지면 제 나이가 동생 나이의 곱절이 됩니다. 저희 나이는 몇 살이겠습니까?"
이전 수학교과서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이었는데 그 취지는 무척 좋으나 어거지로 끼워맞춘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의 코웃음을 유발하고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방해했다. 모든 차시에 어거지로 스토리텔링을 쑤셔넣으려 하지 말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계될때만 활용하면 좋지 않겠는가? 옛이야기보다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어디 있을까? 잘 기억했다가 꼭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3장 재미있는 말놀이 부분도 교과와 연계하기에 쉽다. 저학년 국어교과서에는 같은 주제의 단원도 있다. 저번 장기자랑때 보니 아이들이 내는 수수께끼가 대부분 이 말놀이 수수께끼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겠다.^^

가격도 만원이라 할인가격이 9000원이니 적당하다. 단 분량이 저학년에게는 좀 많다.(115쪽) 이정도를 넘어서는 독서능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지만 중간 이하 아이들은 아직도 느리다. 어찌됐든 재미있으면 읽겠지?^^


또하나 찾아본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였다. 위의 책보다 쪽수도 적고(103쪽) 글씨도 크고 자간도 넓어 2학년이라면 충분히 읽겠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식하고 욕심많은 사또가 어리석게 자기 욕심에 넘어가는 이야기(달을 산 사또)도 있고, 모르는 이 없는 인기 옛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도 있다. 현명한 원님의 송사이야기(옹기장수 송사풀기)도 있고 표제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는 얌체같은 부자 정승의 금덩이를 남루하고 재치있는 이야기꾼이 차지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다른 옛이야기책과 뭔가 다른데? 라는 느낌이 드는데, 대부분의 옛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입말체로 쓰여졌다면, 이 책은 판소리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갓날갓적 지리산 산자락에 한 고을이 있었는데, 이 고을에 본디 있던 사또가 갈려 가고 새 사또가 갈려 왔겠다. 갈려 온 새 사또로 말하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숙맥이라 하는 짓이 똑 이렇구나.~"

이게 어른이 보기에는 참 재밌는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판소리의 장점인 휘몰아치듯 내뱉는 사설은 글로 표현되었을 때 호흡이 너무 길어서 조금 숨이 가쁘기도 하다.^^

어쨌든 두 책이 모두 맘에 든다. 둘 중 뭘로 골라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내일이라도 당장 한편씩 골라 읽어주고 "어느 책으로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는거지. 이렇게 나의 책바구니에 재미있는 옛이야기 책이 하나 추가되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