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보 만보 큰곰자리 16
김유 글,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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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 / 김유 / 큰곰자리>

나는 이렇게 옛이야기 느낌이 나는 동화가 참 좋다. 구수한 사투리가 들어있으면 더 좋다. 그게 어릴적 듣던 엄마아부지 고향 사투리면 더더더 좋다.
"엄니랑 아부지가 있는디 뭣이 무섭다고 그랴?" 처럼 말이다.

만보는 귀하디귀한 늦둥이 외아들이다. 다 좋은데 한가지, 겁이 많다. 그래서 '겁보 만보'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노는 친구라곤 쎄보이는 여자친구 말숙이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만보의 담력을 길러주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염려하던 부모는 드디어 큰맘을 먹었다. 고개 넘어 시장까지 만보를 혼자 보내보기로 했다.

언젠가 신동흔 교수님의 책에서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길을 떠난다"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길떠남.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다. 만보는 길을 떠났다. 고갯길을 넘어.

고갯길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착한 마음에 대한 상으로 뭔가를(여기서는 떡이 든 주머니) 받는 것도 옛이야기의 주요 화소 중 하나이다. 재미나게도 다음에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를 만나고(할머니가 주신 선물로 물리치고), 다음에는 도깨비를 만나고(씨름으로 물리치고), 도깨비의 변신인 부지깽이를 지팡이 삼아 고개를 내려와, 드디어 시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만보가 도착한 때는 이미 파장하는 시간. 엄마와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만보가 길을 잘못들어 넘어온 그 길은 백년간 아무도 넘지 못했던 험난한 길이라지 뭔가!

이리하여 만보는 겁보 딱지를 떼고 용감한 아이가 되었다는 이야기. 살짝쿵 덧붙여진 뒷이야기에선 누군가도 그 부지깽이를 들고 길을 나선다. 그게 과연 누굴까?(여기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부분 뒷이야기 만들기로 수업하면 재미나겠다^^)

우리반 아이들이 요즘 한창 이야기에 맛을 들여가는 중이다. 주제니 가치니 이런 것 다 떠나서 일단 이야기의 맛이 느껴지는 이런 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아주 크다. 어린 시절 느낀 즐거움의 추억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내가 바로 그렇거든) 부족한 교사라서 아이들에게 줄 것이 많진 않아도 맛있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최대한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주 적당한 책을 또 한권 알게돼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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