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우체부는 너무 바빠! 라임 어린이 문학 19
기욤 페로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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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만화책으로 분류되지 않나? 라임어린이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이며 인터넷서점의 분류에도 동화에 들어있고 만화에는 들어있지 않다. 이유가 뭘까? 문학성이 높아서? 그래도 만화는 만화지 뭐. 올해 개정된 4학년 1학기 국어 마지막 단원은 만화가 텍스트다. 지난 교육과정부터 국어시간에 다루는 매체가 다양해졌는데, 이런 현상을 난 아주 좋게 본다. 그때가 되면 난 책상배치를 다시 하고 교실 곳곳에 공간을 만들어 돗자리를 깔고 만화책 바구니를 만들어 '뒹굴뒹굴 만화책 읽기'를 할 거다. 그 때 당연히 이 책을 포함시킬 것이고. 국내작품으로 남동윤 님의 만화와 더불어.^^

주인공 보브 씨는 우주 우체부이다. 어느날 우주 우체국에 출근했더니 국장이 낯선 곳으로 배달을 명한다. 보브 씨는 늘 가던 익숙한 곳이 좋은데 말이다. 그는 갑자기 근무복이 갑갑하고 뱃속이 꼬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을 나도 잘 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디뎌야 할 때의 그 긴장감. 편한 것만 찾는 내가 아주 즐기지 않는 감정이다. 그렇지만 그나 나나 책임감은 있기 때문에 배가 꼬이건 말건 가야 하면 간다.

우주 우체부는 우주선을 타고 소행성들을 돌며 우편물을 배달한다. (특색있는 소행성들을 보니 딱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낯선 곳에 대한 긴장감은 적중했다. 착륙하는 곳마다 험난한 시험의 연속이다. 농부의 행성에선 진창에 엎어지고 어마어마한 토마토와 부딪혀 엉망진창이 되질 않나, 두번째 행성에선 가는귀 먹은 할머니에게 차와 쿠키를 대접받지만 우주쓰레기들 때문에 죽다 살아나질 않나, 개들의 행성에선 짖으며 달려드는 개떼들에게 쫓겨 샌드위치 도시락을 던져버리고 달아나기도 한다.

다음 행성에선 푸하하 웃을 수밖에 없었다. 노크를 하자 나타난 사람은 금발에 초록색 옷을 입은 '아저씨'였다. 근데 그는 서명을 부탁하자 "양이나 한 마리 그려 주시죠. 안그러면 서명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한다. 아하하하하하ㅋㅋㅋㅋ
그려주는 양마다 양같지 않다며 퇴짜를 놓더니 몇 번 만에야 만족을 하는 프티 프린스. 덕분에 보브 씨는 엄청 지체되어 헐레벌떡.

이런 식으로 험난한 배달을 마치고 귀환하는 길. 보브씨는 들렀던 행성들을 지나치며 나름 나쁘지 않았던 점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체국에 돌아왔을 때 국장 앞에서 보브 씨가 한 말은.....^^

나처럼 익숙한 곳에 안주하려는 사람들, 도전을 두려워하는 아이들, 한걸음 떼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주제가 너무 드러나 보이긴 하지만 이정도 재밌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재미 속에 좋은 주제까지 담겨 있으니 무슨 불평을 하리오. 선량한 소시민 직업인 보브 씨. 나와 조금 비슷한 그를 응원한다. 당신의 도전이 신나길 바라요! 너무 무리하진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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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가 온다! 큰곰자리 33
김리라 지음, 정인하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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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이 책은... 쫌 너무했다. 소희는 말하자면 피해자이고 나머지 녀석들은 가해자인 셈인데, 가해자임을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마음은 그 가책에 휩싸여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녀석들이 좀 짠하고, 한참만에 나타나 "그동안 다들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복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소희를 보고 "엥? 이건 뭥미?"라고 느끼는 나는 너무나 편향된 것일까?

편향성이라면 왜 내 맘속에 이런 편향성이 들어앉았는지를 분석해봐야 해서 마음이 무겁고 골치가 아프다. 왜일까? 철저히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인 내가 간혹 심적으로는 전적으로 그러하기 어려울 때 느꼈던 난감함 때문일까?

현수를 비롯한 4명의 주인공은 소희에게 메일을 받는다.
"나야, 소희.
앞으로는 나를 괴롭히지 못할거야.
왜냐면 난 학교에 안 갈 거니까."
로 시작된 편지엔 무서운 복수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진 않았지만 어쨌든 복수를 다짐하는 느낌의 글이어서 아이들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소희가 떠든다고 선생님께 고자질한 현수,
소희의 노란 핀이 촌스럽다고 했던 보라,
소희가 맹꽁이 같다고 놀리자 너는 뚱보풍선인형 같다고 되갚아준 상균이,
소희의 덧니에 대해서 말했던 하나,
넷은 우연히 같은 편지를 받은 것을 알고 일종의 동지가 된다.

소희는 학교에 오지 않고, 선생님께 이유를 묻기 두려운 4명은 소희의 행방을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들도 혹시 벌이나 복수인가 싶어 가슴을 졸인다. 그러면서 아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언행이 당사자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었음도 깨닫는다.

그리고 한참만에, 이 학급은 돌아온 소희를 맞이한다. 이 자리에서 소희는 위에 썼던 저 말을 한다.

내 생각에, 여기 나온 아이들 정도면 대화로 해결이 되고도 남을 아이들이다. 일단 고의성이 전혀 없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줄 알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아이들 정도면 서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만 해도 사과와 화해가 된다. 이런 아이들한테 복수는 무슨.... 얘네들이 잘한 건 없지만 실제로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도 잘 없단 말이다.

따지고 들어본다면 아이들이 소희한테 했던 각각의 놀림의 말들보다 한 달 동안을 심적압박에 시달리게 했던 그 복수편지가 더 중한 사안이 된다. 협박에 해당하니까. 법적으로 굳이 따진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젠 교육현장도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작금의 현장대로 하면 이 이야기는 절대 해피엔딩이 안 된다.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내 마음의 기울어짐이 어디서 왔는지.ㅠㅠ

그것과는 별개로 이 책은 좋은 주제를 흥미롭게 잘 담고 있긴 하다. 이 책에 순수하게 감동받을 수 없는 내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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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31
세이노 아쓰코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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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느낌은 담담하다. 약간의 포인트를 주는 튀지 않는 소품 같다. 울컥거리는 느낌도 없고 슬프거나 화가 나지도 않는다. 그저 약간 갸웃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등교거부와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과 우리나라 청소년문제에서 가끔 등장하는 주제다. 이 책에선 오바야시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오바야시는 책 속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자는 오바야시가 아닌 같은반 여학생 후미카다. 그러고보니 제목이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후미카는 독후감 숙제를 앞두고 솔직한 마음을 쓰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 봐 망설이는 평범하고 소심한 아이다. 이를테면
-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의 주인공이 친구로 있으면, 나는 그 친구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만 맡게 될 것 같아서 싫다.
이런 식의 소감 말이다. 오호, 난 맘에 드는데? 하지만 후미카는 결국 이렇게 쓰고 만다.
- 나도 주인공처럼 최선을 다해서 세상과 부딪치며 살고 싶다.

오바야시의 결석이 오래가자 담임선생님은 학급회의를 시켰고 모두가 편지를 쓰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서도 후미카는 쓰는 말마다 진심이 아닌 것 같아 고민한다. 결국 그럴듯하게 '글짓기'를 해서 낸다.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이 오바야시네 집을 찾아갔지만 문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후미카는 우연히 다른 친구들이 쓴 편지 일부를 보게 됐고, 모두가 자신처럼 형식적인 글짓기를 한 것이 아님을 알게되어 몹시 당황한다. 후미카는 자신의 편지를 빼내고,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너무 어려웠다 진심을 쓴다는 것은. 결국 한 줄밖에 쓰지 못한다.
- 언젠가 제대로 된 편지를 쓸게.

그 한줄에 담긴 것은 진심이었던가. 후미카는 어느날 오바야시와 유일하게 연락하는 나카타니에게서 오바야시의 이메일 주소를 건네받는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 앞에서 매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결국 한 줄도 보내지는 못한다.
오바야시를 잊어가는 반친구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이가 한 명 더 있다. 뭐하나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미녀 우등생 미야코가 오바야시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 미야코는 매일 편지를 쓴다고 한다. "오바야시를 구원해야 한다."며 후미카를 재촉하기도 한다.

약속했던 '제대로 된 편지'를 결국은 쓰지 못하고, 후미카는 어느날 친구들의 짐 올려놓는 곳이 되어버린 오바야시 자리를 안타깝게 보다가 쉬는시간마다 그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그자리에 앉아서 오바야시가 보았을 풍경을 바라보고 의자가 기울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장. 나카타니는 오바야시에게서 온 문자를 후미카에게 보여준다. 그건 문자이면서 이 책에서 유일한 오바야시의 육성 같은 거였다.
"후미카는 왜 그 의자에 계속 앉아 있을까?
난 더이상 앉고 싶지 않게 된 그 의자에.....
그 의자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젠가 그 애에게 물어보고 싶어."
그 언젠가가 온다면 오바야시도 친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왠지 그게 멀지 않은 느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야코와 소극적인 후미카. 그중 어떤 방식이 진심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게 닿아야 결국 인간은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미야코보다는 후미카에 가깝다. 빈 말,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한다. 근데 그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너무 간절한 말도 못한다. 그뿐만도 아니다. 빈말을 못한다고 해서 내가 늘 솔직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의 진심이란 건 이렇게 자기자신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란 내가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게 연결되는 것이 소통이다. 이 책에서는 그 소소한 과정을 밀착해서 보여주었다. 책의 표지와 마지막 문장에 '파란 하늘'이 나온다. 눈에 띄지 않을 담담한 이야기로 작가는 이렇게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진심이 주는 희망.

(근데 초치는 이야기 같지만 그걸 분별할 정도면 오바야시는 상당히 건강한 상태다. 그것도 안될 때가 진짜 어려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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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 - 레벨 2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하은경 지음, 윤지회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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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역사동화에 관심있을 때 이 작가의 <백산의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또 역사동화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반대로 미래를 다루고 있었다. 종이와 책이 금지된, 로봇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대.

시오는 어느날 하교길에 상자 하나를 줍는다. 그 안에 책이 들어있는 걸 발견하고는 하얗게 질린다. 언젠가 책에서 심각한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로부터 책은 금지되었다. 바이러스가 사그러들고 백신이 나왔어도 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야기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떼돈을 벌었고 그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시오가 주운 그 책은 이 세상 마지막 책이었다. 그걸 신고하지 않으면 잡혀가서 노란집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시오는 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단짝 친구 주나에게 책의 재미를 이렇게 표현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입안에서 오래오래 녹여 먹는 기분이야. 또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맛보는 기분도 들고. 이제 이야기 로봇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심심해."

북킬러들이 거리에 깔리고 교실에까지 들어와 검문하는 상황에서도 두 아이는 용케 책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리 힘들게 숨겨온 책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발각되고, 마지막 책의 운명은....

결말에 이르러 진실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돈이 상황과 필요를 만들고 필요를 만들어낸 이들은 더 돈을 벌며, 모르는 이들은 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의 지킴이들은 있고, 이 책에서도 그들은 앞날을 모색하며 희망을 잇는다.

긴박한 장면이 많은데 내게는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씩은 왠지 흐름이 매끄럽지 않거나 의도만큼 빠져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몰입될 정도의 재미와 개연성을 가졌다고 생각되진 않았고 그런대로 재미있는 정도.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몰입감이 다를 것이라고 짐작한다. 난 무엇보다 작가의 문제의식에 동감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도서관과 서점, 교실을 가득 채운 책들이 우릴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을까? 기계만 있고 책이 없는 미래가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도?

교과서 없는 학교, 칠판없는 교실을 부르짖는 이들이 나는 싫다. 이들이 교육의 주도권을 잡고 아이들과 읽고 쓰는 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나같은 선생을 무지렁이로 전락시키고서 미래를 준비한다고 외칠까봐 걱정스럽다. 이러한 일에도 필요를 생산해내는 세력이 있고 그들은 그 필요를 과장하여 돈을 번다. 이런 일에 교육은 놀아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종이책은 소멸할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오가 표현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으로도 다 말할 수 없는 재미와 기쁨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많으니까. 그 맛을 알게 하려고 아이들과 함께 꼭꼭 씹어 먹는 교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난 세상이 이젠 좀 멈칫하여 뒤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달려봤자 낭떠러지일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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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열리는 날 - 학교 폭력 예방 동화
김문주 지음, 박세영 그림 / 예림당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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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런 동화가 나오는구나. 그래, 나올 때도 되었다. (최근작 아니고 나온지 1년이 좀 넘은 책)

이 문제는 복잡하여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피해가 많이 보도되었다. 그 중에는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아이들까지 생겼다. 그 아이들이 참고 견뎠던 고통은 듣기만 해도 분노를 일으킨다. 친구를 그토록 괴롭힌 아이들에게 잘못을 일깨우고 그 책임을 지게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학폭법이라는 것은.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폭예방교육이 강화되었고 해마다 학폭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학폭신고절차 등을 안내한다. 분명히 필요해서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학폭법과 그에 따른 절차로 피해자는 적절한 보호를, 가해자는 잘못을 뉘우치는 합당한 벌을 받고 교육적으로 잘 해결된 사례가 어느정도 있는지 알고 싶다. 실제는 학폭 절차가 시작되면 이미 그곳에 교육은 없다. 담임은 손을 떼어야 하고 화해 권유는 사건무마 시도로 비난받게 된다.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골은 더욱 깊어지고 양쪽 모두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에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교는 양쪽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능지처참의 꼴이 되어버린다. 학교만 그렇겠는가? 치유되지 못한 채 고착되어버린 아이들의 상처는. 그리고 그 관계는......

이 책의 세 여학생은 모델을 한다는 약간 공주과의 나리를 평소 좋게 보지 않던 터에, 피구 경기에 과몰입한 나머지 실수연발인 나리를 심한 말로 몰아붙이게 된다. 그거 너무나 잘못한 거다. 잘못을 돌아봐야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된다. 그런데 분노한 나리 아빠는 학교에 찾아와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고, 경찰서 신고, 학폭위 제소, 학폭위 판결 미흡하다며 교육청 제소, 마침내 형사고발까지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괴로워하는 가해자 부모들, 힘들어하는 담임과 학교 담당자들, 그리고 상처가 더욱 깊어지는 나리와 세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게 펼쳐진다. 책에서는 여러 사건 끝에 서로의 상처와 눈물을 보게 되고 잘 마무리되며 끝났지만..... 실제로 학폭이란 도마 위에 일단 올라선 이상 이런 결말은 너무 어려운 것이다.

고민이 많다. 학교는 일단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정말 악질적인 가해자도 없지는 않다. 이런 아이들에겐 인실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솔직히.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가해 피해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도 많고 먼저 피해자 코스프레를 잽싸게 소리 높여 하는 쪽이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징계에 불복하고 이를 갈며 원한 관계로 가는 경우, 아이들끼리는 벌써 같이 노는데 어른들의 감정 해소가 안되어 교사의 교육력을 아이들에게 쓰지 못하게 계속 뒷덜미를 잡는 경우도 있다. 예방 차원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 행동도 상대방이 느끼기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그 말을 꼬투리 삼아 종결될 사안을 한도 끝도 없이 오래 끌고 가기도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보게 된다.

식견이 높지 못한 나는 어떻게 해야 이 판이 고쳐질 거라고 단언하진 못하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폭법은 개정이 필요하고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회복의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그 다음이다. 이 책이 아주 널리 읽히고 있진 않은거 같은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고 지혜를 모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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