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가 온다! 큰곰자리 33
김리라 지음, 정인하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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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이 책은... 쫌 너무했다. 소희는 말하자면 피해자이고 나머지 녀석들은 가해자인 셈인데, 가해자임을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마음은 그 가책에 휩싸여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녀석들이 좀 짠하고, 한참만에 나타나 "그동안 다들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복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소희를 보고 "엥? 이건 뭥미?"라고 느끼는 나는 너무나 편향된 것일까?

편향성이라면 왜 내 맘속에 이런 편향성이 들어앉았는지를 분석해봐야 해서 마음이 무겁고 골치가 아프다. 왜일까? 철저히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인 내가 간혹 심적으로는 전적으로 그러하기 어려울 때 느꼈던 난감함 때문일까?

현수를 비롯한 4명의 주인공은 소희에게 메일을 받는다.
"나야, 소희.
앞으로는 나를 괴롭히지 못할거야.
왜냐면 난 학교에 안 갈 거니까."
로 시작된 편지엔 무서운 복수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진 않았지만 어쨌든 복수를 다짐하는 느낌의 글이어서 아이들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소희가 떠든다고 선생님께 고자질한 현수,
소희의 노란 핀이 촌스럽다고 했던 보라,
소희가 맹꽁이 같다고 놀리자 너는 뚱보풍선인형 같다고 되갚아준 상균이,
소희의 덧니에 대해서 말했던 하나,
넷은 우연히 같은 편지를 받은 것을 알고 일종의 동지가 된다.

소희는 학교에 오지 않고, 선생님께 이유를 묻기 두려운 4명은 소희의 행방을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들도 혹시 벌이나 복수인가 싶어 가슴을 졸인다. 그러면서 아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언행이 당사자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었음도 깨닫는다.

그리고 한참만에, 이 학급은 돌아온 소희를 맞이한다. 이 자리에서 소희는 위에 썼던 저 말을 한다.

내 생각에, 여기 나온 아이들 정도면 대화로 해결이 되고도 남을 아이들이다. 일단 고의성이 전혀 없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줄 알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아이들 정도면 서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만 해도 사과와 화해가 된다. 이런 아이들한테 복수는 무슨.... 얘네들이 잘한 건 없지만 실제로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도 잘 없단 말이다.

따지고 들어본다면 아이들이 소희한테 했던 각각의 놀림의 말들보다 한 달 동안을 심적압박에 시달리게 했던 그 복수편지가 더 중한 사안이 된다. 협박에 해당하니까. 법적으로 굳이 따진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젠 교육현장도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작금의 현장대로 하면 이 이야기는 절대 해피엔딩이 안 된다.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내 마음의 기울어짐이 어디서 왔는지.ㅠㅠ

그것과는 별개로 이 책은 좋은 주제를 흥미롭게 잘 담고 있긴 하다. 이 책에 순수하게 감동받을 수 없는 내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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