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열리는 날 - 학교 폭력 예방 동화
김문주 지음, 박세영 그림 / 예림당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이런 동화가 나오는구나. 그래, 나올 때도 되었다. (최근작 아니고 나온지 1년이 좀 넘은 책)

이 문제는 복잡하여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피해가 많이 보도되었다. 그 중에는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아이들까지 생겼다. 그 아이들이 참고 견뎠던 고통은 듣기만 해도 분노를 일으킨다. 친구를 그토록 괴롭힌 아이들에게 잘못을 일깨우고 그 책임을 지게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학폭법이라는 것은.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폭예방교육이 강화되었고 해마다 학폭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학폭신고절차 등을 안내한다. 분명히 필요해서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학폭법과 그에 따른 절차로 피해자는 적절한 보호를, 가해자는 잘못을 뉘우치는 합당한 벌을 받고 교육적으로 잘 해결된 사례가 어느정도 있는지 알고 싶다. 실제는 학폭 절차가 시작되면 이미 그곳에 교육은 없다. 담임은 손을 떼어야 하고 화해 권유는 사건무마 시도로 비난받게 된다.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골은 더욱 깊어지고 양쪽 모두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에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교는 양쪽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능지처참의 꼴이 되어버린다. 학교만 그렇겠는가? 치유되지 못한 채 고착되어버린 아이들의 상처는. 그리고 그 관계는......

이 책의 세 여학생은 모델을 한다는 약간 공주과의 나리를 평소 좋게 보지 않던 터에, 피구 경기에 과몰입한 나머지 실수연발인 나리를 심한 말로 몰아붙이게 된다. 그거 너무나 잘못한 거다. 잘못을 돌아봐야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된다. 그런데 분노한 나리 아빠는 학교에 찾아와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고, 경찰서 신고, 학폭위 제소, 학폭위 판결 미흡하다며 교육청 제소, 마침내 형사고발까지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괴로워하는 가해자 부모들, 힘들어하는 담임과 학교 담당자들, 그리고 상처가 더욱 깊어지는 나리와 세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게 펼쳐진다. 책에서는 여러 사건 끝에 서로의 상처와 눈물을 보게 되고 잘 마무리되며 끝났지만..... 실제로 학폭이란 도마 위에 일단 올라선 이상 이런 결말은 너무 어려운 것이다.

고민이 많다. 학교는 일단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정말 악질적인 가해자도 없지는 않다. 이런 아이들에겐 인실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솔직히.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가해 피해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도 많고 먼저 피해자 코스프레를 잽싸게 소리 높여 하는 쪽이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징계에 불복하고 이를 갈며 원한 관계로 가는 경우, 아이들끼리는 벌써 같이 노는데 어른들의 감정 해소가 안되어 교사의 교육력을 아이들에게 쓰지 못하게 계속 뒷덜미를 잡는 경우도 있다. 예방 차원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 행동도 상대방이 느끼기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그 말을 꼬투리 삼아 종결될 사안을 한도 끝도 없이 오래 끌고 가기도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보게 된다.

식견이 높지 못한 나는 어떻게 해야 이 판이 고쳐질 거라고 단언하진 못하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폭법은 개정이 필요하고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회복의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그 다음이다. 이 책이 아주 널리 읽히고 있진 않은거 같은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고 지혜를 모아봤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