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31
세이노 아쓰코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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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느낌은 담담하다. 약간의 포인트를 주는 튀지 않는 소품 같다. 울컥거리는 느낌도 없고 슬프거나 화가 나지도 않는다. 그저 약간 갸웃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등교거부와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과 우리나라 청소년문제에서 가끔 등장하는 주제다. 이 책에선 오바야시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오바야시는 책 속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자는 오바야시가 아닌 같은반 여학생 후미카다. 그러고보니 제목이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후미카는 독후감 숙제를 앞두고 솔직한 마음을 쓰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 봐 망설이는 평범하고 소심한 아이다. 이를테면
-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의 주인공이 친구로 있으면, 나는 그 친구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만 맡게 될 것 같아서 싫다.
이런 식의 소감 말이다. 오호, 난 맘에 드는데? 하지만 후미카는 결국 이렇게 쓰고 만다.
- 나도 주인공처럼 최선을 다해서 세상과 부딪치며 살고 싶다.

오바야시의 결석이 오래가자 담임선생님은 학급회의를 시켰고 모두가 편지를 쓰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서도 후미카는 쓰는 말마다 진심이 아닌 것 같아 고민한다. 결국 그럴듯하게 '글짓기'를 해서 낸다.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이 오바야시네 집을 찾아갔지만 문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후미카는 우연히 다른 친구들이 쓴 편지 일부를 보게 됐고, 모두가 자신처럼 형식적인 글짓기를 한 것이 아님을 알게되어 몹시 당황한다. 후미카는 자신의 편지를 빼내고,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너무 어려웠다 진심을 쓴다는 것은. 결국 한 줄밖에 쓰지 못한다.
- 언젠가 제대로 된 편지를 쓸게.

그 한줄에 담긴 것은 진심이었던가. 후미카는 어느날 오바야시와 유일하게 연락하는 나카타니에게서 오바야시의 이메일 주소를 건네받는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 앞에서 매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결국 한 줄도 보내지는 못한다.
오바야시를 잊어가는 반친구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이가 한 명 더 있다. 뭐하나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미녀 우등생 미야코가 오바야시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 미야코는 매일 편지를 쓴다고 한다. "오바야시를 구원해야 한다."며 후미카를 재촉하기도 한다.

약속했던 '제대로 된 편지'를 결국은 쓰지 못하고, 후미카는 어느날 친구들의 짐 올려놓는 곳이 되어버린 오바야시 자리를 안타깝게 보다가 쉬는시간마다 그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그자리에 앉아서 오바야시가 보았을 풍경을 바라보고 의자가 기울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장. 나카타니는 오바야시에게서 온 문자를 후미카에게 보여준다. 그건 문자이면서 이 책에서 유일한 오바야시의 육성 같은 거였다.
"후미카는 왜 그 의자에 계속 앉아 있을까?
난 더이상 앉고 싶지 않게 된 그 의자에.....
그 의자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젠가 그 애에게 물어보고 싶어."
그 언젠가가 온다면 오바야시도 친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왠지 그게 멀지 않은 느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야코와 소극적인 후미카. 그중 어떤 방식이 진심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게 닿아야 결국 인간은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미야코보다는 후미카에 가깝다. 빈 말,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한다. 근데 그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너무 간절한 말도 못한다. 그뿐만도 아니다. 빈말을 못한다고 해서 내가 늘 솔직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의 진심이란 건 이렇게 자기자신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란 내가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게 연결되는 것이 소통이다. 이 책에서는 그 소소한 과정을 밀착해서 보여주었다. 책의 표지와 마지막 문장에 '파란 하늘'이 나온다. 눈에 띄지 않을 담담한 이야기로 작가는 이렇게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진심이 주는 희망.

(근데 초치는 이야기 같지만 그걸 분별할 정도면 오바야시는 상당히 건강한 상태다. 그것도 안될 때가 진짜 어려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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