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 일기
최협 글.그림, 김수호.김영준 감수 / 길벗어린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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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이 낯익었다. 책 제목도 어디서 본 듯했다. 아! 생각이 났다. 8년 전인가 2학년을 가르칠 때 우리반 아이들과 돌려읽기로 읽었던 책 <따르릉! 야생동물 병원입니다>의 작가다. 제목을 봤을 때 전편에 이어지는 내용이겠구나 짐작할 수가 있었다.

저자는 미술을 전공한 동물애호가라 하겠다. 동물과 관련된 책만 두 권을 쓰고 그렸다. 앞에서 말한 따르릉...책이 첫번째이고 이 책이 두번째이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그림책 작업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특이한 이력은 야생동물 치료소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은 모두 이곳에서 하는 일과 그 경험을 담았다.

내가 2학년 아이들과 야생동물 병원 책을 왜 읽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슬생이나 바생에서(그때는 통합교과서가 되기 전) 동물 보호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였던 것 같다. 주제는 아마도 생명존중이었을 것이다. 한쪽에는 덫과 올무를 놓고, 개발을 위해 동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선한 사람들이 아무 칭송도 받지 못한 채 이런 힘든 일을 하며 죽을 생명을 살려낸다. 그 손길이 세심하고 사랑이 가득하면서도 전문적이어서 존경스럽다.

이 책은 <일기>라는 제목을 갖고 있듯이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치료소에서 치료사인 수호 샘과 그를 돕는 저자가 다친 동물들과 함께 보낸 사계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대로 버려두면 꺼져갈 생명을 되살리는 것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것 보다도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고 때론 잠 못 이루는 돌봄이 필요한 일들이었다. 이곳에 온 동물들은 종류도 사연도 다양했다. 어미가 올무에 걸려 죽은 새끼 족제비, 공사장 굴착기에 굴이 망가져 혼자만 구조된 새끼 다람쥐, 로드킬 당한 어미 살쾡이의 새끼들, 덫에 걸려 다리가 잘린 노루, 공사장에서 삽에 찍힌 구렁이, 날개 다친 독수리 등등....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달려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상처 치료(때로는 수의사의 지원을 받아 수술도), 종류에 따른 먹이 공급(새끼인 경우 분유 먹이기), 각 동물에 맞는 보금자리 만들어주기(심지어 겨울철 살모사는 냉장고가 집), 야생 방사를 대비한 훈련시키기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분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삵 형제를 무사히 훈련시켜 야생으로 보냈을 때처럼 그들의 터전으로 돌려보내주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왠지 섭섭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드는 것....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첫 권이 나왔을 때보다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더 안좋아졌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철원군 야생동물치료소는 관광지 개발 계획으로 인해 기능이 축소되어 2016년 작은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던 야생동물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생사확인조차 어려워졌지요. 지금도 차가운 도로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동물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언제쯤..... 우리는 그들의 땅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요? 부족한 이 책이 그들의 좁은 숨통을 틔우는 실낱같은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본문41쪽)

늘 그랬지.... 개발이라는 큰 괴물에 작은 것들은 늘 뒷전으로 내몰렸지. 그러나 그 작은 것들은 정말로 작은 것이었나? 이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는 분들에게 절이라도 하며 감사해야 할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버티길....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들 주위를 두텁게 둘러싸서 누구도 공유의 보물을 저희들 것인양 함부로 못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토를, 자연을, 국민의 안전과 국토에 속한 생명을 자신들의 욕심과 맞바꾸는 무리들이 심판받고 다시는 이땅에 발붙일 생각도 못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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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1~2 세트 - 전2권 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박연미 지음, 박경민 그림, 김현민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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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책이 나왔다. 초등샘이 쓰신 어린이 과학책이다. 나는 저자를 조금 안다. 같이 근무할 땐 주로 6학년 담임을 하셨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 과학전담을 하며 과학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담임을 안하시고 전담을 하는 건 좀 의외였다.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니 전담으로서의 교사생활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살아있는 과학수업,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재미있는 실험, 이런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과학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과학전담을 1년 해봤다.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기는 했다. 물론 과학수업은 쉽지 않다. 그래도 자료준비, 사전실험을 통해서 최적의 수업을 찾아가는 과정은 교사로서 충족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저자 박연미 샘의 고민과 그 수업에 비한다면 초보단계에 불과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이 책의 구성은 복잡하지 않다. 각 장당 두세가지의 소주제가 있고 소주제별 구성은 극본처럼 선생님과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그대로 싣고 있다. 각 장이 끝나면 '궁금해요' 코너가 있어 좀더 심화된 내용을 설명해준다. 워낙 다채로운 구성의 책들이 많다보니 처음에는 좀 심심한 구성이 아닌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딱 좋았다. 극본 같은 대화형식의 구성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 교사 입장에서는 발문과 예시, 설명을 그대로 참고할 수 있다는 더 큰 장점이 있다.

5학년 과학전담을 하셨다기에 5학년 교육과정 내용이 주를 이루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내용이 고루 들어가 있다.(주로 3~5학년 내용) 4개 학년의 전단원 내용을 다 담자면 두 권으로 부족하거나 너무 짧은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실험이나 사육, 관찰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16개 단원(1,2권 각 8단원)을 선별해 담았다. 3학년 내용부터 나오기 때문에 중학년들에게 권하면 딱이겠고, 선수학습을 아우르며 새로운 내용까지 이해하기 원하는 고학년 학생들에도 아주 좋을 것 같다.

1권(물리,화학)보다 2권(생물,지구과학)이 더 두껍다. 4개 영역 수업이 다 흥미롭지만 저자의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된 영역은 생물이다. 저자와 나는 페친이기도 한데, 그 집 고양이들 사진이 하루 걸러 올라온다.ㅎㅎ 그들은 그저 주인 잘 만나 팔자 늘어진 존재들은 아니다. '존중받는 생명'들이다. 버려진 생명을 꺼져가게 둘 수는 없어서, 시간과 수고, 잠을 줄이는 애씀으로 가족이 된 존재들이며 그들과 소통하고 위로를 나눈다. 그렇게 저자 곁에 머물렀던 생명으로는 앵무새도 있었고 달팽이도 있었다. 동물 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지난 학기에 과학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학교 구석구석의 식물들을 관찰하고 사진찍고 조사하여 <학교 식물도감>을 펴낸 바 있다.(비매품이라 시중엔 없음^^) 이와 같이 저자의 수업은 단기간 준비할 수 있는 수업부터 장기 프로젝트로 가능한 수업까지 다양하다. 나의 편의를 염두에 두고 수업을 준비하는 나는 많이 부끄러웠고,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이 수업을 하면 이렇게 해보리라 구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저자의 행보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연구의지가 계속 불타오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음은 더욱 심화된 과학책이 될지, 다른 컨셉의 새로운 영역이 될지? 기대된다.
교수님이나 과학 전공자가 쓴 책도 좋지만 동료교사의 연구와 수업고민과 현장체험에서 나온 이런 책은 더욱 풍부한 통찰을 나에게 준다.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나도 같은 교사로서 멈추지 않으려 애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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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도깨비 상상의힘 아동문고 10
김현수 글, 김세진 그림 / 상상의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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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동화를 읽었는데 그 작가의 이름이 처음일 때, 난 잘 기억해 둔다. 이후 그 작가의 작품이 또 나오면 반갑게 읽으려고. 이 작가의 첫 책 <자질구레 신문>을 읽었을 때도 그랬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서평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후 그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3년이 넘게 흘러 작가의 이름이 흐릿해질 무렵! 드디어 신작을 발견했다. 창작 옛이야기였다. 앞의 자질구레 신문이란 단편집에서 '곱딩이'라는 작품이 옛이야기였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옛이야기를 공부한다는 작가의 강점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구나. 느낌 참 좋다...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전체가 옛이야기 책이었다. 전승된 옛이야기들 만큼이나 재밌고 통쾌한.

제목부터가 구미를 당기지 않는가? 표지에는 열심히 일하는 복순이와 그를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눈빛이 간절하지만 순수하다. 음험하지도 탐욕스럽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사랑이라 하면 마땅히 그래야 하나 요즘 초딩들 연애도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흥.)

내용을 보자.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고 최부잣집 힘든 일을 하면서 고생하는 복순이를 먼발치서 봐야만 하는 도깨비는 애가 탄다. 사람 앞에 나타나면 안되는 도깨비라서.... 사랑은 그의 정체성인 도깨비 방망이까지 포기할 용기를 준다. 그 댓가로 복순이 집에 '말만 하면 차려지는 요술 밥상'을 들여놓고 흐뭇해하는 도깨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희생을 치르고 얻은 밥상은 요술을 부리지 않았다. 결국 그 밥상은 도깨비가 헐레벌떡 차려야 했다. 동분서주 땀뻘뻘 복순이 입에 들어갈 맛난 음식을 만드는 도깨비! 아줌마인 나는 이 부분이 재밌었다. 흰쌀밥의 뜸드는 냄새, 들기름에 달달볶아 끓인 소고기 무국, 지글지글 고등어굽는 냄새가 코끝에 닿는 듯했다.ㅎ

무릇 옛이야기는 통쾌한 반전에 묘미가 있는 법. 이부분 '더할 나위 없었다'!^^ 게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말. 못 이루어질 게 뭐야? 뱀 신랑이랑도 결혼하는 게 옛이야기인데? 도깨비 다섯에 사람 여섯을 낳고 잘 살았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사람과는 말을 안하면 된다.^^

근데 작가 서문에서 작가는 앞으로 과학자도 될 거라면서, 에너지를 연구할 건데 이 도깨비와 같이 할 거란다. 그러면서 이 도깨비와 에너지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져 놓았다. 음 이거.... 내가 아주 관심있는 주제인데.... 문제는 다 읽어도 모르겠다는 거.ㅠ 후속편이 곧 나오나? 그렇다면 환영이지. 속시원한 해답을 담은 도깨비 이야기가 빨리 이어지길. 과학자인 작가가 쓰는 신개념 도깨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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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세상을 바꾸는 교육
세사르 보나 지음,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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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잡은지 오래되었고, 읽기 어렵지도 않은데 야금야금 읽느라 이제야 다 읽었다. 이 책은 스페인의 초등교사 세사르 보나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이다. 이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교사상 후보로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덕분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유명세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책은 아니다. 교육자 세사르의 교육신념을 동료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또한 그의 동료로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국경을 넘어서는 깊은 공감과 존경심을 느꼈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수업기술이나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다른 어떤 교육서적들보다도 더 많이 교실과 수업을 떠오르게 했다. 내게 빠져있는 것을 보게 해주었고 그동안 해오던 일에 의미와 가치부여를 해주어서 스스로 뿌듯하고 흐뭇한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역동적이었다. 마음이 마구 움직이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뭐라도 해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권재원 선생님은 추천사에서 젊은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하셨는데,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자존감을 다시 추슬러야 하는 나같은 중년 교사들에게도 비타민 같은 책이라 생각했다.

그의 교육관과 실천에서 내게 도전을 주는 몇가지 키워드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호기심과 창의성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필요조건이 있는데, 교사가 먼저 호기심으로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호기심....(털썩) 이 나이에도 호기심이 필요해? 그게 가능해?
이건 타고난 기질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사람마다 호기심이 발동하는 분야가 다르기도 하지만, 호기심으로 빛나는 아이들의 눈 앞에서 인생 다 산 심드렁의 눈빛으로는 스파크가 일어날 턱이 없으리라. 그러니 호기심(쓸데없는 신변잡기 호기심 말고 지적 호기심)은 교사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두 눈빛이 마주치면 일을 낸다!!
(근데 요즘은 애들 눈빛이 더 썩어있기도 한데... 그것도 결국 어른들의 탓이겠지?ㅠ)

2. 교사 혼자 가르치지 않기
- 아이들과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
나는 가르쳐야만 하고 너희들은 배워야만 한다는 생각은 매우 경직된 사고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상태로 아이들 앞에 서야 된다 -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박적인 생각이다. 갈수록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조력자, 안내자, 연결자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난 이중에 연결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여러분, 저는 선생님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진 못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저자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을 합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에 흥미를 갖게 된다.(본문 92쪽)
교사만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는 이 유연한 생각은 아이들을 소극적 수용자에서 적극적 창조자로 변화시킬 수 있겠다.

3. 소심함 극복 :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
교사는 아이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즉 말하기이다. 우리반에는 함구증을 가진 아이가 있어서 한번도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여자아이 세 명 정도는 글은 무척 잘 쓰는데 전체 앞에서 말하는 것은 잘 못한다. 독서토론을 어쩌다 해보면 책에 대한 통찰이 뛰어난 이 아이들은 꿀먹은 벙어리로 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놈들만 되지도 않은 소리로 떠드니 배가 산으로 가서 속이 터진다.ㅎㅎ 난 이것을 아이들의 특성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는데 저자는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인식하고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책상 위에 올라가서 말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1분 스피치, 학급회의 시 돌아가며 말하기 등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방법들도 있는데 이 부분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그동안 내가 이쪽의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인정. 하지만 개인차와 성향 문제도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여야 하는지. 고민되는 지점을 남겨둔다.

4. 아이들을 사회와 연결시켜 사회 변혁에 참여하게 하기
내가 아는 선생님 중 이것을 잘하는 분은 배성호 선생님이다. 지역의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직접 뛰어들어 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교육. 그렇게 해서 선생님 반 아이들은 학교 근처에 자전거 길을 만들기도 했고(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란 책으로 나옴) 박물관에 도시락 먹을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라는 책으로 나옴) 근데 솔직히 난 이건 부러워하는 데서 그쳐야겠다. 내겐 그런 무시무시한 오지랖도 없고 무엇보다 일을 벌였다가 수습이 잘 안될 때의 난감함을 극복할 의지가 없다. 이건 참 훌륭한 일인데 내 그릇이 거기까지 안되어 안타깝다.....

5. 교실의 시스템
교사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들이 역할을 맡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다. 여기서는 학급긍정훈육법의 여러 기법들이 많이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학급의 특성이 담긴 적절한 네이밍은 효과를 높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한 네이밍이면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요즘 사실 나는 그놈의 '튀는' 네이밍에 좀 신물이 나던 참이었다. 교육 계획서나 보고서가 '드림 업'이니 '다독다독' 이니 뭐니 하는 네이밍으로 도배되고 담당자들이 내용보다 네이밍에 골머리를 짜내고 남의 학교 네이밍을 적당히 따라하는 걸 보면 짜증난다. 그래서 난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작명을 하곤 했었는데.... 세사르 선생님네 반 모둠명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명 이름으로 한 걸 보니 좀 구미가 당겼다. 그리고 학급에서의 역할도 창의적인 작명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 내용도 학급긍정훈육법에 나온다)

이 외에도 많다. 그만큼 이 책에는 의미있는 키워드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바탕이 되는 키워드를 소개하자면 그것은 공감과 존중, 감수성이다. 교육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행복한 세상의 일원으로 살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를 함께 봐야 한다. 행복한 사회여야 그 안에 속한 개인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한 개인이 모여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 관계들 속에 존중이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공감과 감수성이다. 이 키워드를 끌어안고 학급에 녹여내는 것이 앞으로 나의 숙제이다. 아직은 낱말에 불과한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녹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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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으로 간 선생님 나는 새싹 시민 2
강창훈 지음, 김현영 그림 / 초록개구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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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형식을 빌린 작가의 체험담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대학 후배다. 30대 초반의 까마득한 후배.... 이 후배가 옆반이라면 난 어떨까? 난 후배를 무척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왠지 이 후배와는 잘 통할거 같다.^^

작가선생님과 나는 약간의 공통점과 큰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안달을 한다는 점, 애들을 휘어잡는(?) 법을 몰라 고생한다는 점 정도 되겠다.

차이점에서 이 선생님의 진가는 빛을 발한다. 첫째는 결단력이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로 돌연 떠날 수 있는 결단력.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활동을 했던 선생님을 몇 분 본 적이 있는데 새롭고 의미있는 경험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둘째는 현지 적응력과 친화력이다. 낯선 나라, 낯선 환경, 낯선 학교에서 그는 빠르게 적응했고 사람들과 친해졌다.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까지. 사막기후의 더운 날씨, 불편한 주거 환경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먼 곳에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마음의 벽 없이 협력하는 모습은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점이었다.
여기서 선생님의 첫 수업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의 관심사인 '책'읽기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준비해간 책과 실물화상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어지는 독후횔동은 색종이로. 내가 좋아하는 수업이다.^^

셋째는 일의 추진력이다. 남의 나라 남의 학교에 가서, 그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고 결국은 이루어내는 추진력! 그 도서관의 규모는 고작 우리반 학급문고 정도에 불과하지만(우리반이 책이 좀 많다^^) 책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그정도 도서관을 단기간에 만들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비용마련의 기회가 우연히 만들어진 사연도 재미있다. 선생님은 사진찍기에 취미가 있는데, 그곳은 사진이 아주 비싸고 사람들이 매우 갖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졸지에 선생님은 동네의 '출장 사진기사'가 되고 말았다. 비용마련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주지사의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학부모들의 정성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일이 되게끔 만들어가는 추진력을 가진 후배샘이 참 든든해 보였다. 여기서 좌절, 역시 사진은 찍는게 좋구나.(평생 카메라와 담 쌓고 살아온 나)
능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생님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어학실력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이곳은 에스파냐어를 쓴다. 현지에서 언어문제를 따로 겪지 않고 바로 적응하는 것을 보니 어학실력을 갖추고 갔던 것 같다. 여기서 또 좌절. 역시 외국어 능력은 나의 인생 범위를 넓히는 필수 도구였어.

넷째는 인정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동정이 아닌 이해의 눈으로 보고 도울 수 있는 인정. 선생님은 별도의 시간을 내어 문맹인 마을 노인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적절히 돕는 일, 학부모 상담까지 마음을 다했다. 사람 사이의 정이 통하는 일, 그건 지구상 어디에나 공통적인 일 같다. (그곳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좀더 순수한 것 같긴 했다.ㅎ)

어느덧 정해진 2년이 되어 아쉬움의 작별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이곳 초등학교에 다시 복귀한 선생님. 여전히 아침마다 둘둘말린 이불을 걷어치우며 쏟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여전하지만, 선생님의 학교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한 작은 학교에서 변화의 새바람을 주도하고 돌아온 이의 내면은 한층 단단하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한 자신감도,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신뢰도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선생님은 글쓰기에도 꿈이 있을 것 같다. 이어지는 본국에서의 학교생활이 두번째 동화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원래 자기 자리에서의 역할이 더 어렵고 본전 찾기도 힘든 법이다. 후배샘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지구 반대편은 언감생심일지라도 일상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은 가끔 해보면서 살고 싶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단 말이다. 교실에서의 날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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