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 일기
최협 글.그림, 김수호.김영준 감수 / 길벗어린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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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이 낯익었다. 책 제목도 어디서 본 듯했다. 아! 생각이 났다. 8년 전인가 2학년을 가르칠 때 우리반 아이들과 돌려읽기로 읽었던 책 <따르릉! 야생동물 병원입니다>의 작가다. 제목을 봤을 때 전편에 이어지는 내용이겠구나 짐작할 수가 있었다.

저자는 미술을 전공한 동물애호가라 하겠다. 동물과 관련된 책만 두 권을 쓰고 그렸다. 앞에서 말한 따르릉...책이 첫번째이고 이 책이 두번째이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그림책 작업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특이한 이력은 야생동물 치료소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은 모두 이곳에서 하는 일과 그 경험을 담았다.

내가 2학년 아이들과 야생동물 병원 책을 왜 읽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슬생이나 바생에서(그때는 통합교과서가 되기 전) 동물 보호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였던 것 같다. 주제는 아마도 생명존중이었을 것이다. 한쪽에는 덫과 올무를 놓고, 개발을 위해 동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선한 사람들이 아무 칭송도 받지 못한 채 이런 힘든 일을 하며 죽을 생명을 살려낸다. 그 손길이 세심하고 사랑이 가득하면서도 전문적이어서 존경스럽다.

이 책은 <일기>라는 제목을 갖고 있듯이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치료소에서 치료사인 수호 샘과 그를 돕는 저자가 다친 동물들과 함께 보낸 사계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대로 버려두면 꺼져갈 생명을 되살리는 것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것 보다도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고 때론 잠 못 이루는 돌봄이 필요한 일들이었다. 이곳에 온 동물들은 종류도 사연도 다양했다. 어미가 올무에 걸려 죽은 새끼 족제비, 공사장 굴착기에 굴이 망가져 혼자만 구조된 새끼 다람쥐, 로드킬 당한 어미 살쾡이의 새끼들, 덫에 걸려 다리가 잘린 노루, 공사장에서 삽에 찍힌 구렁이, 날개 다친 독수리 등등....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달려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상처 치료(때로는 수의사의 지원을 받아 수술도), 종류에 따른 먹이 공급(새끼인 경우 분유 먹이기), 각 동물에 맞는 보금자리 만들어주기(심지어 겨울철 살모사는 냉장고가 집), 야생 방사를 대비한 훈련시키기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분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삵 형제를 무사히 훈련시켜 야생으로 보냈을 때처럼 그들의 터전으로 돌려보내주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왠지 섭섭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드는 것....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첫 권이 나왔을 때보다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더 안좋아졌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철원군 야생동물치료소는 관광지 개발 계획으로 인해 기능이 축소되어 2016년 작은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던 야생동물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생사확인조차 어려워졌지요. 지금도 차가운 도로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동물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언제쯤..... 우리는 그들의 땅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요? 부족한 이 책이 그들의 좁은 숨통을 틔우는 실낱같은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본문41쪽)

늘 그랬지.... 개발이라는 큰 괴물에 작은 것들은 늘 뒷전으로 내몰렸지. 그러나 그 작은 것들은 정말로 작은 것이었나? 이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는 분들에게 절이라도 하며 감사해야 할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버티길....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들 주위를 두텁게 둘러싸서 누구도 공유의 보물을 저희들 것인양 함부로 못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토를, 자연을, 국민의 안전과 국토에 속한 생명을 자신들의 욕심과 맞바꾸는 무리들이 심판받고 다시는 이땅에 발붙일 생각도 못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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