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동화를 읽었는데 그 작가의 이름이 처음일 때, 난 잘 기억해 둔다. 이후 그 작가의 작품이 또 나오면 반갑게 읽으려고. 이 작가의 첫 책 <자질구레 신문>을 읽었을 때도 그랬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서평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후 그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3년이 넘게 흘러 작가의 이름이 흐릿해질 무렵! 드디어 신작을 발견했다. 창작 옛이야기였다. 앞의 자질구레 신문이란 단편집에서 '곱딩이'라는 작품이 옛이야기였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옛이야기를 공부한다는 작가의 강점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구나. 느낌 참 좋다...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전체가 옛이야기 책이었다. 전승된 옛이야기들 만큼이나 재밌고 통쾌한.제목부터가 구미를 당기지 않는가? 표지에는 열심히 일하는 복순이와 그를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눈빛이 간절하지만 순수하다. 음험하지도 탐욕스럽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사랑이라 하면 마땅히 그래야 하나 요즘 초딩들 연애도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흥.) 내용을 보자.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고 최부잣집 힘든 일을 하면서 고생하는 복순이를 먼발치서 봐야만 하는 도깨비는 애가 탄다. 사람 앞에 나타나면 안되는 도깨비라서.... 사랑은 그의 정체성인 도깨비 방망이까지 포기할 용기를 준다. 그 댓가로 복순이 집에 '말만 하면 차려지는 요술 밥상'을 들여놓고 흐뭇해하는 도깨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희생을 치르고 얻은 밥상은 요술을 부리지 않았다. 결국 그 밥상은 도깨비가 헐레벌떡 차려야 했다. 동분서주 땀뻘뻘 복순이 입에 들어갈 맛난 음식을 만드는 도깨비! 아줌마인 나는 이 부분이 재밌었다. 흰쌀밥의 뜸드는 냄새, 들기름에 달달볶아 끓인 소고기 무국, 지글지글 고등어굽는 냄새가 코끝에 닿는 듯했다.ㅎ무릇 옛이야기는 통쾌한 반전에 묘미가 있는 법. 이부분 '더할 나위 없었다'!^^ 게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말. 못 이루어질 게 뭐야? 뱀 신랑이랑도 결혼하는 게 옛이야기인데? 도깨비 다섯에 사람 여섯을 낳고 잘 살았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사람과는 말을 안하면 된다.^^근데 작가 서문에서 작가는 앞으로 과학자도 될 거라면서, 에너지를 연구할 건데 이 도깨비와 같이 할 거란다. 그러면서 이 도깨비와 에너지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져 놓았다. 음 이거.... 내가 아주 관심있는 주제인데.... 문제는 다 읽어도 모르겠다는 거.ㅠ 후속편이 곧 나오나? 그렇다면 환영이지. 속시원한 해답을 담은 도깨비 이야기가 빨리 이어지길. 과학자인 작가가 쓰는 신개념 도깨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