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아이 - 기묘한 도서관 2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14
이병승 지음, 최현묵 그림 / 서유재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묘한 도서관’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인 <비밀유언장>의 모자가 그대로 주인공이다. 할머니가 세우신 도서관에 불만이 많았던 엄마가 이번 책에서 또다른 도서관을 여는 것을 보면 전작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할머니가 사시던 시골의 ‘숲속 작은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넘기고 돌아온 엄마는 ‘정글 도서관’ 문을 연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컨셉을 갖고 있다. 주인장의 안목으로 책들을 구입해 서가를 채우고, 책 공간뿐이 아닌 먹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니 도서관에 떡볶이라니.... 먹으면서 책을 봐도 된다니.... 그런거야 집에서 자기 책으로는 해도 되지만 도서관은 공공장소잖아. 그리고 누가 어떤 의도로 이 공간들을 차지할지 어떻게 알아. 들어온 사람 쫓아낼 수도 없고 그런 마음고생을 왜 사서 해. 요즘은 공공도서관들도 얼마나 좋은데.

나의 이런 생각에는 새로운 만남과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 그대로 들어있다. 남의 사정 별로 궁금하지 않고 알면 뭐하겠어 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면서 민폐인들에 대한 혐오는 매우 강하다. 내 돈과 내 수고를 들여서 민폐인들의 치다꺼리를 하다니 미쳤어? 이런 생각...

하지만 세상엔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단절하는 나같은 유형도 있지만 그 사이에 접착제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지. 이 책에선 할머니가 그 원조고 엄마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도서관을 예쁘게 차려 열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나라면 집근처에 있다면 (공공도서관보다 가깝다면) 자주 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하기 바쁘고 시간이 나도 도서관보다는 PC방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모자는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다. 첫 번째 전략 떡볶이 공짜 제공은 실패했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책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근처 분식집에 큰 피해를 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와 바로 작전을 철회하게 됐다. 다음은 타자기. 지금은 골동품 축에 속하는 타자기를 구해다가 ‘신비한 주술이 걸린 타자기’라는 판타지를 입혔다.

이제부터 하나둘씩 도서관에 정착하게 되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작가 지망생인 다미, 작가임을 숨기려 하는 홍유미 작가, 책은 싫지만 도서관은 좋다는 지우, 책에 일부러 코딱지를 묻히는 만행을 저질렀던 분식집 아들 영훈, 깡패인 줄 알았는데 토론 달인이었던 도해 등... 그리고 그림책 읽는 고양이, 버려진 강아지까지....

나비효과를 믿고 희망차게 시작한 일이지만 힘든 상황은 엄마를 회의하게 만든다.
“여기가 도서관인지 아동보호소인지 강아지 놀이터인지 모르겠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걸까?”
이때 엄마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워준 아들의 말이 엄마보다 훨씬 더 확신에 차 있다. 엄마의 회의는 내가 볼 때 너무 당연한 것이다.
“누구도 식당에 가서 밥을 공짜로 달라고는 안 하잖아?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서도 그렇고. 외식비는 당연히 쓰면서 책은 안 그래. 도서관을 하면서 책은 빌려보는 거라는 인식만 심어주는 게 아닌지 걱정 돼.”
하지만 아들은 소수일지라도 자기처럼 변화된 아이들을 들어 엄마에게 확신을 준다. 아들이 말한 가치는 책 자체도 있지만 소통과 관계가 함께한 책읽기에 있는 것 같다. 책은 돈주고 살 수 있지만 경험까지 돈 주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이 부분에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하려 한다. 교실 밖에서까지 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내 성향상 그것까진 힘들고 교실에서만이라도.... 어쨌든 엄마의 도서관은 이제 여기에 정착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가장 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방문객은 아인이다. 아인이는 자신을 ‘미래에서 아주 중요한 사명을 띠고 온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 사명은 ‘미래로 가져갈 단 한 권의 책’을 골라 가져가는 것이다. 이 작업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가게 된다. 각 인물들은 어떤 책을 골라 제출했을까? 과연 아인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화자인 아들의 이름이 처음엔 나오지 않다가 아인이가 등장하고서부터 나오는데, 그 이름이 ‘도석완’이라니.ㅎㅎㅎ 책과 도서관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집약된 책.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외형적 공간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주 조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정말 잘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얘기할 것도 못 되지만.... 책과 사람. 오래오래 곱씹고 고민할 주제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반전의 한국사- 동아시아를 뒤흔든 냉전과 열전의 순간들
안정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9월 13일에 저장

쇳밥일지-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9월 12일에 저장

파친코 2- 개정판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9월 12일에 저장

파친코 1- 개정판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9월 12일에 저장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 실천편 - Teachers’ Curriculum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지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간의 우연이 작용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책을 찾아서 읽었을 것이다. 책모임에서 읽었을 수도 있고 마음 맞는 동료들이랑 함께 읽고 실천에 도전했을 수도 있다. 이제 전성기(?)가 지나 내리막길이어선지 현상유지에 급급해서 교육서적들을 회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진짜 열심히 하시는 선배님들은 그만두기 한 학기 전에도 배우고 도전하시던데.... 나를 조금 반성한다.

‘교사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교사는 국가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교육목표와 내용을 재구성하고 교과서를 비롯한 교재와 학습자료를 적절히 선택하여 가르치고 평가하는, 다시말해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이 실행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교육과정은 살아있는 것이 되기 어렵다. 교사 교육과정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는 ‘뭐 그동안 내가 해왔던 거네~’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론과 공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던 것에 불과하다. 농담 조금 섞어서 말하면 본능적으로 했던 거다. (본능이 가장 무서운 거라고 주장하고 싶다.ㅎㅎ) 그러다보니 정교하지 못했다. 이 책과 일련의 책을 읽으며 정교함을 좀 기르면 한층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전편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서, 그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허술했던 점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와 과정중심 평가이다. 이 책에서 불일치 유형을 4가지로 소개했는데 거의 모든 유형에 다 해당되고 특히 평가까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던 점이 가장 크게 보였다. 수업은 자유롭게 했지만 평가는 학년에서 정해 나이스에 올린대로 시행하다보니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피드백을 교실 내에선 그때그때 하지만 그게 가정에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많았던 것 같다. 그 부분에 좀 고민을 해봐야되겠다. 또 내 성격상 숲을 보지 못하고 개별 나무만 들여다보는 경향이 좀 있다.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함) 학기 시작 전에 숲 지도를 한번 그려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걸 능력있는 이들과 함께 하면 상당히 유익하고 통찰을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전편은 이론적인 내용인 것 같고, 이 책은 제목에 –실천편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어, 전체 1,2부 중 2부는 저자샘들의 실제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초, 중, 고 사례가 골고루 들어있는데, 이 부분은 관심있는 내용만 훑어 읽었다.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이라 그런지 스케일도 크고 내용도 충실하다. 앞에서 내가 본능적으로 했다고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음 학년도부터는 시작에 앞서 전체 조망과 개요 작업을 먼저 하고, 디테일은 실행과 함께 채워나가면서 교사 교육과정을 진짜에 가깝게 한번 운영해 보고 싶다. 그때 이 책을 다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 - 제13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19
공지희 지음, 김선진 그림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 오랜만에 단편집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아이들 책을 고르는 교사의 눈으로 살핀 게 아니고 그냥 독자로 읽었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이 좋아할 책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도 보는 눈과 취향이 다양하니 각자 흥미와 느낌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참 재밌었다.

제각기 떨어진 이야기들을 모아만 놓은 단편집이 아니고 ‘용호동’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함께 하는 작품들로만 구성된 책이다. 용호동은 재개발되고 있는 동네다. 작가님이 보신 실제 어떤 동네가 모델이 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재개발 하면 들고 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롭게 단장한 곳에는 낯선 사람들이 주로 들어와있기 마련이고 오래 살던 사람들은 그곳을 두고 더 주변으로, 더 싸고 허름한 곳으로 밀려난다. 일명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밀려나는 이들과 들어오는 이들의 갈등을 부각시키려 하지 않았다.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그곳을 지키고 있는 찐 용호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용호동은 기찻길이 지나가는 동네다. 나도 어렸을 때 경춘선이 지나가는 동네에 살았었다. 그 기찻길을 걸어 학교에 가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과 놀기도 했다. 칙칙폭폭 기차가 와서 옆길로 내려서면 내 옆으로 기차가 날 휩쓸어 버릴 듯 지나가기도 했었다. 요즘 엄마들이 보면 기겁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 동네의 기차역은 없어졌고 산책로와 문화공간 등이 생긴 것 같다. 그때 이사하지 말고 버텼으면 지금쯤 좋은 집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용호동도 비슷하다. 도시가 복잡해지면서 철도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녹슨 철길은 새로운 명소가 되어 ‘용트럴파크’라 불리게 된다.

용트럴파크 맞은편에는 정우네 집이 있고, 집 앞에는 오래된 벤치가 있다. 얼마전부터 여기를 애용하는 노숙자 아저씨가 있다. 정우가 왜 집에 안들어가냐고 묻자 “지금은 표류 중이거든.”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벤치를 뗏목이라 표현한다. 어느날 보니 그 ‘뗏목’이 쇠칸막이를 박은 다른 벤치로 교체돼 있었다. 뗏목조차 잃은 아저씨는 이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 “사람들은 벤치, 나무, 길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 이 가사의 의미를 음미해보고 싶다. 이 단편의 제목은 「벤치 아저씨, 표류하다」였다.

「안녕, 단팥죽」은 아주 달콤하고 향기로운 이야기였다. 정우 친구 석이가 살던 집은 이제 ‘까페 안녕’으로 바뀌었다. 이번 이야기는 그 까페 사장 차무진 씨 이야기다. 그리고 그 동네에 오래 산 소복 할머니의 이야기. 신세력과 구세력의 갈등이 아니라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고 함께 동업하게 된 이야기가 새롭고 따뜻해서 좋았다. 그리고 단팥죽을 파는 까페. 아이디어도 좋은 것 같다. 팥죽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가게 되진 않는데, 까페에서 판다면 나도 먹어볼 것 같아서.^^

「수리수리 가게」는 수리수리 마수리~ 마술과 관련있는 가게가 아니다. 버려진 물건들을 ‘수리’하는 가게다. 거기서 홍비는 낡아빠진 옛 인형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마법을 체험한다. 아, 그러고 보니까 수리수리는 다중의 의미를 담은 작명! 그리고 그 되살아난 인형들을 가지고 마을 축제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고마움에 가까운 호감을 느꼈다. 정말 인생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다.

「달구는 시속 3킬로미터로 달린다」에서 달구는 사람이 아니다. 유아차를 개조한 할아버지의 운송수단이다. 거기에 둥절이라는 개가 따라붙어 셋이 동네 일주를 하는 이야기다. 그 일주에 할아버지의 하루가 담겼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귀한 일을 하는 존재다. 시속 3킬로미터의 속력 때문에 때로 큰 차들에게 욕을 먹지만, 할아버지는 화내지 않는다.

「b의 낙서」의 화자는 구이구이 식당 집 딸이다. 구이구이 식당은 앞의 다른 작품에 나온다. 이렇게 이 책은 공간과 인물들이 살짝씩 겹치면서 연결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용호 슈퍼」도 그렇다.) 이 작품은 그라피티를 소재로 했다. 관심있던 분야가 아니어서 이 이야기에서 새롭게 보게 됐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자유로운 예술인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돈은 안되겠지... 그게 문제....ㅠ)

마지막 작품 화자는 「용호 슈퍼」 아들이다. 인근 슈퍼들이 다 문을 닫거나 편의점으로 전향했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는 엄마는 가게 운영이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 퍽퍽하지 않게 살아간다. 귀신손톱 형이 유통기한 다된 것들만 용케 골라 반값 할인을 해달라고 할 때 심정 상할 만도 한데 흔쾌히 해준다. 회전이 잘 되지 않으니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자꾸 나올 수밖에 없고 매일 그런 걸로 끼니를 해결해야 되어도 그러려니 한다. 얌체같고 쪼잔하던 귀신손톱 형은 늘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날은 돈이 생겼다며 정상 제품을 사먹는다. 알고보니 귀신손톱은 기타를 치기 위한 거였고 형은 작곡과 연주를 하는 사람이었다. 아이고야~~~ 예술은 배고프다더니...... 형은 슈퍼 앞 공터에서 버스킹(?)을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감상하며 어떤 이들은 기타 케이스에 지폐 한 장을 놓고 간다. 형은 이제 뻔뻔하게 저녁도 얻어먹는다. 근데 내가 슈퍼집 엄마라도 이 청년이 오면 밥이랑 찌개 퍼줄 것 같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복이거든.... 근데 이 청년이 뭐해먹고 살지는 걱정이다. 그냥 밥만 안굶고 살기를 바란다면 큰 걱정은 아니겠지. 이 작품의 도입에서 “지금도 밥은 먹고 살잖아요?” 라는 대화가 나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밥은 먹고 사는데, 우리는 불안에 대한 보험을 드느라 다들 힘든걸까?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인걸까?

이렇게 6편의 단편을 다 읽었다. 꽤 오래 전 <영모가 사라졌다>만큼의 흥행작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공지희 작가님의 필력은 건재하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프랑스 가수의 노래라는 ‘벤치, 나무, 길’이라는 노래를 OST로 깔아놓은 듯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라 궁금하고 내 인생에서 벤치, 나무, 길을 성찰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을 학급에서 함께 읽거나 하진 않을 것 같지만 뭔가 통할 것 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 하나의 집 이야기와 놀 궁리 4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놀궁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찬숙 작가님 첫 책 <괴상한 녀석>이 2000년에 출판된 걸 보니 내가 작가님의 책을 읽은지 20년이 넘게 지났구나.... 아이들 책을 읽으며 독서지도를 고민하던 초기에 이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했었다. 괴상한 녀석도 그렇고 <니가 어때서 그카노>, <받은 편지함> 등.... 요즘도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 발표를 하시는데, 눈에 띄면 꼭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작년(2021년)에 나왔다.

남찬숙 작가님의 작품들에는 대부분 주인공 아이의 가정사와 친구 관계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지도 않고 개연성이 있으면서도 해결이 궁금해 빠져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서사를 참 흥미롭고도 자연스럽게 하신다는 느낌이 든다. 극단적인 악역은 없고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이해가 가서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장점이 있다고 할까? 그 삶의 맥락을 고려해서 들여다보면 이해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돌이키지 못할 상황까지 악화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타이밍과 처신은 중요하다. 한없이 남의 이해만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책의 주인공 하나는 지금 두 가지 갈등 상황에 빠져있다. 일단 표면에 드러난 것은 카톡에서 친구 수민이에게 욕을 퍼부어 학폭 문전까지 간 일이다. 엄마가 싹싹 빌어 겨우 모면했지만 수민이 엄마 측의 요구로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남찬숙 작가님의 책에서는 미운 사람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데 이 엄마는 진짜 싫었다. 공개 사과라니.... 아이들의 심리를 그렇게도 모르나. 그런다고 자식 주변의 관계가 좋아질 거라 생각하나. 수민이가 엄마보다 훨씬 나아서 그나마 다행. 이 엄마가 자식의 성적에만 집착하고 자율성을 주지 않는 것도 모종의 배경이 있긴 했는데, 난 그런 것까지 이해해주고 싶진 않다. 자식의 성취로 자기 존재 의미를 찾고 싶은 일종의 이기심인 거니까. 당신 그거 나쁜 거야 당신 안의 동기를 돌아봐! 내가 주변인이라면 한마디 해주겠다. (말만 그렇지 못할 거면서...;;;)

위의 상황의 배경에는 하나의 가정사가 있다. 엄마와 자주 다투던 아빠가 가족들을 두고 시골에 내려가버린 일이다. 할머니 간호차 간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학원을 운영하느라 바빠 늘 지쳐있고, 오빠와 하나는 알아서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다 이 사달이 났다. 수민이에게만 아빠 얘기를 했는데, 비밀을 지키기로 단단히 약속했는데,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아빠 얘기가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민이가 퍼뜨렸다고 단정한 하나는 톡에서 평소 해보지도 못한 욕들을 퍼부었고, 그걸 수민이 엄마가 봤고, 학폭 운운은 그래서 생겼다. 결말에서야 알게 되지만 수민이는 결백했고 그렇다면 하나의 오해였으니 전적으로 하나의 잘못은 맞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안 된다. 하나의 분노와 슬픔과 수치심.... 모범생이고 학급회장이었던 정체성 모두를 던져버리고 등교거부를 시작한다. 뜻밖에도 난 이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성격 유형에 따라서 견디기 힘든 감정이 다르다는데 이런 면에서 하나와 나는 비슷한가보다. 어쨌든 이 상황은 그러잖아도 힘들게 버텨오던 하나 엄마에게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엄마는 아빠를 소환한다. 아빠는 바로 올라왔다.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서는 걸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를 따라 시골로 내려온 하나가 며칠간 겪는 일들이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골에서 보는 아빠의 모습은 서울의 아빠와 달랐다. 그런 모습이 또 하나의 분노를 자극했다. 특히 이웃집 남매 정은, 정우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이 과정을 극복하고 정은이와 친구가 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괜찮았다. 감정이 꼬이는 지점도, 풀리는 지점도 공감할 수 있어서 자연스러웠다.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대목도 그랬다.

산불이라는 큰 사건이 이 책의 절정 부분이 된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말에는 황급히 달려온 엄마와 함께 하나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뭐가 달라졌지? 이 가족은 여전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부분에서 제목을 다시 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 <또 하나의 집>
“아무래도 내겐 또 하나의 집이 생긴 것 같다. 방학을 하면 그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검둥이도 보고 싶고, 정은이와 정우도 보고 싶고, 불탄 산에서 다시 돋아난 풀도 보고 싶고, 우리 아빠도 보고 싶으니까.”

어른들도 흔들린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흔들림을 다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나는 그 어른들의 시간 속에서 이제 여유과 평안을 찾은 것 같다. 서울의 엄마 집과 시골의 아빠 집. 엄마의 하던 일과 아빠가 찾는 일. 그 사이의 간격은 아직 크지만 살면서 조율할 부분이 있겠지? 한 뼘 자란 하나는 이제 조급하지 않게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흔들리는 부모들과 그 진동으로 더 크게 흔들리는 아이들이 갈등으로만 치닫지 말고 이렇게 중간에 잠깐씩 돌아볼 기회들이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삶에 짓눌려 질식하지 않도록, 부모는 자신들이 힘들더라도 자식이 숨쉴 수 있도록 조금씩의 틈을 열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