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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아이 - 기묘한 도서관 2 ㅣ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14
이병승 지음, 최현묵 그림 / 서유재 / 2022년 8월
평점 :
'기묘한 도서관’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인 <비밀유언장>의 모자가 그대로 주인공이다. 할머니가 세우신 도서관에 불만이 많았던 엄마가 이번 책에서 또다른 도서관을 여는 것을 보면 전작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할머니가 사시던 시골의 ‘숲속 작은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넘기고 돌아온 엄마는 ‘정글 도서관’ 문을 연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컨셉을 갖고 있다. 주인장의 안목으로 책들을 구입해 서가를 채우고, 책 공간뿐이 아닌 먹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니 도서관에 떡볶이라니.... 먹으면서 책을 봐도 된다니.... 그런거야 집에서 자기 책으로는 해도 되지만 도서관은 공공장소잖아. 그리고 누가 어떤 의도로 이 공간들을 차지할지 어떻게 알아. 들어온 사람 쫓아낼 수도 없고 그런 마음고생을 왜 사서 해. 요즘은 공공도서관들도 얼마나 좋은데.
나의 이런 생각에는 새로운 만남과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 그대로 들어있다. 남의 사정 별로 궁금하지 않고 알면 뭐하겠어 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면서 민폐인들에 대한 혐오는 매우 강하다. 내 돈과 내 수고를 들여서 민폐인들의 치다꺼리를 하다니 미쳤어? 이런 생각...
하지만 세상엔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단절하는 나같은 유형도 있지만 그 사이에 접착제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지. 이 책에선 할머니가 그 원조고 엄마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도서관을 예쁘게 차려 열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나라면 집근처에 있다면 (공공도서관보다 가깝다면) 자주 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하기 바쁘고 시간이 나도 도서관보다는 PC방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모자는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다. 첫 번째 전략 떡볶이 공짜 제공은 실패했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책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근처 분식집에 큰 피해를 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와 바로 작전을 철회하게 됐다. 다음은 타자기. 지금은 골동품 축에 속하는 타자기를 구해다가 ‘신비한 주술이 걸린 타자기’라는 판타지를 입혔다.
이제부터 하나둘씩 도서관에 정착하게 되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작가 지망생인 다미, 작가임을 숨기려 하는 홍유미 작가, 책은 싫지만 도서관은 좋다는 지우, 책에 일부러 코딱지를 묻히는 만행을 저질렀던 분식집 아들 영훈, 깡패인 줄 알았는데 토론 달인이었던 도해 등... 그리고 그림책 읽는 고양이, 버려진 강아지까지....
나비효과를 믿고 희망차게 시작한 일이지만 힘든 상황은 엄마를 회의하게 만든다.
“여기가 도서관인지 아동보호소인지 강아지 놀이터인지 모르겠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걸까?”
이때 엄마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워준 아들의 말이 엄마보다 훨씬 더 확신에 차 있다. 엄마의 회의는 내가 볼 때 너무 당연한 것이다.
“누구도 식당에 가서 밥을 공짜로 달라고는 안 하잖아?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서도 그렇고. 외식비는 당연히 쓰면서 책은 안 그래. 도서관을 하면서 책은 빌려보는 거라는 인식만 심어주는 게 아닌지 걱정 돼.”
하지만 아들은 소수일지라도 자기처럼 변화된 아이들을 들어 엄마에게 확신을 준다. 아들이 말한 가치는 책 자체도 있지만 소통과 관계가 함께한 책읽기에 있는 것 같다. 책은 돈주고 살 수 있지만 경험까지 돈 주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이 부분에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하려 한다. 교실 밖에서까지 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내 성향상 그것까진 힘들고 교실에서만이라도.... 어쨌든 엄마의 도서관은 이제 여기에 정착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가장 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방문객은 아인이다. 아인이는 자신을 ‘미래에서 아주 중요한 사명을 띠고 온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 사명은 ‘미래로 가져갈 단 한 권의 책’을 골라 가져가는 것이다. 이 작업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가게 된다. 각 인물들은 어떤 책을 골라 제출했을까? 과연 아인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화자인 아들의 이름이 처음엔 나오지 않다가 아인이가 등장하고서부터 나오는데, 그 이름이 ‘도석완’이라니.ㅎㅎㅎ 책과 도서관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집약된 책.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외형적 공간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주 조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정말 잘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얘기할 것도 못 되지만.... 책과 사람. 오래오래 곱씹고 고민할 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