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씨는 용감해! 같이 사는 가치 4
김성은 지음, 김소희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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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상적인 시리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네번째 책이 나왔다. 가치를 의인화해서 '~씨'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특징으로 제목을 했다. 『공감 씨는 힘이 세』, 『존중 씨는 따뜻해』이런 식으로. 이번 '정의 씨'는 '용감'하다고 한다.

순수한 이야기가 아닌 "잘 들어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단다...." 라고 가르치는 책들을 스스로 골라서 잡는 아이들이 많이 있을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별로 못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책들은 도덕 교과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건
어른의 입장이긴 한데, 중요한 미덕(가치)은 꼼꼼히 짚어준 후에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을 때가 있다. 학급을 세우는 중요한 가치라든가 할 때 말이다. 자주 말하면 잔소리가 되니, 한번 말할 때 깊이 다루는 게 좋다. 가장 나쁜 건 상대방이 뜻도 모르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이다. 교사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최악의 잔소리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시리즈 환영한다. 버츄카드에 있는 모든 미덕을 다 펴낼 수는 없겠지만 그중 한 12가지 정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3월에 꾸준히 읽으며 학급의 핵심가치로 세워주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도덕적 설명이라 해도 작가의 고심이 들어간 작품이니 그냥 당위적 잔소리보다는 훨씬 낫다.


이전 시리즈를 정독하지 못했는데, 내가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싶은 것은 '존중'이다. 교사가 학생을, 학생이 교사를, 친구가 친구를 존중한다면 폭력적 언행이나 상처는 없으리라. 거기에 '정의'가 함께하면 좋겠다. 물론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은 아니다. 상당한 교집합이 존재하는 개념이라 생각한다. 다르게 말하면 존중은 정의를, 정의는 존중을 전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접근하는 관점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정의'를 살펴보겠다.

먼저 사람 행동의 이유를 여러가지로 살펴본다. 건강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간은 여러 행동을 한다. 그리고 사람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행동한다. 여기에서 '정의'가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이 '옳다고 믿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된 확신에 빠진 자들이 사회에 얼마나 해로운지 보아왔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정의연습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지금 이게 옳은 행동일까?' : 양심을 잘 보존해온 사람이라면 이 방법은 효과가 있다. 
두번째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다. : 이부분을 볼 때 '아름다운 아이' 책의 브라운 선생님의 수업에서 나온 금언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가 떠올랐다. 이 의미는 잘 새겨야 한다. 사람을 우선에 둔다는 말도 그렇다.
다음으로 정의로운 마음가짐과 태도, 나라면 어떻게 할까? 라고 묻기 등이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정의는 혼자 빨리 가기보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 가는 것, 비폭력의 방법으로 부당함에 저항하는 것임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반 친구들의 "정의는 □다"를 모아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시켜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그림책으로 어린이 수준에서 정의를 고민하는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교사인 내가 한 수준 위의 책을 읽고 모든 논의를 품을 시야를 가지면 좋은데, 옛날에 조금 읽다가 덮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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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존스의 전설 산하세계문학 11
야코브 베겔리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산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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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존스의 전설 / 야코브 베겔리우스 / 산하>

그림책인데 글밥이 제법 있고 쪽수도 100쪽이 넘는다. 읽는데 오래걸리진 않지만 내용은 고학년에 권할 만하다.

스웨덴 작가이고 글과 그림 작업을 다 했다. 스웨덴 최고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동화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것을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아이들, 독서력이 부족해 동화책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에게 권해줘도 좋을 듯하다. 상당히 특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멋지다'는 느낌도 들고.

모험과 고난으로 점철된 샐리 존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이다. 그런데 샐리 존스가 사람이 아니라는 거. 고릴라다. 악천후의 칠흑같은 밤에 태어난 아기 고릴라를 보고 족장은 앞날에 많은 불행이 있을거라 예언했다. 그말대로 아기 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밀렵군에게 고릴라를 산 상인은 관세를 아끼려고 사람 아기처럼 포대기에 싸서 배에 실었고 이때 샐리 존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러나 고릴라는 돈이 되지 않았고 팔릴 때까지 비참하게 갇혀 있었다. 마침내 샐리를 산 부인은 샐리에게 지극히 잘해주었다. 알고보니 이 부인은 대도였고, 샐리에게 기술을 가르쳐 신출귀몰한 도둑질에 써먹었다. 결국 대도는 도망치고 하수인(샐리)만 잡혀 동물원 행. 비참하고 희망없는 몇년이 흐르고 샐리는 옆 우리에 들어온 오랑우탄(바바)과 친구가 되어 잠시 즐거움을 찾는가 하다가.... 또 서커스단에 팔리고, 마술사의 조수가 되고.... 마침내 탈주를 감행한다.

탈주의 과정은 아린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 같다. 자신만 탈주한 게 아니라 동물원으로 달려가 오랑우탄 바바를 구출하기까지.....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또다른 괴로움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으니.... 그들이 숨어든 곳은 배 안이었고 배는 멀고 험난한 항해를 시작했다. 기관사 보스만이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배는 태풍을 만났고 침몰되었다. 이후로도 고난은 가는 곳마다 샐리를 따라다녔다. 한숨이 나올만큼.... 소설(혹은 실화)을 읽다가도 한 인생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고난이 다가오는가 탄식이 나오는 인생이 있지 않던가. 결국 자포자기하고 학대받는 것으로 삶이 끝나는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마음이 통하고 서로 의지되며 믿을 수 있는 존재는 꼭 많아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사이라면 한 명으로도 족한 것. 샐리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바바는 아님) 그들의 만남은 기적 같았고, 서로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 샐리는 인생에 두 번의 극적인 재회를 했다. 첫번째가 앞에 말한 진정한 친구. 두번째는 대도 부인이었다. 샐리는 잊고 살았던, 대도 부인에게 배운 그 기술을 사용했다. (이부분 통쾌하고 재밌다) 그들은 그 돈으로 위기에서 벗어났고 둘만의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접어든 어떤 곳에서 알게 되었다. 깊은 기억 속에 잠자던 샐리의 고향에 근접했다는 것을. 샐리는 고향의 동족을 향해 밀림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평생의 유일한 친구와 그들만의 항해를 계속할 것인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너무 오래 멀리 떨어져 왔다. 다시 돌아가도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함께해온 신뢰의 관계를 끝까지 하는 게 좋다."는 생각과 "우정이란 꼭 몸이 함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샐리가 고향과 본능을 찾아간다면 친구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생각. 둘 다 충분히 가능하다. 문학토의는 이렇게 정답이 없는, 사전지식이 풍부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주제 뿐 아니라 샐리의 고난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짚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그를 불행에 빠뜨린 것도, 진정한 친구가 된 것도 인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꼭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그들의 여정(아프리카 - 터키와 유럽 - 보르네오 섬 - 싱가포르 - 미국 - 아프리카) 이 대장정만 보아도 후덜덜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다 읽고 뭔가 그리고 싶어질 것이다. 대단한 스케일의 그림책 한 권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꼭 권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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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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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집 갔다가 동생한테 빌려온 골든아워 1,2권을 빠르게 훑어 읽었다. 연휴가 끝나면 이런 책을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나의 일에 소용되는 책을 읽어야 하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의 일'도 생각하게 됐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한달간의 병원생활에서 나는 늘 의료진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이 고압적이어서가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그들의 전문성에 의지하는 마음 때문이었다.(병원에서 막말 고성 폭행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들의 손놀림 하나도 내게는 아버지를 살리는 동아줄처럼 보여서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간병인 여사님까지도.... 결국 아버지는 한달을 못버티고 돌아가셨고 아버지를 담당한 의료진이 특별히 대단한 분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기억한다. 밤낮이 없던 그 치열한 느낌의 현장을. 가족으로 단기간 있기도 괴로웠던 그곳을 일터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물론 그중에도 게으른 사람, 양심없는 사람, 실력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지만 어쨌든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 신뢰가 우리 삶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있을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그 시스템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의사인생을 다 걸고 노력해온 사람이다. 외상외과 전공인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상자들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의료진의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외상센터'를 세우고 뿌리내리는데 헌신해왔다.

그러나 그 노력이 쉬웠다면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씨를 뿌리기도, 그 씨에서 싹이 나기도, 가느다란 뿌리를 땅에 박기도 뭐하나 쉽지 않았다. 온갖 욕과 애먼소리를 들으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야 했다. 지원은 말뿐이었고 가장 중요한 인력지원이 없어서(이건 대한민국 어디나 그런듯ㅠ) 결국 현장인들을 갈아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교수 자신도 온몸이 성한데 없고 결국 한쪽 눈에 실명까지 왔으며ㅠ 간호사들도 유산은 기본이며 과로로 쓰러지기 다반사였다. 책을 끝까지 읽어봐도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며 "하는 데까지 한다. 가는 데까지 간다....."로 끝맺는다.

이 책에서 이국종 교수는 거창한 신념을 설파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그게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니 그것을 할 뿐이다. 그래서 피바다 속에서 허우적대며 목숨의 끈을 필사적으로 이어붙이는 것 뿐이다. 이런 환자들의 목숨은 1분, 1초에 달려있으니 헬리콥터를 타고 출동하며 그에 따른 몸의 무리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간호진들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이렇게 몸을 던지는 일(예를들면 공중강하 등)에 동행하는 모습들이 경이롭다. 일의 성격상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니 날밤을 새우는 일은 예사고, 늘 수면부족과 고질병에 시달린다. 난 잠 못자면 사람구실을 못하는데.... 거기에 언제 출동할지, 언제 죽음에 다다른 이들을 맞아야 할지 모르는 상시적 긴장상태, 그리고 산산이 부서진 몸과 뿜어나오는 선혈과 으깨진 장기들을 날마다 대해야 하는 일, 그 안에서 삶의 질이 어떠할까. 그들 또한 극한 노동자이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내가 상상하기 힘든 일상이다.

그의 10여년 기록 중 그와 함께 가슴을 친 대목이 많았으나 가장 최악은 2014년 4월의 기록이다. 세월호 침몰 때 그의 센터에서도 헬리콥터가 날아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지침이 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누구도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출동된 모든 팀들은 발이 묶인 채 기다렸다. 그렇게 세월호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라앉았다.ㅠㅠ 그동안 한 목숨 구하기 위해 십여명이 매달려서 산다는 보장도 없는 환자를 헬기로 싣고 오는 일을 주도하던 의료인이, 수백명이 한꺼번에 수장당하는 일을 지켜보아야 했으니 그 기막힘과 분노가 어떠했을까. 그래서.... 아직도 잊힐 수가 없고 잊혀져서도 안되는 것 같다. 세월호는 말이다....ㅠㅠ

빨리 읽어야 해서 부분부분 대충 훑어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음에 꽤 남을 것 같다.(어젯밤 꿈에도 나옴...) 무엇보다 같은 세상 살아가고 있는 어떤 이들의 치열한 삶이.... 그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몸도 마음도. 개인을 갈아넣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내 업종에서 꽤 잔뼈가 굵었지만 아직도 늘 불안하고 긴장된 이 마음을 다잡으며 닥칠 일에 대한 담대한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뭔 일이 닥쳐도 그래도 죽고 살 일은 없잖아? 밤샐 일도 없고) 그의 일은 그의 일대로 나의 일은 나의 일대로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이교수처럼 나도 나의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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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절 유일 손님이 된 시누이네가 아직도 시댁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식구들 아점을 후다닥 차려놓고 더숲에 와서 영화 <파이널 리스트>를 보았다.

난 예술을 동경한다. 예술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 동시에 부럽고. 능력을 선택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예술적 능력, 그중에서도 음악을 선택하겠다. 라고 생각하곤 했다.

근데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뿐더러 피땀흘리는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가끔 잊곤 한다. 거저먹는 인생은 없는 것이다. 행복이 성취에 있지 않지만, 어쨌건 성취에는 고통스런 노력과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싫어 회피하면 그냥 평범한 능력을 갖는 것이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 연마의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

어쩌면 내게 없는 것은 예술적 능력보다도(물론 그것도 없다ㅋ) 이러한 인내심인지도 모른다. 적당히 일하고 일한 후의 휴식을 넘나 사랑하는 나에게 뛰어난 성취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에 등장한 이들은 퀸엘리자베스 콩쿨 파이널에 올라간 12명의 젊은이들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그리 오래 살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예술적 완성도와 인정을 위해 끊임없는 담금질을 한다. 시간의 밀도를 극강으로 높여야 한다. 그 극한을 보여주는 그들의 결승 전 합숙 8일. 하지만 잠깐의 산책대화에서 그들의 솔직한 내면이 비춰지기도 한다. 솔리스트가 된다고 행복할까? 콩쿨 입상한다고 성공하는 걸까? 심지어 뭐해먹고 살아야하지?에 가까운 고민까지....

이 콩쿨엔 한국인이 3명 올라갔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님에도 이 중 2명이 가장 많이 나온다. 한국인이 우승자였기 때문이다. 우승자가 있으면 탈락자가 있기 마련.... 이 영화는 둘을 같이 다룬다. 아니 마치 탈락자가 화자인 듯한 영화다. 때문에 우승자의 이름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둘을 혼동해서 골탕먹었다는.....(에휴~~^^;;;)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곤 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 전원의 경연을 일부라도 보여줬더라면 좀더 흥미진진했을텐데... 하여간 예술가들은 타고나며 또 만들어지고 진정한 예술가로 서려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늘 아들에게 피를 토하듯이 말했던 것, '젊을 때의 삶의 밀도'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후회하는 것이 그거다. 물론 지금의 나는 늙어서 자연히 밀도를 낮출 때가 되었지만.... 세상이 말하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젊은 날을 생각과 느낌과 연마로 채우는 일은 그의 인생에 튼튼한 기본이 될 것이다. 음 결국 내 자식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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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 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3
이인호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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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막다른 곳에 다다른 듯한, 슬프고 막막하고 고단한 인생들의 작은 불빛 같은 이야기. 참혹하고 서늘하지 않아서 고마운 이야기.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듯한 이야기. 그래서 참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죽으라는 법이 지배한다던가? 아닐거야, 이런 따뜻한 불빛도 있긴 할거야 라고 나는 우겨본다.)

세 편의 제목을 보고 나는 두번째 작품을 먼저 읽었다. [눈물 줄줄 떡볶이] 먹는 이야기여선가? 나도 마침 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였던가? 하여간 제목이 가장 땡기는 것부터 먼저 읽었다. 엄마 아빠를 졸지에 교통사고로 잃은 소연이의 이야기였다. 어린이 화자 중 이보다 더 비극적인 아이가 있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할머니가 소연이를 맡으러 집으로 들어오신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아빠의 친엄마가 아니다. 그러니 사실 소연이랑은 혈연관계도 아닌 것. 소연이는 할머니에게 다가가지 않고 두 사람의 관계는 쉽지 않다. 마침내 소연이는 자신을 맡아준 할머니의 의도까지 의심해 비수같은 말들까지 뱉어내고..... 그런 손녀와 할머니의 이해와 화해 이야기. 매개체는 공포떡볶이.

어른이 어른다우면 문제는 거의 풀리는 것 같다. 끝내 안되는 일도 있긴 하지만. 난 가끔 어른답지 못하다. 그런 내가 가끔 걱정이고. 근데 할머니는 참.... 얼마나 오랜 세월 참아오셨을까. 하지만 할머니도 성격은 있는 사람이고 저자세 스타일은 아니셨다. 그리고 소연이가 그렇게 막나가는 타입은 아니었고, 떡볶이 화해에 응하는 걸 보면 뒤틀린 아이는 아니다. 앞으로 두 사람은 가끔 삐꺽거려도 신뢰는 기본으로 깔고 갈 것 같다. 소연이가 어른이 되면 할머니는 또 할머니의 방식으로 남은 삶을 사시겠지......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팔씨름]은 주인공의 형편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근데 그건 생활환경의 문제고, 사실 또래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처지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사마귀처럼 막강한 녀석의 표적이 되어 날마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인 정담이는 허구헌날 사고치는 쌍둥이 동생들이랑 산다. 어느 일요일 부모님의 부재로 동생들을 맡게 된 날 벌어진 일들. 웬수인 줄 알았던 동생들이 실은 가장 강력한 아군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날.

그날 정담이는 문제의 영식이를 집에 데려오게 되었고 동생들의 성화에 팔씨름 대결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정담이는 강했고 영식이는 약했다. 예상된 승부가 뒤집어졌지만 이긴 자도 진 자도 별 말 없이 한 냄비의 라면을 가운데 놓고 젓가락을 든다. 쌍둥이들도 같이....

나도 이런 실속없는(?) 사마귀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성깔이 있고 말이 쎄다는 것. 진정한 강자는 발톱을 감추는 법인데 이들은 생기다 만 발톱으로 포악을 떤다. 이럴 때 진정한 강자가 지그시 눌러주고 '그만'이라는 눈빛을 보내주면 바로 깨갱인데.ㅎㅎ 그리고도 그걸 떠벌리지 않고 마치 잊은듯 무심하게 같이 어울린다면 당신은 진정한 멋쟁이. 정담이는 피해자에서 멋쟁이로 거듭나는가? 대책없는 쌍둥이 동생들에 의해서?^^

마지막 작품 [성배를 찾습니다] 이 작품이 내게는 화룡점정이었다고 할까? 이 책이 정채봉문학상 수상작인데 과연 그러할만하다는 결론을 내준 작품이다. 독자마다 선호는 다를 것이지만 내게는. 아마도 개가 나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성배가 바로 개 이름이다. 철거촌에 마지막까지 살고 있는 성민이는 엄마가 24시 감자탕집에 밤일을 다녀서 집이 말이 아니다. 사람들이 떠나간 동네엔 남겨진 개들이 떠돈다. 그중에 며칠째 울면서 '성배'를 찾아다니는 준호를 어쩌다 달래주게 됐다. 준호네 집 꼴도 심란하긴 똑같다. 그러다 며칠후 성민이가 달래주며 그냥 해본 말처럼 '성배'를 찾았다. 준호가 묘사하던 엄청 귀여......운 개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둘은 성배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음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별의 시간도 찾아오지.

이렇게 쓰고 보니 별 이야기도 아닌데 왜 내겐 가장 다가왔을까? 정말이지 개란 무엇인가? 철거촌에서 마지막으로 나와 남의집에 의지하게 되어도 놓을 수 없는 그 정의 끈은. 물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개와 안아보고 그 숨결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그건 가능하지가 않다. 그 느낌과 다행감을 잘 살린 작품. 요즘 사회시간에 여러 가족의 형태와 모습을 공부하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반려동물도 가족일까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새로 개정된 교과서라서 이런 내용까지 들어간 것 같다) 반려동물 관련 그림책은 많아서 그걸 읽어줄까 했는데 이 작품을 읽어주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분이 그린 대로 세상에 작은 불빛들과 숨쉴 구멍들과 눈물 다음의 후련함과 풀꽃 같은 건강한 생명력이 있다면 좋겠다. 작품이 그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한다면 나는 물개박수로 작가분들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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